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간담회를 열고 방카슈랑스 25%룰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1년 차에 33%, 2년 차에 50%까지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 없이 규제 샌드박스 시범 운영 이후엔 재검토를 거쳐 정식 제도화 여부를 결정한다.
방카슈랑스 25%룰은 은행이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 한 보험사 상품 비중이 전체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방카슈랑스25%룰은 대형사나 금융지주계 보험사에만 판매가 쏠려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할 수 있다는 배경에서 2003년 도입됐다. 불완전판매 등을 우려해 손보 상품에서는 자동차보험이, 생보에서는 종신보험을 판매할 수 없다.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지주 대부분이 보험사를 가지고 있어 구조상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은 계열사 상품 판매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 대형사들도 은행 창구에 높은 수수료를 줄 여력이 커 은행 창구에서도 고객에게 수수료가 높은 상품 위주로만 판매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방카슈랑스25%룰이 시행됐다.
20년 만에 규제 완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건 제도 도입 당시와 달리, 방카슈랑스25%룰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상품을 공급하는 보험사가 적다 보니 은행 입장에서도 25%룰을 지키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한 보험사 상품이 판매량 25%를 조기에 달성한 경우, 은행 창구에서는 25%룰을 지키기 위해 혜택이 떨어지더라도 타 보험사 상품을 권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요가 있는 상품인데 인위적으로 판매량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25%룰뿐 아니라 그동안 유보됐던 판매 상품 제한도 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방카슈랑스25%룰이 풀리면 은행과 연계 가능한 금융지주계, 자본력이 큰 대형 보험사가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장기인보험 판매가 주력인 손보사들은 방카슈랑스 채널 상품 제한으로 채널 활용도가 떨어져 현재는 채널이 사실상 비활성화 됐지만 이번 완화를 시작으로 사품 제한이 풀리면 대형사가 다시 재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저축성보험을 여전히 판매하고 있는 생명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 25%룰 완화에 더 반발하고 있다. 생명보험은 중소형사는 물론 상위사도 여전히 방카슈랑스 채널을 활용해 저축성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한 중소형 생보사는 3분기 누적 기준 방카슈랑스 매출이 39%로 나타났다.
방카슈랑스25%룰이 풀리면 대형사에 판매가 쏠려 중소형 보험사 기회가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룰이 개정되면 대형 은행들은 계열 보험사 상품부터 50%를 채우고 그다음은 수수료를 많이 줄 수 있는 대형 보험사 상품을 순서대로 판매할 것”이라며 “중소형사와 외국계 생보사는 역차별을 당할 수 있어 내부적으로 규제 완화에 따른 영향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방카슈랑스25%룰이 풀리면 금융지주 계열사가 아닌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그 입지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생명보험협회는 방카슈랑스25%룰 규제 완화를 반대한다고 당국에 전달한 상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25%룰을 완화하면 보험사들이 과도하게 은행에 끌려갈 우려가 크다”며 “현재 한 단계 완화하는 것을 넘어 그 이후 보험 상품에 대한 권한 문제 등 이어질 여파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원회에서는 해당 의견을 반영해 부작용이 없도록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방카 판매비중 규제완화는 소비자를 위한 제도 개선으로, 보완책은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험에 대한 은행의 설명의무를 강화하고, 사업비를 제한해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한상현 한국금융신문 기자 h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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