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녹십자와 한미약품이 젊은 오너 2·3세들을 경영 전면에 배치하며 업계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앞서 임원 인사에서 존재감을 부각한 오너 2·3들이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책임경영 의지를 확고히 하고 나선 것이다.
허 부사장은 고(故) 허영섭 회장의 3남이자 현 허일섭 녹십자 회장의 조카이다. 또 고 허영섭 회장의 2남이자 녹십자홀딩스의 사업회사인 녹십자 허은철 사장의 두 살 아래 동생이기도 하다.
허은철 사장의 형이자 허영섭 회장의 장남인 허성수 전 부사장은 2005년 녹십자 경영에 참여했으나 고 허영섭 회장과 경영철학에 이견을 보이면서 2007년 돌연 물러났다.
허 부사장이 대표로 선임되며 녹십자홀딩스는 기존 허일섭 회장 체제에서 허용준-허일섭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됐으며, 허 부사장은 허일섭 회장과 함께 그룹 살림을 총괄할 예정이다. 허은철 사장은 지난 2014년 12월 녹십자 대표로 선임됐고 지난해부터 단독대표를 맡고 있다.
1974년생인 허 부사장은 연세대 이과대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스대학에서 MBA과정을 수료, 2003년 녹십자홀딩스에 입사했다. 그는 경영기획실, 영업기획실을 거친 뒤 2008년 녹십자홀딩스 상무, 2010년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허일섭 회장의 아들인 허진성 부장도 2014년 녹십자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하지만 허은철-용준 형제의 부친인 고 허영섭 전 회장이 지금 녹십자의 기반을 일구었던 데다 최대주주였던 만큼, 허일섭 회장이 형의 아들들에게 자리를 먼저 양보할 것이라는 재계의 관측이 크다. 또 허진성 부장의 나이가 34살로 아직 어린 것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 허영섭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11월 타계했다. 고 허채경 창업주의 5남이자 고 허영섭 전 회장(2남)의 동생인 현 허일섭 회장(당시 부회장)은 그해 12월부터 회장직을 수행하며 형의 후임을 맡아왔다.
녹십자홀딩스 지분은 허은철-용준 형제의 숙부인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이 가장 많은 11.62%를 보유하고 있다. 허은철 사장와 허용준 부사장의 지분은 각각 2.55%와 2.63%이다.
한미약품도 지난 10일 정기 주총을 열고 형제경영 체제를 본격화 했다. 지난해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단독 대표 체제가 구축된데 이어 임종훈 전무가 한미약품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한미약품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다.
미국 벤틀리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2007년 한미약품에 입사한 임 전무는 회사의 경영정보 업무를 맡아왔다
임 전무가 등기이사에 오른 것은 입사 10년 만이다. 그는 친형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 이은 두 번째 한미약품 오너 2세 등기임원이 됐다.
재계에서는 형제경영 체계가 회사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형제 경영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데다 소통이 원활한 만큼 업무 효율성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형제 경영이 경영권 승계를 둔 ‘형제의 난’ 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에서는 과거 대웅제약의 경영권 분쟁 사례가 있었고, 더 나아가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롯데그룹 신동주-동빈 형제의 난처럼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 또한 배제될 수 없다”고 전했다.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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