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말 이후 작년까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7.5% 올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GDP는 5.03%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의 리쇼어링 추진, 무역장벽 강화 등으로 미국에서 생산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뚜렷했고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도 일맥상통한다.
한 나라의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그 나라 GDP 규모의 일정 범위 내에서 위아래로 움직인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GDP의 2배에 육박하고 있다. 시총 상위 기술주들의 실적 성장이 미국 GDP 성장률보다 월등히 높다는 의미다. 빅테크들이 벌어들인 돈이 다시 미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GDP 대비 월등히 높은 미국 증시 시가총액을 고평가 됐다고 지적할 수 없는 이유다. 그 이면에는 미국 경제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고 기축통화인 달러의 역할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내 증시서 하락이 두드러진 섹터는 금융이다. 규제에 민감한 섹터인 만큼 정부나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특히 국내 금융사들은 ‘원화 베이스 플레이어’인 만큼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국내 경제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다. 이는 단순히 건설사와 금융사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경제 전반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요인이다. 대표적으로 롯데그룹과 같이 계열사 PF 문제가 그룹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된다.
국내 기업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진 상황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을 정면으로 뚫고 나가야 한다. 그나마 금융당국이 빠르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위안이 된다.
기업이 밸류업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 경제와 원화에 대한 신뢰가 동반 ‘밸류업’ 돼야 한다. 현재는 기업보다 정부나 금융당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기다. 기업들에게 무엇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정부와 금융당국이 한국경제와 원화 가치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제고할 것인지 여부가 먼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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