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형 펀드의 경우 1990년대 말에는 액티브 펀드의 비중이 90%를 넘었으나, 작년 말에는 61%로 크게 낮아졌다.
전통적인 패시브 펀드인 인덱스 펀드를 손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FT)의 등장 또한 패시브 펀드의 폭발적 증가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런데 최근 해외에서는 패시브 펀드의 성장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쟁이 일고 있다. 패시브 펀드가 액티브 펀드 보다 낮은 비용과 높은 투명성이라는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필자를 포함한 재무학자들에게 패시브 펀드의 성장과 그에 따른 액티브 펀드의 역할 축소가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데 패시브 펀드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액티브 펀드의 역할이 줄어들게 된다. 극단적으로 패시브 펀드만 존재하는 시장을 가정해보자. 그런 시장에서는 아무도 기업의 내재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이며, 이 경우 주식시장을 통한 자원배분의 효율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들에 따르면 패시브 펀드의 성장이 이미 주식시장의 가격효율성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음으로 재무이론 관점에서 시장지수에 투자하는 패시브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분산투자에 있다. 고전적 위험-분산 이론에 따르면 자본시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즉, 위험 대비 기대수익률이 가장 높은 투자대상은 S&P500이나 KOSPI200과 같은 시장지수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패시프 펀드의 우월성을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이 시장효율성에 의해 적정가치가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전술한 바와 같이 시장효율성은 액티브 펀드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패시브 펀드의 장점인 분산투자는 액티브 펀드 매니저들의 노력에 대한 무임승차로 볼 수 있다. 둘째, 분산투자가 보다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의 가격간에 상관관계가 낮아야 한다.
그런데 패시브 펀드는 인덱스에 속한 주식들을 번들로 매매하므로 패시브 펀드 시장이 증가할수록 개별 종목간 상관관계가 높아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실제 시가총액 1억달러 이상의 모든 미국 주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10년까지 개별 주식가격의 상관관계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패시브 펀드의 성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가 많아질수록 역설적으로 애초 패시브 펀드의 장점인 분산투자의 효율성이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상을 통해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바는 패시브 펀드가 증가할수록 역설적으로 액티브 펀드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사실이다. 액티브 펀드가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견해를 지닌 액티브 매니저들이 주식가격 결정을 주도할수록 패시브 펀드가 향유할 수 있는 분산투자의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액티브 펀드 매니저에게 보다 긴 안목의 투자기간이 용인될 필요가 있다. 패시브 펀드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주가가 내재가치를 찾아가는 데 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패시브 펀드와 유사하게 정형화된 펀드디자인에 액티브 매니저들의 노력을 융합할 수 있는 상품개발도 고려해볼 수 있는데 최근 캐나다와 미국을 중심으로 상장이 증가하고 있는 액티브 ETF가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자본시장은 참여자의 다양성을 전제로 한다. 과도한 패시브 펀드 쏠림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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