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이날 1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2년물(600억원)과 3년물(400억원)로 구성됐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
롯데렌탈 최대주주인 호텔롯데와 부산호텔롯데는 작년 말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 파트너스에 합산 지분 56.2%를 1조5729억원에 매각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롯데그룹과 렌탈사업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어피니티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신용평가사들은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경우 유사시 지원가능성을 신용등급에 반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롯데렌탈 최대주주가 어피니티로 변경돼도 그 자체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물론 대주주 변경이 롯데렌탈에 호재라고 할 수 없다. 다만 롯데렌탈은 대기업집단에서 벗어나게 돼 각종 규제로 어려웠던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어피니티는 작년 8월 국내 렌터카 업계 2위인 SK렌터카를 인수했다. 롯데렌탈을 품으면 국내 렌터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
MBK ‘홈플러스 사태’…사모펀드 인식 악화
올해 초 롯데렌탈은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신용등급 불안으로 오버금리를 기록했지만 증액에 성공하는 등 나쁘지 않는 결과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롯데그룹을 떠나는 롯데렌탈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 측면도 확인한 것이다.하지만 불똥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바로 ‘홈플러스 사태’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 또한 도마위에 올랐다.
MBK에 대한 비판은 사모펀드 업계 전체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사모펀드의 주력 투자 수단인 LBO(레버리지 바이 아웃)가 차입부담을 늘렸고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인수 자금의 상당 부분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추가적으로 자본을 충당해야 한다. 자본은 주요 LP들과 공동투자를 검토했지만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첫번째는 밸류다. LP들은 롯데렌탈 인수가격이 부담된다는 입장이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지분을 주당 7만7115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당시 롯데렌탈 주가(약 3만원) 대비 두배 넘는 가격이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경영권프리미엄은 평균 30~50%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경영권프리미엄을 100% 넘게 책정했으니 LP 입장에서 부담은 당연하다.
두번째는 국내 자본시장 큰 손이자 최대 LP인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사태로 약 295억원 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기 때문에 여타 기관투자자와 다르다. 결국 홈플러스 사태는 LBO와 같은 고위험 투자에 국민연금이 뛰어들었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더욱 확대된 것도 국민연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일반 자산운용사 대비 국민연금과 같은 LP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사모펀드에 대한 직접 규제 혹은 국민연금의 사모펀드 출자 제한이 서로 기민하게 연결돼 있는 셈이다.
이는 사모펀드 산하에 속한 기업들의 성장이나 재무안정성을 위협하게 된다. 롯데렌탈 신용등급 불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커지는 사모펀드 규제 목소리 또한 롯데렌탈 자금조달에 제동을 걸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그룹 계열사와 사모펀드 계열사는 유사시 지원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수요예측 참여에서도 이를 고려한다”며 “사모펀드 규제 여부는 롯데렌탈의 향후 사업확대나 신용등급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이 악화된 상황이라 수요예측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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