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AK홀딩스는 지난 3일 자회사 AK플라자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금전 대여를 결정했다. AK플라자는 애경그룹의 백화점 사업 부문을 하는 곳으로, 전국에서 백화점 4곳과 쇼핑몰 7곳을 운영하고 있다.
AK홀딩스는 지난달 19일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AK플라자에 자금 601억 원을 투입했다. 이달 초에는 AK플라자 운영자금 확보를 이유로 1000억 원을 추가로 집행했다. AK홀딩스 자기자본(1조2943억 원)의 약 7.73%에 해당하는 규모다. AK홀딩스는 한 달도 안 돼 AK플라자에만 1600억 원을 쏟아부었다.
AK홀딩스 측은 "AK플라자가 분당점 수익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AK홀딩스가 이자율 등의 조건이 좋은 만큼 AK홀딩스를 통해 차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다. AK홀딩스는 주력 자회사들의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상당량의 돈을 마련했다. 애경산업 주식을 담보로 830억 원을, 애경케미칼 주식을 담보로 500억 원을,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1620억 원을 빌렸다. 이에 AK홀딩스의 총 차입금은 2020년 말 1537억 원에서 2024년 3분기 4955억 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그중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 차입금만 3235억 원이다. 전체 차입금의 65%가 넘는 규모다. 그러는 사이 AK홀딩스 부채비율은 2020년 말 30.5%에서 2024년 3분기 97.1%로 높아졌다.
또 하나의 주력 계열사 애경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 여파로 2024년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6.5% 감소한 1조2832억 원에 그쳤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77억 원으로, 전년의 368억 원에서 반토막 났다.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는 애경산업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5080억 원의 매출을 기록, 한 해 전 4931억 원보다 소폭(3.0%) 성장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503억 원) 대비 13.5% 하락한 435억 원으로 집계됐다.
실적 악화로 애경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 하락 폭도 커지는 모습이다. 애경그룹의 상장사로는 지주사 AK홀딩스와 자회사 제주항공, 애경케미칼, 애경산업이 있다. 특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이후 주가는 더욱 나빠졌다. AK홀딩스는 지난달 27일 1만970원(종가 기준)에서 이달 9일 9950원으로, 9.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은 8210원에서 8.0% 내린 7550원을, 애경산업은 1만3880원에서 7.3% 빠진 1만2870원을 기록 중이다. 다만, 애경케미칼은 7100원에서 7300원으로 2.8% 올랐다. AK홀딩스의 총차입금의 약 60%가 주식담보대출인 만큼 주가가 내려갈수록 재무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3분기 기준 AK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은 26억 원이다. 이 기간 AK홀딩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억7250만 원으로, 전년(193억 원) 대비 99.0% 떨어졌다.
애경그룹은 지난 7일 고준 AK홀딩스 신임 대표를 이사회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닫기채형석기사 모아보기 부회장과 각자대표체제로 회사를 이끌게 됐다. 고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중 2018년 AK홀딩스 인사팀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AK플라자 대표이사에 올라 홍대점 등의 실적을 개선했고, 지난해 11월 자금난에 빠진 AK홀딩스로 복귀했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멍에를 쓴 애경그룹은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일부 소비자들은 애경그룹이 보유한 브랜드를 열거해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애경그룹은 1936년생 장영신 회장이 남편이자 창업주인 고 채몽인 명예회장과 사별한 후 경영을 이어받아 맨손으로 일궈낸 기업이다. 제주항공의 거점 공항인 제주도는 남편인 채몽인 창업주의 고향이다.
애경그룹은 여객기 사고 피해자들에 대해 전사 차원의 지원에 나섰다. 참사 여객기가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신속하게 사고를 수습하고, 필요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주항공뿐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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