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국내은행들의 순익은 22조4000억원으로, 직전해인 2023년 21조2000억원보다 약 1조2000억원(5.5%) 늘었다. 2022년 국내은행 수익이 18조5000억원 규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당기순이익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2%대 기준금리·정책 대출 압박에 이자이익 증가율 저조
금융당국은 국내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경제성장률 둔화를 막기 위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2.75%p로 낮췄다. 이는 2년 6개월여 만의 2%대 기준금리다. 금리가 내려가면 중장기적으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가 줄어들어 예대마진 감소로 은행의 수익성에 악영향이 갈 수 있고, 순이자마진(NIM)에도 하방압력을 가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NIM은 금리가 인하되기 시작한 2022년 4분기를 고점으로 축소 추세를 나타냈다. 2023년 1분기 1.68%였던 NIM은 2024년 4분기 기준 1.52%까지 내렸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59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들의 이자이익 증가율은 해마다 축소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이자이익 증가율은 ▲2022년 21.6% ▲2023년 5.8% ▲2024년 0.2%로 눈에 띄게 줄었다.
통상적으로 은행들은 높은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대출만기를 조정하는 등의 요법으로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왔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당국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등 취약차주에 대한 포용금융을 주문하고 있는 점은 리스크로 꼽힌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국내 은행권의 자체 재원 정책자금대출은 24조70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6월 말 기준 69조6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이복현닫기

대손비용 30% 감소했지만 홍콩 ELS 배상 비용 발생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순익 증가를 견인했던 것은 대손비용이 큰 폭으로 감소한 부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2024년중 국내은행의 대손비용은 6조9000억원으로 전년(10조원) 대비 3조1000억원이나 줄었다. 은행들은 앞서 2023년 중 대손충당금 산정방식 개선 등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추가 적립했다.
반면 지난해 은행들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비용 1조4000억원 등이 반영되며 영업외손실이 확대되는 악재도 있었다.
다만 국내 은행들의 판매비 및 관리비는 27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000억원(3.2%) 늘어나는 데 그치며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다.

은행업 위기 점친 금융당국, 손실흡수능력 확충 지속 유도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2025년의 경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2기의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취약부문 중심의 신용리스크 확대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당국은 이에 은행이 위기 확대시에도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 유도할 계획을 밝혔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 11일 ‘2025년도 은행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실물경제 어려움에 따른 취약부문 부실화, 금리인하 현실화시 은행의 수익성 저하 가능성에 대응해 자본비율 및 여신 취급·관리 현황을 중점적으로 지도·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 및 부실채권 상·매각 관리계획 등 점검을 통해 손실흡수능력 확충 및 자산건전성 제고 유도한다.지주 유동성·레버리지 비율 규제 및 일중 유동성 관리 제도를 도입하고 금리리스크 현황 점검에서 나서는 등 금리·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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