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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취임 전 철거 외쳤는데…류삼영號 동작구, 사람만 바뀌고 행정은 그대로

기사입력 : 2026-09-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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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 신노량진시장 철거에 15억원 추경 편성
류삼영 구청장, 철거 강조했지만…과정·현장 제자리

신노량진시장이 철문에 덮여있는 모습. /사진=주현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신노량진시장이 철문에 덮여있는 모습. /사진=주현태 기자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유난히 더운 날씨였다. 기자가 도착한 장승배기역 인근에는 높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신노량진시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대형 덤프트럭 서너 대가 도로를 오갔고, 주변 곳곳에서 개발의 속도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공사 현장과 대형마트를 지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도심 한가운데 우두커니 놓인 철벽과 곳곳에 붙은 경고문이 눈에 들어왔다. 신노량진시장이다.

1968년 준공된 신노량진시장은 2010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은 재난위험시설이다. 시장 주변을 둘러본 결과 현재 영업을 이어가는 점포는 3곳 정도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점포가 비어 있는 가운데 일부 상인만 남아 시장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었다.

인근에 거주한다는 한 동작구민은 신노량진시장 철거에 대해 “위험한 건물인 만큼 빠르게 철거해야 한다”며 “일부 상인들 때문에 허물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 얼마나 더 보상을 받으려고 고집을 부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한 어르신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상인들은 상인들 나름의 입장이 있는 것”이라며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된다. 각자 삶의 터전이 있는데 구청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피력했다.

상인들을 둘러싼 시각은 행정 내부에서도 엇갈렸다. 전 동작구청 관계자는 “신노량진시장 분위기를 좌우하는 유독 강하게 버티는 상인이 있다”며 “이 사람이 원하는 것은 결국 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상 테이블에 앉더라도 소통 자체가 쉽지 않은 상인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 안에서 만난 상인의 목소리는 달랐다. 신노량진시장의 한 상인은 “철거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다”며 “다만 이 문제가 비단 상인들만의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점포주들을 제대로 설득하지도 못한 채 보강공사를 한다며 시장을 더욱 견고하게 고립시키고 있다”며 “오히려 생업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상인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상인은 더운 날씨에도 기자에게 커피를 건넸다. 철거와 안전 문제를 둘러싼 입장은 팽팽하게 갈렸지만, “더운데 커피를 마시고 쉬다가라”는 따스한 배려는 어느 시장안 상인들과 다르지 않았다.

신노량진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 /사진=주현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신노량진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 /사진=주현태 기자
신노량진시장은 그렇게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1968년 준공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자리를 지켜온 시장은 안전등급 최하위 판정을 받은 뒤에도 철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전임 동작구청장이 지난해 연내 철거를 목표로 행정대집행까지 추진했지만 실제 철거로 이어지지 않은 가운데, 새로 취임한 류삼영 동작구청장 역시 취임 전부터 조속한 철거를 강조했다.

두 구청장이 내놓은 해법의 출발점은 모두 ‘안전’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되는 상황은 달랐다. 철거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방침과 달리 상인 이주와 시공사와의 역할 조정, 실제 철거를 위한 행정절차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었다.

동작구는 최근 민선 9기 첫 추가경정예산을 확정하면서 신노량진시장 건축물 해체 공사비 15억원을 편성했다. 안전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는 철거 추진을 위한 재정적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예산이 편성됐다고 해서 철거가 곧바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신노량진시장 정비사업은 2015년 추진된 이후 사업 지연과 일부 상인의 잔류 문제 등이 겹치면서 장기간 답보 상태를 이어왔다. 2022년 호반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사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현재까지 시장 건축물은 그대로 남아 있다.

동작구가 신노량진시장 철거를 서두르겠다고 밝힌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임 박일하 구청장 시절인 지난해 7월 동작구는 신노량진시장 철거를 위해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재난관리기금을 확보하고 안전펜스와 위험표지판 설치, 시설물 긴급 안전조치 명령 등을 진행했다. 이어 관계 부서 TF를 구성해 해체계획 수립과 철거 인허가 절차를 추진하고, 퇴거하지 않을 경우 긴급 안전조치 명령을 거쳐 행정대집행 계고와 고발을 진행한 뒤 같은 해 12월 행정대집행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당초 계획했던 연내 철거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올해 당선된 류삼영 구청장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6월 신노량진시장을 직접 찾아 철거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류 당선인은 신노량진시장을 두고 “지금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지적하며 남아 있는 상인을 이주시킨 뒤 민선 9기 시작 전 하루라도 빨리 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삼영 동작구청장 당선인이 신노량진시장 안전상황을 살펴보는 모습./사진제공=동작구이미지 확대보기
류삼영 동작구청장 당선인이 신노량진시장 안전상황을 살펴보는 모습./사진제공=동작구
또 시공사인 호반건설에 철거를 요청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구청 주도로 철거한 뒤 시공사에 비용을 청구하는 행정대집행도 검토해야 한다는 게 류 구청장 생각이었다.

당시 발언만 놓고 보면 새 구청장 취임과 함께 철거 작업이 속도를 낼 가능성을 기대할 만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두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현장에서 확인되는 변화는 크지 않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류 구청장이 취임 전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호반건설과 철거 협의는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어떤 방식으로 철거를 추진할지, 남아 있는 상인들의 이주 협의는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도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기자는 이 같은 후속 조치와 향후 해결 방안을 확인하기 위해 류삼영 구청장에게 세 차례 걸쳐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동작구 홍보담당관 측은 “이미 구청장 인터뷰 일정이 많아 인터뷰가 어렵다”며 “차례를 기다려야한다”고 설명했다.

철거 예산과 관련해 동작구청 관계자는 “아직 용역업체와 계약하진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상황”이라며 “대략적으로는 해체·감리·폐기물처리·기타 제반 등 4개로 구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철거 계획은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상인들에게는 이주비를 지원하고 이주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노량진시장. /사진=주현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신노량진시장. /사진=주현태 기자
동작구의 ‘신노량진시장 영업점포 퇴거 지원 이주비 지급 계획’에 따르면 구는 시장 내부 통행로 상부 노후 콘크리트 탈락 가속화와 철제계단 낙하 우려가 있어 통로를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 확보를 위한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받았다. 이에 구청 도시정비과는 퇴거 대상 점포에 대한 이주비를 선지급했다. 이주 확약서와 점포 관련 증빙서류를 확인한 뒤 영업 상인 계좌로 무통장 입금하는 방식이다.

다만 행정의 설명과 달리 시장에는 여전히 상인들이 남아 있다. 이주 지원 절차를 진행했다는 것과 마지막 점포까지 퇴거가 마무리됐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실제 현장에서도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는 상인이 확인됐고, 철거를 둘러싼 이해관계 역시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추경에 15억원이 반영됐지만, 예산만으로 철거의 마지막 단계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한 차례 철거 계획이 무산된 만큼 이번에는 상인 이주와 점포주 설득, 시공사와의 역할 조정, 철거 방식과 행정절차를 실제 집행 단계까지 끌고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행정대집행은 단순히 지자체가 철거를 결정한다고 곧바로 실행할 수 있는 절차가 아니다. 행정대집행법은 법률 또는 법률에 근거한 행정청의 명령에 따른 의무를 의무자가 이행하지 않고, 다른 수단으로 이행을 확보하기 어렵고, 불이행을 방치할 경우 공익을 크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대집행 요건으로 두고 있다.

따라서 신노량진시장에 어떤 철거 의무가 누구에게 부과돼 있는지, 해당 의무가 행정대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부터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류 구청장이 취임 전 언급한 것처럼 구청이 직접 철거한 뒤 호반건설에 비용을 청구하는 방안 역시 구체적인 법적 근거와 비용 부담 주체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행정대집행법은 대집행 비용을 원칙적으로 해당 의무자로부터 징수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호반건설이 신노량진시장 철거와 관련해 법적으로 대집행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에 해당하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노후화 된 신노량진시장 건물. /사진=주현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노후화 된 신노량진시장 건물. /사진=주현태 기자
현장에서 느낀 점은 행정대집행이라는 강제수단을 언급하기에 앞서, 실제 행정이 어디까지 움직였느냐는 점이다.

류 구청장은 취임 전 호반건설에 철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고, 구청 주도의 철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철거 자체는 시작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용역업체 계약도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취임 전 제시했던 철거 구상이 현재 어떤 단계까지 진행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신노량진시장 안에서 여전히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인들의 문제다.

동작구 입장에서는 주민 안전 확보라는 목표가 분명하다.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된 건축물인 만큼 더 이상의 방치가 어렵다는 판단에도 근거가 있다. 반면 상인들에게 철거는 단순히 노후 건축물을 없애는 문제가 아니다. 오랜 기간 이어온 생업과 삶의 터전을 정리해야 하는 문제다.

시장 안에서 만난 상인 역시 철거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점포주와 상인들에 대한 설득과 협의가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결국 행정이 풀어야 할 숙제는 철거 여부만이 아니라,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있다.

특히 현재 남아 있는 점포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행정대집행이라는 강제수단을 꺼내기 전에 마지막까지 남은 상인들과 직접 대화하고 현실적인 합의점을 찾는 과정도 필요하다. 남은 갈등의 규모가 크지 않다면 오히려 이 과정을 얼마나 촘촘하게 밟느냐가 전체 철거 일정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형준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E등급은 지금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대로 건물이 무너지면 구청의 책임이 막심하다. 이미 위험한 건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구청장이든 공무원이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행정대집행은 최후의 보루로, 이를 남발하기보다는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기 위한 소통이 중요하다”며 “상인 입장에서는 주민 안전만을 이유로 무조건 나가라고 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고, 구청 입장에서는 상인들의 요구가 과도해 합의가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청회를 열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행정대집행이 필요한 이유도 명확해질 수 있다. 과거에 실패한 방식을 그대로 반복해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노량진시장 철문 뒤 모습. /사진=주현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신노량진시장 철문 뒤 모습. /사진=주현태 기자
신노량진시장의 상인 이주 문제는 하루아침에 등장한 과제가 아니다. 과거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상인들의 이주대책과 이해관계자 간 협의가 주요 쟁점으로 거론돼 왔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구청장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조속한 철거라는 선언보다, 마지막 현장에 남은 상인들과 어떻게 합의하고 실제 철거까지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이다.

이미 전임 구청장 시절 한 차례 연내 철거 계획이 무산됐고, 현 구청장 취임 이후에는 해체공사비 15억원까지 추경에 반영됐다. 이제는 계획과 예산을 넘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상인 이주 협의와 시공사와의 역할 조정, 행정대집행의 법적 요건과 비용 부담 주체가 명확하게 정리돼야 하는 이유다.

신노량진시장 철거는 안전과 생계라는 두 가지 가치가 맞물린 현장이다. 어느 한쪽의 목소리만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안전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 그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게 될 상인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듣고 행정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제시하는 과정도 병행돼야 한다.

철거를 서두르겠다는 방침만 반복해서는 현장의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철거를 말하는 행정이 아니라, 실제 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장의 이해관계와 법적 절차를 하나씩 풀어내는 행정이다.

지난해와 올해 구청장은 달라졌지만, 23일 다시 찾은 신노량진시장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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