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92

대한민국 최고 금융경제지

닫기
한국금융신문 facebook 한국금융신문 naverblog 한국금융신문 instagram 한국금융신문 youtube 한국금융신문 newsletter 한국금융신문 threads

주식·채권도 블록체인에 올린다…자본시장 뒤흔드는 '토큰화' 대변혁

기사입력 : 2026-10-07 15:25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올해 토큰화 주식 온체인가치 31.7억弗…1년새 395% 폭증
‘어떻게 장에 올릴까’서 "어떻게 거래할까"로 시각 바꿀 때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실험은 끝났다. 이제는 판이 바뀐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토큰화(Tokenization)'가 자본시장의 대규모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토큰화 바람은 단순한 기술적 유행을 넘어섰다. 과거 인터넷의 등장이나 전산화가 거래 속도를 높인 '개선'이라면 토큰화는 자본시장의 인프라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전환(Structural Shift)'에 가깝다.

토큰화란 주식, 채권, 펀드, 부동산 같은 자산에 대한 권리를 블록체인이라는 디지털 장부에 기록하고 '토큰' 형태로 바꾸는 기술이다. 실물 종이 증권이 전자 증권으로 바뀌었던 것처럼 증권이 블록체인 위에서 움직이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신경 쓰는 부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연 주식이나 채권을 블록체인에 올릴 수 있을까"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젠 "어떻게 하면 24시간 언제든 차질없이 거래하고, 대출 담보로 유연하게 활용할 것인가"로 무게추가 옮겨졌다.

데이터가 이런 상황을 보여준다. 디지털자산시장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포필러스(Four Pillars)가 최근에 낸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토큰화 주식의 온체인 가치는 지난 9월 기준 31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 9월 6억 4000만 달러에서 1년 만에 395%나 증가했다.

관련 토큰을 보유한 투자자 수만도 404만 명에 달한다. 주목할 것은 거래의 절반 이상이 기존 미국 정규 주식시장의 영업시간 밖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는 금융 서비스'를 원하는 게 뚜렷해지고 있다.

주식·채권도 블록체인에 올린다…자본시장 뒤흔드는 '토큰화' 대변혁이미지 확대보기

토큰화가 바꾼 금융 "비효율 차단"

글로벌 금융사들이 앞다퉈 토큰화에 뛰어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금융 인프라에 쌓여 있던 '비효율과 비용'을 토큰화가 획기적으로 줄여 주기 때문이다.

기존 금융시장에서는 거래가 이뤄진 뒤 실제 자금과 증권이 오고 가기까지 여러 중개기관(예탁결제원, 수탁은행, 청산소 등)이 개입한다. 각 기관은 각자의 장부를 따로 관리해 서로 기록이 맞는지 확인하는데 큰 비용과 시간을 들인다. 미국의 경우 주식시장 결제 주기가 거래일 다음 날 결제하는 쪽으로 하루 줄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시차가 남아 있다.

토큰화는 이런 시간 격차를 완전히 바꾼다.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통한 자동화가 이를 가능케 해준다. 조건이 충족되면 코드가 자동으로 실행되기 때문이다. 이자 지급, 배당금 배분, 담보 반환 등이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동처리된다. 단일한 원장을 공유하는 것도 토큰화의 이점이다. 거래 참가자들이 하나의 동기화된 블록체인 장부를 공유하는 만큼 반복적인 대사 (확인)작업이 사라진다. 증권 토큰과 온체인 현금자산이 동시에 교환돼 결제 불이행 위험이 사실상 제로(0)에 수렴한다.

이런 혁신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는 분야가 기관 도매금융시장이다. 특히 담보관리(Collateral Management)와 환매조건부채권(Repo) 거래가 핵심이다.

전통 시장에서는 담보를 이전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 긴 시간이 소요됐다. 이로 인해 금융사들은 혹시 모를 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필요 이상의 담보자산을 예비로 쌓아 둬야만 했다. 하지만 토큰화를 적용하면 보유 중인 채권이나 MMF 지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동시킬 수 있게 된다.

JP모건의 '카이넥시스(Kinexys)'나 브로드릿지의 'DLR(Distributed Ledger Repo)' 플랫폼이 그런 것이다. 이들 플랫폼에서는 분 단위, 시간 단위로 자금을 빌리고 담보를 제공하는 '일중 레포(Repo)'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자금이 쓰이는 시간 만큼만 이자를 내면 되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자본효율성이 크게 높아지는 셈이다.,

각광 받는 '토큰화 MMF'와 '토큰화 채권'

시장에서 토큰화가 먼저 이뤄지는 자산은 어떤 것들일까.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낸 이슈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규제 체계와 시장 관행이 이미 명확히 정립된 정형적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토큰화가 선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온체인 자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상품은 단기 국채와 레포(Repo) 등에 투자하는 MMF다. MMF는 구조가 단순하고 안전성이 높아 가치 평가가 쉽다. 특히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보유하더라도 이자가 붙지 않는 스테이블코인(USDC, USDT 등)의 단점을 보완하는 자금관리 수단으로 급부상했다.

블랙록의 'BUIDL', 프랭클린 템플턴의 'BENJI', 서클의 'USYC' 등이 대표적이다. 투자자들은 토큰화 MMF를 통해 단기 국채 금리 수준의 수익을 얻으면서도 필요할 때 즉시 온체인 담보로 활용하거나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할 수 있다.

주식·채권도 블록체인에 올린다…자본시장 뒤흔드는 '토큰화' 대변혁이미지 확대보기
채권도 발행부터 결제, 이자 지급까지의 절차가 길어 토큰화 편익이 매우 크다. 과거에는 일회성 시범 사업에 그쳤지만 2024년 이후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토큰화 채권(Digital Bonds) 발행액은 2021년 2.7억 유로에서 2025년 47.25억 유로로 급격히 늘었다. 스위스 증권거래소(SIX Digital Exchange), 유로클리어의 D-FMI 등 제도권 인프라가 토큰화 채권 전용 플랫폼을 갖추면서 지속적인 발행 기반이 마련된 덕분이다. 홍콩 정부는 2023년부터 지속적으로 '토큰화 녹색국채'를 연속 발행하며 시장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주식·채권도 블록체인에 올린다…자본시장 뒤흔드는 '토큰화' 대변혁이미지 확대보기
상장 주식 토큰화는 과도기다. 온도(Ondo), 바이낸스 등 디지털자산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주식 토큰 대부분이 실제 주식이 아니라 기초 주식의 가격만 추종하는 '구조화 증권(Certificate)' 형태다. 투자자가 이 토큰을 갖고 있더라도 실제 주식과 달리 해당 기업의 주주가 되거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미국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제도권 거래소가 상장주식 토큰화 거래규칙 승인을 받고 24시간 거래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긴 하지만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갈 길이 멀다. 결국 주식 토큰화는 단계적 진행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은 이미 다자간 차감결제(Netting) 시스템이 고도로 발달해 있어 건별 즉시결제(Atomic Settlement)를 도입하면 증권사의 사전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韓 제도화 첫발 뗐지만…

한국도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분산원장을 활용한 증권 발행(STO)에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내년 2월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과거엔 조각투자나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같은 '비정형 증권'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2027년 법 시행에 맞춰 금융당국도 사모 MMF, 사모사채, 비상장주식 등 '정형 증권'부터 단계적으로 토큰화를 허용하고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 추세에 맞춰 속도를 낸다는 점에선 긍정적 변화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과 환경·접근방식 상 차이가 적잖아 난항이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개방형(Public)이 아닌 허가형(Private)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예탁결제원과 승인된 금융회사들만 참여하는 '허가형 분산원장'을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보안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위험이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솔라나(Solana), 베이스(Base), 이더리움 등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화된 주식과 채권이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대출 및 유동성 공급서비스와 자유롭게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도 약점이다. 토큰화의 본질적 경쟁력은 자산을 블록체인 장부에 올리는 데 있지 않다. 24시간 멈추지 않는 거래, 글로벌 시장으로의 즉시 유통, 다른 금융서비스와 자유로운 연결성이 핵심이다. 한국이 폐쇄적 허가형 시스템으로 글로벌 온체인 금융생태계와 연결되지 못하면 '디지털화된 또다른 고립된 장부'에 그칠 우려가 있다.
주식·채권도 블록체인에 올린다…자본시장 뒤흔드는 '토큰화' 대변혁이미지 확대보기

3가지 과제

금융의 미래 지향점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주식, 채권, 펀드 등 다양한 자산을 경계 없이 거래하고, 이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연결된 금융 환경'이다.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토큰화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3가지 과제를 이행할 필요가 있다.

우선 '동일기능, 동일위험, 동일규제'라는 원칙을 세워 규제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기술적 형식이 바뀌었다고 자산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해외 주요국처럼 기존 자본시장법의 틀 안에서 토큰화 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미국 SEC는 DTCC의 토큰화 서비스에 '비조치의견(No-Action Letter)'을 남발하지 않고 조건부로 발급해 사업 추진의 길을 열어줬고, 영국은 자산운용 태스크포스을 둬 민관이 함께 청사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국채·MMF 중심으로 단계적 실증을 거쳐 확장하는 것도 시급하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모든 자산을 한 번에 토큰화할 수는 없다. 도입 편익이 가장 크고 시스템 파급력이 명확한 영역부터 시작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국채 토큰화'가 가장 적합한 출발점이라고 진단한다. 정부와 한국은행, 중앙예탁기관이 참여하여 기관용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연계한 국채 토큰화 파일럿을 조속히 시행하고 노하우를 쌓아 MMF, 사채, Repo 거래로 범위를 넓히는 게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시장 인프라 기관을 중심으로 '온체인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토큰화 자산이 기능을 잘 하려면 자산과 쌍을 이뤄 결제될 '신뢰할 수 있는 온체인 결제자산(Cash Leg)'이 필수다. 중앙은행 화폐 기반의 기관용 CBDC뿐만 아니라 예금토큰과 건전성을 갖춘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같이 운용될 결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은행 등 기존 시장 인프라 기관들이 구심점이 돼 민간 금융사의 다양한 플랫폼이 공통 인프라에 안심하고 올라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전통 금융 포장만 교체해선 한계

토큰화를 단순히 기존 금융 시스템의 '새로운 포장'으로 여기면 한국 금융은 글로벌 격차를 줄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종이 주권이 전자 주식으로 바뀔 때 금융의 효율성이 폭발했던 것처럼, 토큰화는 금융의 시간적·공간적 국경을 허무는 차세대 인프라 혁명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금융당국이 "토큰화를 허용할까 말까"를 고민할 단계를 지났다. 한국 자본시장을 어떻게 더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글로벌 온체인 금융인프라와 연결할 것인가를 노려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향후 10년 한국 금융의 글로벌 경쟁력에는 먹구금이 한층 짙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issue
issue

경제·시사 BEST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