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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쌍용, 글로벌 분쟁 속 ‘해외 로드맵’ 수정 해법은?

기사입력 : 2026-03-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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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글로벌·쌍용건설 전경(사진 왼쪽부터).사진제공=코오롱글로벌·쌍용건설이미지 확대보기
코오롱글로벌·쌍용건설 전경(사진 왼쪽부터).사진제공=코오롱글로벌·쌍용건설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와 글로벌 금융 환경 악화로 국내 중견 건설사들이 해외 사업 전략을 전면 재수정하고 있다. 과거 외형 성장을 위한 수주 확대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철저히 따지는 '선별 수주' 기조로의 전환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중동과 동유럽 지역의 분쟁은 글로벌 건설 시장의 발주 환경을 뒤흔드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까지 겹치면서 현지 프로젝트 발주가 잇따라 지연되고 사업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 여기에 글로벌 고금리 기조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상승과 환율 변동성까지 가중되면서 해외 사업의 리스크는 어느 때보다 심화된 상태다.

이 같은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해외 시장에 주력해온 코오롱글로벌과 쌍용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은 기존의 확장 중심 로드맵을 수익성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단순히 수주 잔고를 늘리기보다 공사비 변동성과 금융 조건을 면밀히 분석해 리스크 통제가 가능한 사업에만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조 전환이 일시적인 위기 대응이 아닌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건설사들의 핵심 경쟁력이 '사업성 검증 능력'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지의 정치적 상황과 금융 변수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금융 및 외교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나, 결국 기업 스스로가 리스크 관리 역량을 고도화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에 선별적 수주 전략이 중견 건설사의 생존 방정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정지훈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 연구위원은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가 우리 건설기업의 사업 수행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물류·공급망 혼란에서 비롯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현실화하면 국제 유가와 해상운임이 급등하고, 건자재와 장비·인력 조달에도 차질이 빚어져 공사 일정이 늘어나고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 연구위원은 "수주 집중도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최근 5년간 우리 기업의 중동 수주액 중 91.3%가 사우디아라비아(53.8%), 카타르(18.6%), UAE(11.0%), 이라크(7.9%) 등 4개국에 집중돼 있어, 해당 국가에서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연기될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핵심 위험 지역인 이란과 이스라엘 내 수주액은 최근 5년간 각각 1억 달러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코오롱글로벌, ‘빅배스’로 불확실성 털고 수익성 재편

코오롱글로벌은 최근 대외 환경 변화를 반영해 사업 전략을 보다 보수적인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타운홀 미팅에서 2026년 신규 수주 4조5000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며 사업 구조 재정비에 나섰다.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우선하는 목표치라는 점에서 기존 성장 중심 전략에서 한 단계 톤을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재무 측면에서는 선제적인 리스크 정리 작업이 병행되고 있다. 대전 선화3차와 인천 송도 등 일부 현장에서 발생한 비용 부담을 지난해 실적에 미리 반영하며 불확실성 제거에 나선 것이다. 일종의 ‘빅배스(Big Bath)’ 성격의 비용 반영을 통해 잠재 리스크를 조기에 털어내고 향후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단기 실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중장기적인 재무 건전성과 실적 가시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조치로 풀이된다.

해외 사업 전략 역시 공격적 확장보다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중동과 동유럽 등 지정학적 변수로 해외 수주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하고 국내 사업 기반을 동시에 다지는 방향이다. 무리한 수주 확대보다는 수익성이 확보된 프로젝트 위주로 접근하는 전략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재무 안정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병행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회사는 배당 정책 확대를 포함한 주주환원 방안과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DX)을 통한 현장 관리 효율화와 사업 구조 고도화도 병행하며 수익성 중심 체질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략을 두고 “외형 성장보다 내실을 강화하는 체질 개선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 쌍용건설, 회복세 속 후속 발주 불확실성 ‘잠재 변수’

쌍용건설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WASL 프로젝트 수주 등을 통해 해외 사업에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후속 발주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 프로젝트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무 구조 역시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글로벌세아그룹 편입 이후 자본 확충과 구조 개선이 진행되면서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변화는 수주 잔고에서도 확인된다. 쌍용건설의 해외 수주 잔고는 2022년 1121억원에서 2025년 9384억원으로 약 8배 증가했다. 중동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아프리카·동남아시아·중남미 등으로 시장을 넓히는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모회사 글로벌세아그룹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중남미 시장 공략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거론된다.
우리나라 해외건설산업의 중동 주요 국가별 수주 현황./자료제공=해외건설협회이미지 확대보기
우리나라 해외건설산업의 중동 주요 국가별 수주 현황./자료제공=해외건설협회
정지훈 연구위원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는 기회를 언급했다. 그는 충돌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오일·가스 인프라와 도로·철도, 병원·학교 등의 복구 및 재건 수요가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어서다. 국제 유가 상승이 이어진다면 산유국들의 곳간이 두둑해지는 만큼 인프라 투자 여력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다만 정 연구위원은 낙관적 전망에는 신중한 시각을 보였다. 지속되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2010년대 초중반과 비교해 줄어든 우리 기업의 중동 수주 비중 등을 고려하면, 유가 상승에 따른 수주액의 뚜렷한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오롱글로벌과 쌍용건설의 전략은 세부적인 접근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큰 방향성은 유사하다. 코오롱글로벌이 비용 선반영과 국내 기반 강화를 통해 수익성 중심 체질로 전환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면, 쌍용건설은 재무 안정화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단계적으로 넓히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결국 두 회사 모두 지정학 리스크와 금융 환경 변화 속에서 무리한 외형 확대보다는 재무 안정성과 수익성을 우선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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