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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8(금)

벤처 ""M&A만이 살길이다?""

기사입력 : 2000-07-0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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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재편.질적성숙 위한 필요성 부각

최근들어 벤처기업은 물론 이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벤처캐피털업계에도 인수·합병(M&A)의 바람이 휘몰아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부당국도 M&A전용 펀드를 허용하는 등 기반조성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마치 M&A대상에 거론되지 않는 기업은 벤처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시장전체가 들썩거리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M&A논의에 대한 당위성은 지난해부터 비정상적일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한 벤처시장의 조정이라는 측면과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의 질적성숙을 이끌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으로 귀결되고 있다.

벤처기업들의 경우 지난해말부터 제기된 ‘수익성 시비’에 영향받은 바가 크다. 미래가치만을 통해 수십배의 프리미엄으로 투자를 유치하던 기업들이 수익성에 관련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기업들의 경우 인수·합병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들어 대형 벤처기업들에 자신들을 인수해달라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증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업계의 경우 ‘창투사나 차릴까’하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로 양적인 팽창을 일궈냈지만 현재 벤처캐피털업계 종사자들조차 향후 시장전망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벤처시장이 활황세를 지속해 국가경제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만 믿고 ‘껀수’를 노린 창투사들이 대거 유입해 시장을 잔뜩 부풀려놓고 결국 시장침체로 도산위기까지 몰리고 있는 현실은 마치 ‘되돌아온 화살’을 맞은 형국이다.

또한 선진투자기법과 자본을 보유한 외국계 벤처캐피털들의 국내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소규모 자본으로 운영해온 창투사들의 경우 심각한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 창투사들의 경우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생존을 위한 방편을 모색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M&A가 부상하고 있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마치 M&A가 침체일로에 있는 벤처시장의 구세주인 것처럼 떠받들여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M&A 유망 기업들을 발표하고 이에 따라 해당기업들의 주가가 출렁거린다.

모든 것이 온통 M&A를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마치 이들 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한순간에 업계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인수합병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상기업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합병 후 파생될 수 있는 제반사항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M&A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들을 양산할 수 있다.

또한 실현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M&A정보는 벤처업계 전반의 발전을 위해서 하등 보탬이 되지 않는다. 최근들어 적대적 M&A설에 시달리고 있는 KTB네트워크나 메디슨같은 기업들은 온통 M&A 방어에만 관심이 쏠려있다. 벤처캐피털과 기업을 대표하는 선두주자들이 지금 본래의 목적이 아닌 다른 곳으로 힘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한 외국계 투자펀드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통상 6개월에서 1년이상을 소요해 대상기업을 분석하고 합병을 통해 이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인 효과를 충분히 감안해 최종결정을 내린다”고 밝히고 “단순히 M&A를 한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M&A를 통해 당사자들이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 시너지효과를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얼마전 새롬기술이 네이버컴과의 합병을 발표한 직후 지분출자 형식으로 후퇴한 것도 상호합병에 따른 효과를 정확히 분석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M&A를 통한 벤처업계 재편은 질적성숙을 위한 필수적인 단계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도 벤처기업이 100퍼센트 살아남으리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경쟁력없는 기업은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고 살아남은 기업은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M&A라는 방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M&A 또한 벤처창업 못지않은 모험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어느곳에나 빛과 그늘이 공존하듯이 M&A의 세계에도 그늘은 존재한다. 공정한 룰만 정착된다면 M&A는 ‘일 더하기 일은 이’가 아닌 플러스섬(Plus Sum)게임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김상욱 기자 sukim@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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