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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이일형 vs 신인석

기사입력 : 2019-03-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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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통위 회의 시작전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자료=금통위 회의 시작전 모습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 금통위 내 대표적인 매파로 평가받는 이일형 금통위원이 금융불균형 문제 관리의 중요성을 웅변했다.

이 위원은 전날 한은 출입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레버리지 확대로 금융불균형이 형성될 경우 레버리지를 통한 단기적인 경제적 편익보다 중기적 비용이 커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높은 가계부채 수준을 거론하면서 일각의 금리 인하 기대에 반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물가 압력을 높이기 위한 금리인하가 오히려 저물가를 더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는 "통화정책적 관점에서 단기적으로 물가 압력을 높이기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과도한 금융불균형을 유발할 경우 저성장, 부채부담 확대 및 특정 산업 상품의 과잉공급으로 오히려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 추세를 하락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이일형 위원, 높은 부채 상황 강조..금리인하 부정적 인식 드러내

이일형 위원이 금융불균형 문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한국의 금융자산(부채) 수준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비기축통화국으로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비거주자 자본과 거주자의 해외자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금융기관의 부채는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와 더불어 GDP대비 총 실물자산의 가치는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등으로 현재 금융불균형이 누증되는 속도가 줄어들었다. 이 위원도 정부의 거시건전성 강화, 금리 인상 등이 부채가 누증되는 속도를 누그러뜨렸다고 진단했지만, 현재 부채 수준이 한국경제의 체력을 감안할 때 높다고 봤다.

이 위원은 "금융불균형 수준이 높으며, 안전지대에 왔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사람들이 빚을 내 부동산 시장에 몰려들었으며,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그리고 임대사업 관련 개인 사업자대출 등을 통해 부동산 관련 부채가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금융기관 역시 부동산 시장에 크게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레버리지를 통한 투자비용이 부동산 소유로 인한 실질적인 서비스 혜택의 값을 상회할 경우 그 차이 만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일갈했다.

■ 신인석 위원, 향후 물가 올리기 위한 금리인하 주장 가능성

이일형 위원의 스탠스는 금통위 내 비둘기파 위원과 상당히 대비된다. 특히 이번 강연은 지난해 강연했던 신인석 위원의 모습과 대비된다.

신 위원은 지난해 강연에서 한은에 대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물가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둘 것을 주장했다.

이틀전 공개된 금통위의사록을 보면 한 비둘기파 금통위원은 저물가를 크게 우려하면서 '대응 방안'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이 금통위원은 "근원물가 상승률이 장기간 1% 초반에 머무르고 있는 현상은 2018년 이후의 새로운 사건"이라며 "이 현상이 올해 중에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은 2% 물가상승률 목표제 아래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하는 정책 담당자로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기조적 물가흐름이 목표 수준을 장기간 하회할 때 통화정책의 궁극적 목표인 기대인플레이션의 하락 위험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면서 "국민의 생활안정 지원을 위한 관리물가 억제정책이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이라는 다른 효과를 수반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 환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의 물가환경은 누적된 관리물가 상승압력을 어느 정도 해소해 전체 물가상승률을 목표 수준에 좀 더 가깝게 상향시키는 것이 거시경제의 안정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저물가 대책 필요성 발언, 기대인플레 추가 하락 우려 등은 향후 금리인하 소수의견의 가능성까지 엿보게 했다.

■ 금통위 내 역학구도 변화 여부와 물가 논리를 보는 시각

두 금통위원의 이견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한은은 금통위 내 세력 구도에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높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어제 매파로 대표되는 이일형 위원과 최근 의사록에 나타난 비둘기파의 인식이 많이 다른 것 같다"면서 "이는 결국 한국 사회의 핵심에 부동산이 있음을 알려준 견해차"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일형 위원은 빚이 많아서 금리를 내리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듯하고, 비둘기파는 물가가 예상보다 낮으니 조만간 내리자는 주장을 할 듯하다"고 밝혔다.

한은 집행부 역시 매파 쪽인 만큼 현재 매파가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 우려, 당분간 물가가 높게 나오기 어렵다는 점, 예상보다 도비시하게 변해버린 연준 등을 감안할 때 조만간 매와 비둘기의 균형이 맞춰질 듯하다는 예상들도 보인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올해 1~2월 물가가 0%대로 나왔고 의사록에서도 비둘기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높은 가계부채와 예상을 밑도는 물가가 부딪히고 있지만, 부채 증가속도는 크게 둔화된 반면 물가 상승률은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물가 압력을 높이기 위한 금리인하가 저성장, 부채부담 확대 등으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 추세를 하락시킬 수도 있다는 이일형 위원의 지적도 주목을 받았다.

C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물가를 올리기 위해서 선진국들이 금리를 내리고 양적완화를 했다. 이일형 위원의 말대로 금리를 내려 오히려 저물가가 고착화될 수 있다면, 금리정책이 무용하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지금은 금리정책으로 경제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시카고 학파류의 주장이 엉터리라는 게 증명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D 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모든 금융위기가 부동산 문제와 부채 확대에서 파생됐다"면서 "만일 한국의 부채수준이 여전히 위험하고 빚의 증가 속도를 더 늦추는 게 맞다면 금리를 내리는 것은 위험한 행위"라고 밝혔다.

그는 "아무리 금리 결정에서 물가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단순히 물가가 낮다고 더 내리는 것은 실책을 범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현실 경제가 교과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 때문에 금리를 조정한다거나 물가를 위해서 금리를 조정하는 행위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엿보였다.

E 운용사 채권매니저는 "필립스 곡선은 한계가 드러난 상황"이라며 "물가와 금리, GDP의 관계가 가지는 설득력도 이전만 못하다"고 밝혔다.

최근까지의 대세 의견이었던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상당한 시간을 보낼 것이란 견해도 여전하다.

F 증권사 관계자는 "물가와 금리인하 문제를 두고 금통위원들이 이견을 드러냈지만, 이 문제를 떠나 금융시장에선 금통위원이나 총재가 실제 행동에 나서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상당기간 한은이 아무 것도 안 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다수"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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