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대출 수요 관리방안 발표에서 나온 이억원닫기

주담대 여신 한도 차등화는 서민과는 관련이 없고, 스트레스 DSR 강화와 전세대출 DSR 적용으로 서민·중산층의 내 집 마련의 꿈이 오히려 더 멀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업계에서는 "부동산 거래에 힘을 싣지 말라는 경고겠지만, 사실상 이번 대책의 후폭풍은 현금이 부족한 중산층과 서민들이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주담대 차등 적용, 서민에는 도움 안 돼'
16일 금융위원회 '대출 수요 관리방안'에 따르면 이번 10·15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여신 한도가 주택가격(시가)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현재 수도권·규제지역에 적용되는 주담대 대출한도는 6억원인데, 오늘부터는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한도만 6억원으로 동일하고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한도가 대폭 줄어든다.
시가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2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애초에 서민들은 15억원의 부동산을 매매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규제 강화로 5~6억원대 주택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가족까지 총 동원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자 해도 헌금이 없다면 15억원이 넘는 주택은 그림의 떡이 됐다.
30대 직장인 A씨는 "주담대가 막혀 주택 구매를 미뤄야 할 상황이 됐다"며 "어차피 고액 부동산을 매매하는 자산가들은 현금도 많을 것이라 서민들만 더 힘들어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도 "15억원 이상 주택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조치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담대 차등 기준을 15억원으로 잡은 것이 집값을 상향 평준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출 상한이 정해진 만큼, 기존 13~14억원대 부동산 가격을 15억원까지 올려서 팔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10억 미만의 부동산 구입을 고려하는 분들도 대출 규제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특히 10억 이상을 생각했던 분들의 매매 부동산 위치·규모 등 계획이 크게 틀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과도한 대출을 통한 고가 부동산 구매 투기·억제라는 취지와는 다르게 실수요자와 서민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대출 한도 효과로 13~14억원 주택이 15억원으로 수렴할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16억~17억원대 주택은 한도 축소로 가격이 내려가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10억원 미만 아파트 거래량이 80% 이상인 상황에서 이 같은 예상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전세대출 DSR 적용, 무주택자까지 확대 될 수도
스트레스(ST) 금리 상향에 대해서도 우려가 많다.금융위는 스트레스 DSR 제도도 강화를 통해 현재 차주별 대출금리에 1.5% 가산되는 ST 금리를 수도권·규제지역내 주담대에 한해 3%로 올리기로 했다.
향후 금리 인하시 발생할 수 있는 차주별 대출한도 확대 효과를 상쇄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30년 만기, 금리 4%의 주담대 기준 연 소득 5000만원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주기형은 2200만원, 변동형의경우 4300만원까지 감소해 주택 구매를 앞둔 중산층의 고민이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국은 혼란과 피해를 막기 위해 이미 실행된 대출의 증액 없는 만기 연장 혹은 자행대환시에는 DSR을 신규로 심사하지 않고, 규제 시행일인 16일 이전에 실행된 대출에 대해서는 조치를 소급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 대출을 신청하지는 않았더라도 이미 예산 계획을 세워 검토 중인 서민들은 한도 감소분을 채우기 위한 대출 방안을 찾거나, 부동산 매물을 새로 찾아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세대출에 DSR을 적용하는 조치 역시 실수요자 피해에 대한 지적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치 발표 이후 대출 연장 등 DSR 포함으로 인한 전세대출 불가를 걱정하는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무주택 서민이 받는 영향은 적지만, 지방에 본가를 두고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기 위해 전세를 두고 있거나 구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금융위가 시행 경과 등을 보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만큼, 무주택자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세대출 DSR 적용 범위가 무주택자까지 확대된다면 청년과 신혼부부를 비롯한 서민들의 전세난이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규제 적용은 오는 29일부터다
조치 시행일 이후 신규 취급된 전세대출부터 적용되지만, 전세대출 만기 연장시 대출금액을 증액하는 것은 신규 대출로 판단해 규제를 받게 된다.
"주택 계획 자체를 미뤄야"
다행인 점은 금융당국이 이미 주택 매매 계약이나 전세 계약, 대출 신청 접수를 완료한 차주에 대해서는 이번 규제를 소급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와 중도금·이주비 대출 등은 규제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한 것도 금융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향후 시장 상황에 맞는 추가 대책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며 규제 강화 가능성을 열어둔 금융위의 발언에 실수요자와 서민들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B씨는 "애초에 급여 수준이 높지 않아 이번 규제와 관련이 적을 줄 알았는데, 주담대 문턱 자체가 높아졌고 규제도 앞으로 더 강화한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며 "결혼과 전세 계획 자체를 미뤄야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기 세력을 막고, 부동산으로 쏠리는 자금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오히려 실수요자의 부담과 고민이 커지는 부작용이 생길 것 같아 우려된다"고 전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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