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요트 사업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고 한다. 해외 출장길에서 본 하얀색 요트가 향후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이 1975년 ‘경일요트산업’이란 회사를 설립한 배경이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경일요트산업은 국내 최초로 요트를 제작한 회사다. 이때 만든 세일요트 ‘파랑새호’로 국내 최초로 태평양 횡단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주인이 자주 바뀌면서 ‘정주영 회장의 요트회사’는 험난한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그래도 사라지지는 않았다. 지금은 HLB그룹 계열사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요트(대표이사 이철웅)라는 회사다.
HLB에 정착하기까지 항해는 순탄치 않았다. 경일요트산업은 1983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흡수돼 당시 정몽구 사장 지휘 아래 요트 건조에 힘을 쏟았지만, 기술과 인프라 부족으로 사업을 성장시키지는 못했다.
2000년 현대정공은 요트 사업 부문을 ‘현대라이프보트’라는 자회사로 분사했다(현재 현대요트 최상위 모기업 HLB 사명이 현대라이프보트 영문 앞글자라는 점은 이채롭다). 아무튼 현대라이프보트는 요트 사업 부진이 계속되자 2006년 요트 생산을 멈추고 선박용 구명정 생산 업체로 변신했다.
그러다 2007년 현재 주인인 HLB그룹과 연을 맺는다. 당시 코스닥 상장사인 디앤에코가 조선업과 해양레저산업 진출을 위해 현대라이프보트를 인수했는데, 이때 디앤에코 최대주주가 진양곤 현 HLB그룹 회장이었다.
이후 현대라이프보트는 진양곤 회장이 그룹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분사와 합병을 반복하면서 현재 HLB 손자회사로 존속하고 있다.
현대요트는 요트와 해양레저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요트 건조보다는 수입·판매·임대 위주로 사업하고 있다. 그간 바바리아, 삭스도어, 엑세스 카타마란, 프레스티지, 스완 등 세계적 요트 브랜드 국내 판매를 담당해 왔다.
최근에는 페레티 그룹과 국내 독점 유통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은 19억원이며, 영업손실 1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 브랜드 사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범현대가에서 공식적 문제제기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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