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란 은행의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사이의 격차를 뜻한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금융기관의 수익이 커지지만, 이는 소비자가 금융기관에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새 정부 출범 전인 올해 5월 기준 4대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1.51%였다. 출범 직후인 올해 6월 1.46%까지 내려갔던 4대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8월 들어 1.49%로 다시 반등한 상태다.
예대금리차, 하나 최대·우리 최소
새 정부 출범 직후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일제히 줄어들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다시 대출금리를 높이며 예대금리차가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 먼저 국민은행의 경우 5월 1.52%에서 6월 1.37%로 예대금리차가 크게 좁혀졌지만, 8월에는 다시 1.50%까지 예대금리차가 벌어졌다. 대출금리는 4.16%에서 4.01%까지 줄어들었지만, 예금금리 역시 2.64%에서 2.51%로 줄며 하락속도가 더 빨랐다.
하나은행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예금금리가 5월 2.64%에서 8월 2.51%로 하락하는 동안, 대출금리도 4.25%에서 4.11%로 내려왔다. 마찬가지로 대출금리가 줄어들긴 했으나 예금금리 하락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났다. 그 결과 예대금리차는 1.61%에서 1.60%로 소폭 줄어드는데 그쳤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대출금리가 4.18%에서 4.01%로 줄어드는 동안 예금금리가 2.65%에서 2.53%까지 줄었다. 역시 국민은행와 같은 양상이 나타났지만, 대출금리가 오르지는 않고 꾸준히 줄어든 결과 예대금리차는 1.48%로 줄었다.
우리은행은 4대은행 중 8월 예대금리차가 1.38%로 가장 작았다. 대출금리가 3.93%로 4대은행 중 유일하게 3%대를 기록한 가운데 예금금리는 2.55%로 가장 높았다.
예금금리 인하, 여신금리는 그대로
대출금리는 코픽스(COFIX)나 금융채 금리에 연동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6월까지는 금리 인하 기대감에 채권금리가 내려갔지만, 7월 들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닫기
또 통상적으로 은행의 예금금리는 시장금리를 빠르게 반영하지만, 대출금리는 변동 주기(6개월·1년 주기 등) 때문에 느리게 반영된다.
이 같은 시차 때문에 대출금리 하락보다 예금금리 하락이 조금 더 빠르게 반영돼 예대금리차 증감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지난 6월 이후 서울 집값과 가계부채가 치솟자 당국과 은행권이 가계대출 수요 억제에 나서고, 대출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리거나 상품에 따라 오히려 더 오르면서 예대금리차는 좁혀지지 않고 점점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8월 저축성 수신(예금)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2.51%에서 연 2.49%로 0.02%p 낮아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기준금리(연 2.50%) 이하 수준으로 내려온 수치다.
그러나 대출금리는 연 4.06%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예금금리만 내려가고 대출금리는 내리지 않은 것이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금리가 8월 중 하락했지만 6∼7월 일부 은행의 우대금리 축소, 가산금리 확대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됐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중은행의 3분기 순이자마진(NIM) 하락폭이 평균 0.01%p 정도일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 달리 3분기에는 NIM이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시중은행들의 8월 중 NIM이 예상보다 더 양호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7~8월의 추세를 감안하면 시중은행들의 경우 3분기에 NIM이 오히려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판에 조달금리 상승 영향도
금리인하 시기, 은행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판매한 예적금 특별판매 상품들로 조달비용이 오른 은행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대출금리를 크게 내릴 수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은 지난 8월, 조건 없이 최대 1억원까지 연 2.6% 금리를 제공하는 ‘우리 광복80주년 정기예금을 한정판매로 선보였고, 신한은행은 창립 43주년을 기념한 최대 연 7.7%의 고금리 적금 특판 상품인 ’1982 전설의 적금’을 단숨에 완판했다.
특판 예·적금은 은행의 예금조달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순이자마진에는 부담을 주는 양날의 검이다. 특판으로 인해 조달비용이 늘어나면 은행은 대출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 각 은행의 요구불예금의 원화예수금 대비 비중을 살펴보면 ▲국민은행 156조원(41%) ▲신한은행 136조원(42%) ▲하나은행 116조(36%) ▲우리은행 132조(37%) 등으로 모두 전년말 대비 1~2%가량 늘었다.
당국 ‘경고’에 예금금리 인상
이처럼 예대금리차가 계속 벌어지는 모습에 당국은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하나은행 본점 영업점을 직접 찾은 권대영닫기
그러면서 "금융권 스스로 가산금리 수준이나 체계를 살펴봐달라"며 "예대마진 중심의 영업 행태에서 벗어나 생산적 분야로 자금 공급돼야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에 4대은행은 지난달 예금금리를 소폭 인상하며 예대금리차 확대 속도 조절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KB Star 정기예금’의 고객 적용금리를 2.50%로 인상했고, 신한·하나·우리 등도 정기예금 금리를 각각 0.05%p씩 올렸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약 1년여 만의 일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도 예대금리차에 대한 정부 지적이나 고객들의 반응을 인지하고 있지만, 정책이나 거시경제 리스크도 있고 반영되는 시차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급하게 반영하기 힘들다”며, “대출금리는 코픽스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시차를 두고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예대금리차는 연말로 갈수록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재명정부가 발표한 ‘생산적 금융’ 방안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A) 하한이 상향되면서, 은행의 대출 여력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당분간은 신규 대출 축소와 대출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