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입장에서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한성숙 전 대표 카드가 여전히 유효했지만 안으로 꼬여 있는 실타래를 풀 상황이 아니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사내 갈등과 반목이 커지자 그는 ‘글로벌’을 반전 카드로 선택했다.
네이버는 일본, 동남아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라인에 포시마크를 얹으면서 소셜 미디어와 커머스 결합이라는 빅픽처를 그렸다. 포시마크만이 아니었다. 최수연 대표는 북미 외에 호주, 인도 등에서 잇단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며 글로벌 행보를 가속화했다.
오는 26일 네이버 주총에서 최수연 대표는 무난히 연임될 듯하다. 그의 재임 기간 중 네이버는 역대 최대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연 매출 10조, 영업이익 2조 시대를 열며 주위 우려를 보란 듯이 불식시켰다.

그렇다면 80년대생 CEO 등장으로 네이버는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적 글로벌 진출을 이뤄낸 것으로 보면 되겠네, 라고 결론을 내리면 될 거 같은데, 그게 또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거 같다. 얼마 전 전해진 이해진 창업자 경영복귀 소식 때문이다. 그가 9년만에 경영 일선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네이버 글로벌 전략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 아닐까. 이제 라인은 사실상 일본 기업이 되었고, 포시마크 역시 거액 투자 대비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글로벌 시장에서 빅테크들 경쟁은 더욱 살벌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장 치열한 전선은 단연 AI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와중에 항복을 선언하는 국내 기업들도 하나, 둘 늘고 있다. 동맹, 제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내용은 빅테크 AI 기술 도입을 위한 백기투항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그럴 수 없다. 남들처럼 숟가락 하나 달랑 들고 글로벌 AI 흐름에 올라타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 외부 AI를 들여오는 순간, 네이버는 껍데기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처지지만 AI 투자 규모와 기술력에서 빅테크들과 네이버간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게 문제다.
글로벌로 나가는 게 쉽지 않다 보니 네이버는 다시 ‘가두리’ 카드를 만지작 거린다. 국내 시장으로 고개를 돌린 것이다. 네이버가 검색 광고의 달콤함을 뿌리치고 쇼핑앱을 새로 론칭할 정도라면 그만큼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이 지점에서 이해진 창업자가 경영에 복귀하는 것이다. 궁금하다. “하루아침에 망할 수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67년생 이해진이 매출 10조원 시대를 연 81년생 최수연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 궁금하다. 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는 것일까, 그런데 만일 그게 아니라면?
최용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cy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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