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여야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포함한 약 70개의 민생법안을 합의했다. 특히,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으로 오는 28일에 열릴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원금과 소정이자를 합해 1인당 5000만원까지만 보호되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한도가 1억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약 1456조원이 한도 내에 있었으나, 상향 시 추가로 약 233조원이 보호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개정안 시행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수요가 어디로 향할 것인가다. 소비자들이 그간 안정성의 이유로 1금융권을 선호했지만, 보호한도가 늘어남에 따라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이동할 유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 차이가 크지 않아 머니무브가 약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개별 상품 기준 최고금리 차이가 0.2%p에 불과해 예금을 옮기기엔 소액의 이자만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12개월 평균 금리가 3.61%로 나타났다. 개별 상품 기준 최고금리는 3.80%였다. 반면, 같은 기준 은행의 개별 상품 기준 최고금리는 3.60%로 드러났다.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머니무브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예금보호 한도보다는 수신금리 인상이 더 효과적"이라며 "기존에 저축은행을 이용하지 않았던 고객들이 한도를 올린다고 해서 저축은행을 이용할 고객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축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호금융도 보호 한도를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상호금융권 중 새마을금고는 예금자보호법을 적용받지 않는 대신,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예금을 보호한다. 농협과 수협의 지역조합, 신용협동조합의 예금도 관련 법률에 따른 자체 기금에 따라 보호된다.
즉, 예금자보호제도를 개정해 한도를 상향하더라도, 상호금융권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다만, 제도가 변화함에 따라 상호금융권도 자체적으로 보호 한도를 상향할 가능성이 높아 저축은행으로 몰릴 자금이 상호금융권으로 나눠질 수도 있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법안 통과가 이뤄진 게 아닌 합의를 한 것으로, 만약 한도를 올리게 된다면 상호금융권도 따로 5000만원으로 남아있을 수는 없어 맞춰서 한도를 올려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예금보험료(이하 예보료) 부담이다. 예보료는 예금보험제도 운영을 위해 예금보험공사가 금융회사로부터 받는 기금이다. 현재 예금자보호법상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은 예금 잔액 대비 0.4%로, 타 업권에 비해 가장 높다. 시중은행의 예보료율은 0.08%, 이외 보험사, 종합금융사, 증권사 등 투자 매매중개사는 0.15%를 적용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 지급한 예보료는 총 555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하면 17.4%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그러나 보호 한도가 늘어나면 추가로 보호되는 금액에 대한 예보료 부담도 늘어나 저축은행업계의 우려가 크다.
그뿐만 아니라 예보료가 오를 경우 소비자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기관이 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고려되는 부분은 조달금리와 판관비 등이 있는데, 그중 예보료도 포함된다. 가장 먼저 조달금리에 업무 자본 원가인 판관비를 더한 뒤, 예보료를 더한다. 이후 대손율과 일정 마진을 포함해 최종 대출금리를 산정하게 된다.
만일, 예보료가 오른다면 금융기관이 이외 다른 요소를 줄이지 않는 이상 대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예보료가 상승하더라도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마진을 조정한다면 대출 금리가 오르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나 예보료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요인인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다민 한국금융신문 기자 dm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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