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돌아온 직후인 지난해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는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거두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 부회장은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이 아닌 시황이 좋아진 것”이라며 “시황에 의존하다 보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쟁사 SK하이닉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반도체보다 23배 많은 9조2000억원을 남긴 것과 더욱 비교됐다. 삼성전자는 1992년부터 줄곧 지킨 ‘D램 1위’ 자리도 내줄 위기에 몰렸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삼성전자 D램 점유율은 32.7%로 지난해 말보다 8.8%포인트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과 6월 연이어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엔비디아와 HBM 공급 관련 협상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월말부터는 이재용닫기

반도체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차세대 HBM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엔비디아가 AI반도체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후속 제품인 ‘루빈’을 2026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루빈에는 차세대 HBM4가 탑재된다. 블랙웰에 탑재한 HBM3e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점유율 75%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HBM4 점유율은 공급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30%, 마이크론 20%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만일 삼성전자가 HBM4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한다면 실적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HBM은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로직) 다이’와 D램을 쌓아 만드는 ‘코어 다이’로 구성된다. 삼성전자는 베이스 다이를 직접 파운드리에서 생산하고, 코어 다이에 경쟁사보다 한 세대 앞선 10나노 1c D램을 선제 적용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다만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관건은 엔비디아 품질인증 결과다. 초기 테스트에서 긍정적 신호가 포착됐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과거 HBM3e 인증 지연 사례를 감안하면 섣부른 낙관은 이르다.
HBM4 품질인증 결과는 내년 1분기경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가격 협상을 위해 최대한 시간을 두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특정 업체에만 물량을 배정하기보다 품질과 가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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