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셀트리온의 ‘무노조 경영’이 창립 25년 만에 무너졌다. 투명한 보상과 인력 충원 등 전반적인 운영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노조가 공식 출범하면서다. 서정진닫기
서정진기사 모아보기 셀트리온 회장을 향한 책임경영 요구가 더해지며 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흔들어놓을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투명한 보상·근로환경 정상화 촉구하는 노조
14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셀트리온지회 유니트리온은 지난 1일 창립선언문을 발표하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노조는 “우리의 헌신에 걸맞은 투명한 보상과 존중을 요구한다”고 천명했다.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보상체계의 불투명성이다. 노조는 투명한 초과이익 성과급 산정 기준 재정립과 통보가 아닌 협상 중심 임금 결정 체계 확립을 강조했다. 특히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금액을 수용해야 하는 깜깜이 보상 제도와 서명을 강제하는 ‘연봉 동의 시스템’은 노동자에 대한 기만이라며 비판했다.
또한 매년 5월과 9월에 지급되는 명목상의 재무적 보상(FI)이 세금을 공제하고 나면 실질적 혜택이 미미하다는 이유에서 현실화를 요구했고, 타사 대비 현저히 열악한 복지포인트 제도의 대폭 확대와 장기근속자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단체교섭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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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사측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인력을 1·2·3공장 등 성격이 전혀 다른 공장으로 차출하는, 인원 돌려막기가 만연해 있다고 주장했다. 엄격한 품질관리가 생명인 바이오 의약품 제조 현장에서 작업자를 한낱 부속품처럼 취급하는 것은 치명적인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근무환경 차별도 주요 개선 대상으로 지목됐다.
현재 사내에 도입된 유연근무제마저 부서장의 성향이나 재량에 따라 고무줄처럼 상이하게 적용되면서 조직 내 불신과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경쟁사를 벤치마킹해 모든 임직원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반반차 제도’와 ‘패밀리 데이’ 도입을 바라고 있다. 이에 더해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교대수당을 대폭 현실화하고, 주 5일 근무자 및 교대 근무자 모두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보편적 복지 증진을 강하게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업무시간 외 조기 출근 강요, 과도한 복장 규제, 현장의 통제 문화 등의 개선을 요구했다.
K-바이오 양대 산맥의 평행이론
셀트리온이 마주한 노사 간 갈등은 K-바이오를 양분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닮아 있다.삼성바이오로직스도 외형 성장을 거듭하며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 왔으나,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보상과 인사 제도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주축이 돼 노조를 설립했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임금 인상 수준과 채용·인력 배치·인수합병(M&A) 등 굵직한 사안을 두고 사측과 평행선을 달리다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지난 5월 초 전면 파업을 단행한 데 이어, 현재는 주말 특근이나 비상상황 시 초과근무를 전면 거부하는 ‘무기한 준법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내부 기밀 문건 유출 의혹으로 경찰의 본사 압수수색까지 겹치며 노사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선례는 셀트리온에게 경고장을 던진다. 24시간 무균 상태를 유지하며 쉼 없이 돌아가야 하는 바이오 공정의 특성상, 파업이나 준법투쟁으로 인력의 유연한 투입이 차단되면 돌발 변수 대응이 어려워진다. 이는 곧 생산라인 셧다운 등 치명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145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달리고 있는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회사의 펀더멘털과 주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제자리걸음’ 거버넌스…책임경영 요구 커져
결국 서정진 회장을 비롯한 셀트리온 경영진을 필두로 회사 차원의 책임경영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80%(15개 항목 중 12개 준수)를 기록했다. 이는 제약·바이오 업계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준수한 성적이지만, 직전 연도와 비교해 추가로 개선된 항목이 없다는 점에선 제자리걸음 상태다.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는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기업의 투명성을 평가한다. 셀트리온의 미준수 항목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지 여부, 집중투표제 채택이다.
셀트리온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부재에 대해 “공표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은 없으나, 2024년 2월 1일 시행된 최고경영자 승계를 위한 내부 지침에 따라 프로세스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내부적인 절차를 통해 대표이사 후보군을 심의·관리하고 임기 만료 전 최종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해 선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이사회에선 서정진 사내이사와 서진석 사내이사 2인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셀트리온 측은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만,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진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및 이사회 내 위원회의 전원 사외이사 구성 등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충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임원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노조가 세워진 만큼 회사의 이익과 성과를 명확한 데이터로 분배하는 보상체계를 정립하고 이사회의 독립적인 감시와 명문화된 승계 절차를 투명하게 운영하는 시스템 경영으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해졌다. 셀트리온이 내부 갈등의 파고를 넘어 글로벌 빅파마로 거듭날 수 있을지 시장과 주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노조 설립과 관련해 법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존중하고 향후 관련 절차가 진행될 경우 법과 제도에 따라 성실하게 대응할 계획”이라며 “회사 운영의 안정성과 지속적인 성장에 차질이 없도록 임직원과의 소통과 책임 있는 경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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