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최초 또 최초
삼성중공업은 ‘최초’ 기록으로 유명하다. 2000년 세계 최대 규모 9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을 시작으로, 2001년 세계 최초 전기추진 액화천연가스(LNG)선, 2005년 세계 최초 극지 운항용 쇄빙유조선, 2008년 세계 최초·최대 규모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등을 잇달아 수주·건조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S-EDP는 설계 데이터 자동 저장·공유를 통해 웹 기반 협업을 가능하게 하며, 도면과 문서 자동 작성 기능을 통해 설계 기간을 단축한다. 삼성중공업은 이를 기반으로 오는 2030년까지 설계 자동화율을 2배 이상 높이고, 이를 해외 조선소에 판매하는 사업화 전략도 추진 중이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비전 선포식에서 “삼성중공업이 지향하는 스마트 조선소는 독자 플랫폼 S-EDP를 기반으로 3X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형태”라고 정의했다.
지난 3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파이프 로보팹(PIPE ROBOFAB)’은 선박 혈관인 ‘배관 스풀(Spool)’ 제작을 자동화한 첨단 공장이다. 연간 10만 개 배관 스풀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비전 AI(인공지능) 기술과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결합해 설계부터 용접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한다.
투자 규모도 키우고 있다. 지난해 투자활동현금흐름은 –4840억 원을 기록하며 최근 3년 중 가장 공격적 지출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9월 10년 만에 3000억 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중 2000억 원을 미래를 위한 시설자금으로 할당했다. 세부적으로는 연내 무인 공정·로봇 투자에 500억 원, 유틸리티 설비 증설·보완에 1500억 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투자활동현금흐름이 전년(-1947억 원) 대비 플러스 전환한 3105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투자를 축소한 게 아니라 2024년 12월 판교 연구개발(R&D) 센터 매각을 통해 현금 3873억 원이 유입된 영향이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조선소 무인·자동화와 자율운항 기술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자 사옥을 매각했다.
3X 이끄는 두 사람
변화 중심에는 최성안 부회장을 필두로 AI와 로보틱스 분야 전문가인 ADX(AI·디지털 전환) 총괄 박정서 상무와 RX(로보틱스 전환) 센터장 최두진 마스터(상무)가 있다.박정서 상무는 삼성중공업에서 약 16년 가까이 몸담아온 조선해양 전문가로, 스마트야드 연구센터장과 CAIO(최고 AI 책임자)를 역임했다. 현재 맡고 있는 ADX 총괄은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직책이다.
박정서 상무는 자동화 장비에 들어가는 지능형 알고리즘 연구부터 설계·생산 전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12년 ‘대형 후판 3차원 곡면 성형자동화 시스템’ 개발로 IR52 장영실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 미국조선학회 최고 논문상인 엘머 한(Elmer Hann)상을 받았다.
최두진 마스터는 자동화 기술 전문가로, 지난 2024년 정기 인사에서 마스터로 승진했다. 마스터는 삼성그룹 기술직군 직책으로 임원급이다. 그는 조선해양연구소 생산기술연구센터장과 미래사업개발실 로보틱스사업팀장을 역임했다.
최두진 마스터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총 74종, 1032대에 달하는 자동화 장비를 현장에 적용해 공정별 생산성을 최대 20%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절감한 연간 비용만 약 3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ICT 기술을 활용해 해양 프로젝트와 컨테이너선 건조 과정에서 공정 단축과 생산성 향상 등으로 각각 537억 원, 287억 원에 달하는 원가 절감 성과를 냈다. 국내 반도체·건설공사 등 타 산업군에 4건 기술 판매도 성사시켰으며, 2021년 IR52 장영실상을 받은 ‘선박 화물창 건조 가상 조립 시스템’ 개발 주역이다.
‘마스가’ 반전 드라마
삼성중공업은 군함·잠수함 등을 건조하는 특수선 사업부가 없다. 이 때문에 미국 시장 진출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운영(MRO) 시장 선점을 위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을 벌일 뿐이었다.그런데 삼성중공업 반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이 회사는 선박 설계·스마트 기술력 강점을 앞세웠다. 지난해 8월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MRO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물꼬를 텄다. 이어 11월 설계 전문사 디섹과 손잡고 조선소 현대화 컨설팅·LNG운반선 수리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이후 미국 최대 조선업체 중 하나인 제너럴 다이내믹스 나스코, 디섹과 함께 3자 협의체를 구성했으며, 지난 4월 1일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프로젝트 개념 설계 참여를 공식화했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 논의가 시작된 지 약 8개월 만에 낸 성과다.
삼성중공업 대미 전략은 단순 건조 지원을 넘어 연구개발(R&D) 현지화 단계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 샌디에이고주립대와 공동 설립한 ‘SSAM 센터’가 전초기지다.
이곳에서는 AI 기반 생산 자동화와 로보틱스,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 등 삼성중공업 ‘3X’ 역량과 미국 원천 기술 포트폴리오를 결합하는 연구가 진행된다. 현지 우수 인력 확보와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미국 조선업 재건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를 위한 필수 인증인 함정정비협약(MSRA) 취득 절차도 진행 중이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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