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저출산과 고령화 등 사회 구조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청년들이 취업부터 결혼과 출산을 거쳐 중산층 진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마련해 세대·계층 간 사회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서민 주거안정화 정책의 초석이 될 주거복지로드맵은 과연 서민 주거복지에 기여할 수 있을까?
서민을 위한 맞춤형 주거지원에 초점
정부는 서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맞춤형 주거지원’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우선 셰어형·창업지원형 등 맞춤형 청년주택을 공급한다. 정부는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 청년층을 위해 5년간 청년주택 총 25만실(연 5만)을 공급하고 기숙사는 5만명으로 입주를 확대한다.
행복주택은 입주자격을 완화해 소득활동 여부에 관계없이 만 19~39세 청년 모두에게 입주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제한도 완화한다.
신혼 특화형 공공임대주택은 연간 4만호씩 5년간 20만호를 공급한다.
또 분양전환 공공임대 등의 우선공급비율을 15%에서 30%로 확대하고 행복주택도 늘려 12만 5,000호를 제공한다.
신혼부부가 자녀 출산 이후에도 충분히 거주 가능하도록 기존 행복주택의 평형을 확대하고 특화시설도 강화한다.
무장애 설계 적용·복지서비스 연계 등 고령층을 겨냥한 맞춤형 공공임대 5만호와 저소득층을 위한 공적 임대주택 41만호도 공급한다.
또 2022년까지 경기도 일부 지역을 신 택지지구로 지정해 15만가구의 공공분양주택도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성남 금토 ▲성남 복정 ▲의왕 월암 ▲구리 갈매역세권 ▲남양주 진접2 ▲부천 괴안 ▲부천 원종 ▲군포 대야미 ▲경산 대임 등 9곳의 대상지를 우선 발표했으며, 순차적으로 추가 지역을 더 공개할 예정이다.
‘2022년 수도권 주택보급률 107%’
특히 정부는 로드맵에서 공적임대를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공공택지를 늘려 2022년까지 수도권 주택보급률(일반가구 수 대비 주택 수 비율)을 107%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수도권 주택보급률은 97.9%다. 집이 필요한 가구는 921만가구인데 집은 900여만가구다.
2022년 주택보급률이 107%로 올라가려면 2016부터 2022년까지 7년간 200만가구 정도 필요하다.
2016년과 지난해 완공된 55만가구 정도를 제외하면 2018부터 140여만가구가 들어서야 한다는 말이 된다.
정부는 기존 분양 물량과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과 2019년 입주 물량을 각각 31만가구와 26만가구로 보고 있다.
여기다 2020~2022년 3년간 90만가구 정도, 연평균 30만 가구가 필요하다.
이는 기존에 공급된 양이나 당초 정부 계획보다 훨씬 많은 규모로, 지난 정부가 2013년 2차 장기주택종합계획을 세울 때 잡은 연평균 수요 21만 6,000가구(2013~2022년)보다 30% 정도나 많은 물량이다.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 통해 주택공급 확대 예정
그렇다면 이렇게 어마어마한 물량을 어떻게 공급할 수 있을까. 대규모 공공택지 조성을 통해서다.
실제로 정부는 기존에 확보된 77만가구 규모의 공공택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신규로 40곳을 더 만들기로 했다. 신규 40곳은 16만가구를 지을 수 있는 땅이다.
여기다 민간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연간 8만 5,000가구의 주택용지를 제공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공공택지 물량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될 계획이라는 점. 이렇게 되면 수도권 주택시장이 공급 과잉 몸살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2차 장기주택종합계획에서 추정한 2013~2022년 수도권 주택수요는 총 210여만가구다.
하지만 2022년까지 수도권에 107% 정도의 주택 보급률을 달성하려면 이 기간 250여만가구가 공급되어야 한다. 수요보다 40만가구가 더 많은 물량이다.
특히 이러한 물량공급이 1~2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2022년까지 5년간 장기적으로 투하된다면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재원과 부지 확보가 성패의 관건
무엇보다 이번에 발표된 주거복지 로드맵을 실현하려면 119조 4,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또 정부가 생각하는 물량공세를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해줄 부지가 마련되어야 하지만, 그린벨트라는 것이 샘물 솟듯이 계속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예산 확보나 택지의 확보가 원활이 진행된다면 일부 실수요자들이 임대시장에 머무르면서 매매 수요의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정부가 노리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실제 공급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므로 그전에라도 실수요자들이 기존 매매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임대주택 공급이 목표대로 공급되기 시작하면 조급해 하던 실수요자들이 대기 수요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일부 지역의 경우 공급과잉과 함께 저가 주택 시장을 침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값싼 공공주택이 대거 쏟아지면 사람들이 굳이 서둘러 집을 사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대기수요 증가로 집값 안정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분양물량이 많은 곳은 전세수요 증가로 일시적인 전세시장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고 예측했다.
한국은 공공 임대주택의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다. 어느 사회이건 보호해줘야 할 경제적 약자는 있는 법이고,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거복지로드맵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을 집값 하락으로 오인해 내 집 마련 노력을 포기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에서 말하는 주거 사다리라는 것은 주거비를 낮춰 줌으로써 자산 형성을 하는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의미이지 본인을 대신해 자산을 늘려주겠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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