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특히 앞선 1·2차 입찰에서 경쟁사들에 밀려 누적 점유율 최하위라는 쓴잔을 들었던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3차 입찰을 자존심 회복의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특히 공급망 체질 개선과 안전성 격상, 시스템 통합(SI) 기술력까지 총동원한 대반격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미지 확대보기역대 최대 3차 입찰, 기준도 높아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력거래소는 최근 총 1180MW(메가와트시, 사업비 기준 약 2조 원) 규모 '2026년 ESS 중앙계약시장 3차 입찰‘을 공고했다. 입찰은 오는 11월 11일까지 진행되며 낙찰자는 같은 달 가려진다. 선정된 사업자는 2029년 2월까지 ESS 구축을 마쳐야 한다.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은 정부가 2038년까지 11차에 걸쳐 ESS(에너지 저장장치)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총 규모는 약 40조원에 이른다.
이번 입찰은 규모와 제도적 측면 모두에서 이전 1·2차와 궤를 달리한다. 이번 3차 입찰 총 공고 물량은 1180MW로 1차(563MW)와 2차(565MW) 입찰 물량을 모두 합친 규모(1128MW)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단 한 번의 입찰 결과만으로 기존 누적 점유율 판도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다.
커진 규모만큼 선정 기준도 높아졌다. 이번 3차 입찰 요강에서 가장 눈여겨볼 변화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평가 체계는 기존과 동일하게 '가격 평가 50점 + 비가격 평가 50점' 구도를 유지한다. 다만, 비가격 평가 내에서 '화재 및 계통 안전성'과 '국내 공급망 및 산업 기여도'의 세부 기준이 한층 엄격해졌다. 단순히 저렴한 셀을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내 생산 인프라와 결합된 자립형 공급망을 갖췄는지가 당락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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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육지 지역 15년 계약 체계와 별도로,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 문제가 심각한 제주 지역을 대상으로 25년 장기 운영 계약 유형이 새롭게 포함됐다. 해당 유형은 하루 2회 충·방전(총 1만 8250회 이상)을 견뎌내야 하는 조건이다. 단기 가성비보다 '배터리의 장기 열화율 최소화'와 '장기 운영 시 총소유비용(TCO) 절감 능력'이 결정적인 평가 잣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중국산 LFP 셀 및 원자재 과의존을 견제하기 위해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과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 등)의 국내 조달 비율을 평가하는 항목 변별력이 대폭 확대됐다.
이미지 확대보기1‧2차 아쉬운 LG엔솔, 3차서 반전 노린다
사업 규모가 더 증가한 만큼 앞서 1·2차 입찰에서 고전한 LG에너지솔루션의 반격에 관심이 쏠린다. LG에너지솔루션이 앞선 1·2차 입찰에서 누적 점유율 19%에 그치며 고전했던 이유는 경쟁사들의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1차 입찰 승자인 삼성SDI는 각형 폼팩터 기반 모듈 일체형 ESS 솔루션인 'SBB(삼성 배터리 박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독자 개발한 열전달 차단 패브릭과 모듈 내 자동 소화 장치를 적용해, 비가격 항목 중 가장 비중이 큰 '화재 안전성' 평가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으며 1차 전체 물량의 76%를 쓸어담았다.
반면 파우치형을 내세운 LG에너지솔루션은 열전래 차단 등 안전성 부문 점수에서 밀리며 고전했다.
2차 입찰에서는 1차 입찰에서 단 한 건의 수주도 따내지 못한 SK온이 역전극을 만들었다. SK온은 충남 서산 공장의 국내 ESS 전용 생산 라인 가동률과 국내 소재 조달망을 적극 어필했다. 이를 통해 비가격 평가 항목인 '국내 산업·공급망 기여도'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확보하는 동시에 공격적인 가격표를 던져 2차 물량의 절반 이상(50.3%)을 가져갔다.
LG에너지솔루션도 충북 오창 공장의 ESS 전환에 나서며 매력을 어필했다. 하지만, ESS용 LFP 배터리의 중국 공장 생산 의존도가 높았고, 양극재 등 핵심 소재 역시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생태계 기여도' 점수에서 감점을 피하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3차 입찰을 앞두고 1·2차 입찰의 패인을 정밀 복기했다. 이를 통해,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은 극대화하는 등 배수진을 쳤다.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 던진 반격 카드는 'K-LFP(한국형 리튬인산철) 생태계' 완성이다. 기존 중국 생산 라인 의존도에서 완전히 벗어나, 국내 양극재 업체들과 협력해 핵심 소재를 조달하고 국내 오창 에너지플랜트 등의 라인을 전환·증설해 소재 조달부터 셀 제조, 팩 아셈블리까지 전 과정을 국내에서 완결하는 체인을 구축했다.
제주 지역에 신설된 25년 장기 계약에 대응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ESS SI(시스템 통합)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Vertech)'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버테크의 클라우드 기반 AIOps(인공지능 기반 운영) 소프트웨어 'AEROS'와 고도화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결합해, 셀 단위의 미세 변형과 온도를 실시간 감지하고 전류를 최적으로 분배한다. 이를 통해 하루 2회 충·방전이 반복되는 가혹한 환경에서도 25년 동안 배터리 열화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적 근거를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의 SBB에 밀렸던 화재 안전성 비가격 점수를 복구하기 위해 파우치형 ESS 전용 초격차 안전 기술을 도입했다. 셀과 셀 사이에 특수 에어로겔 기반의 열전래 차단 소재를 배치해 단일 셀에 이상 발열이 발생하더라도 인접 셀로 열이 전이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했다.
여기에 모듈 및 컨테이너 단위에 자동 감지 및 미세 가스 방출형 소화 솔루션을 다층 적용해, 정부와 평가단이 요구하는 최상위 등급의 화재 안전 기준을 충족시켰다.
끝으로 파우치 배터리 고유의 장점인 높은 에너지 밀도를 고도화해, 동일한 부지 면적 대비 저장 용량을 극대화했다. ESS 컨테이너 내부 공간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토지 교목비, 토목 공사비, HVAC(냉난방 공조) 설치 비용 등 발전 사업자의 초기 투자비(CAPEX)와 운영비(OPEX)를 한꺼번에 절감해 주는 가격·비가격 교차 득점 전략을 펼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번 3차 입찰은 단일 물량으로만 역대급 경쟁장인 만큼, 결과에 따라 배터리 3사의 국내 ESS 점유율 지형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산 LFP라는 약점을 완전히 극복하고, K-LFP 국산화 공급망·SI 소프트웨어 연계·초격차 안전성 카드로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지가 이번 수주전의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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