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통 유통기업들은 대표적인 ‘만년 저평가주’로 꼽힌다. 산업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과거와 같은 성장 모멘텀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 맏형’인 롯데쇼핑은 지난해 10월 유통업계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밸류업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에서였다. 8개월이 지난 현재도 다양한 판단 기준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올해 1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주가는 상승세를 탄 모습이다. 롯데쇼핑은 밸류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수익성 개선과 해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주가는 올해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1월 2일 종가 5만2300원에서 지난 5월 7만 원선을 회복했다. 롯데쇼핑 주가가 7만 원대에 올라선 것은 무려 1년 만이다.
롯데쇼핑의 주가 상승은 올해 1분기 발표한 견조한 실적과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경영 효율화, 대선 이후 내수 부양 정책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 년간 고물가로 소비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유통업황 부진이 지속됐지만 소비심리 개선이 이뤄질 거란 전망에 롯데쇼핑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졌다.
다만 밸류업의 근거가 되는 롯데쇼핑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달 4일 기준 롯데쇼핑의 PBR은 0.15배다. PBR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인데, 1배 미만이면 기업가치가 순자산보다 낮은 저평가 종목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롯데쇼핑은 이미 지난해 말 15년 만에 진행한 토지재평가로 인해 PBR이 더 떨어졌다. 토지자산 재평가로 롯데쇼핑의 자산 장부가는 8조2686억원에서 17조7351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와 반대로 주가는 지난해 초 7만4200원에서 연말 5만4100원으로 내려간 탓에 PBR이 더 낮아졌다.
그간 롯데쇼핑의 PBR 추이를 보면 ▲2019년 0.36배 ▲2020년 0.30배 ▲2021년 0.24배 ▲2022년 0.27배 ▲2023년 0.22배 ▲2024년 0.19배에서 올 들어 0.15배로 점점 밀려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2023년 1.83%였던 ROE는 지난해 ?7.75%로 하락했다. 지난해 토지 재평가 과정에서 반영된 손상차손으로 9941억 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서다. PER 역시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PBR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실적 등에서 성과를 내 주가를 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롯데쇼핑은 주가를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국내외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중장기 가이던스로 2026년 매출 15조2000억·영업이익 8000억, 2030년 매출액 20조3000억·영업익 1조3000억 원을 제시했다. 2030년엔 해외사업 매출액을 3조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백화점 핵심상권 마켓리더십 재구축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 구현 ▲이커머스 전략 전환 & 오카도 추진 ▲자회사 턴어라운드 본격화 ▲리테일 테크 기업으로의 전환 ▲동남아 프리미엄 쇼핑 1번지로의 도약 등을 6가지 핵심 전략으로 잡았다.
주주환원 정책에도 힘을 쏟는다. 주주환원율을 기존 30%에서 35%로 확대하고, 상장 이후 처음으로 주당 3500원의 최소 배당금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 배당절차를 ‘선(先) 배당액, 후(後) 배당기준일 확정’ 방식으로 전환하며 투자자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이외에 정기적인 CEO IR DAY를 비롯한 적극적인 IR(Investor Relations) 활동으로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장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쇼핑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소매산업 기저가 낮아 올해 남은 분기 롯데쇼핑의 국내 사업 실적은 1분기보다 양호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호한 산업환경과 더불어 해외사업의 좋은 성과가 부각되면서 롯데쇼핑의 주가는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하강 국면에서 복합 유통기업으로서 손익의 가시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극복하고 그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오히려 실적 가시성이 크게 개선돼 밸류에이션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현저히 낮은 PBR 지표의 리레이팅(재평가) 가능성이 커진 점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유통시장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해외 사업 등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장하고, 국내 주요 점포의 리뉴얼과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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