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4일 SK에너지·SK지오센트릭·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3개사 CEO(최고경영자)를 교체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정유·석유화학·배터리 소재 자회사 수장을 교체하며 경영 쇄신 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낸 것이다.
대대적 후속 인사도 올해 내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말 90명에 달하던 SK온 임원 수는 올해 8월 중순 기준 75명으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진교원 전 COO(최고운영책임자) 사장, 최영찬 전 CAO(최고관리책임자) 사장(현 SK E&S 미래성장총괄), 성민석 COO(최고사업책임자) 부사장 등 다수 C레벨 경영진이 회사를 떠났다.
SK온은 지난 7월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흑자전환 달성까지 모든 임원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자금난 해결을 위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등과 합병하고,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 합치는 등 그룹 차원 지원이 총동원됐다.
이석희 사장은 반도체 공정 전문가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후 SK하이닉스가 인수한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 의장을 맡다가 기술전문위원으로 물러났다. 일선에서 멀어진 경영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핵심 계열사 CEO로 깜짝 구원 등판한 것이다.
이는 SK온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으로 재무위기를 맞았지만 기술 리더십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렸다. 이 사장이 하이닉스를 이끌 당시 반고체 시황이 하락국면으로 진입하면서 회사 실적도 내리막길을 탔다. 그럼에도 이 사장은 기술 투자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이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인텔 기술상을 세 차례 수상한 글로벌 제조업 전문가로, 회사를 첨단 기술 중심의 글로벌 톱티어 배터리 기업으로 진화시킬 최적의 인물”이라고 밝혔다.
유정준 부회장은 재무 전문가이자 풍부한 글로벌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사업에 강점이 있다. 특히 SK온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미국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2020년 SK E&S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북미를 중심으로 그룹 미래 에너지 사업 발굴에 주력하다가, 이번에 SK온으로 복귀했다. SK이노베이션으로 이동한 전임 SK온 대표이사 최재원닫기최재원광고보고 기사보기 수석부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복심’으로 꼽힌다.
당장 SK온에게 주어진 과제는 흑자전환이다.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2026년 IPO(기업공개)가 다가온 만큼 사업 지속가능성을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 SK온이 배수의 진을 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장 3분기 실적 전망이 최악은 아니다.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SK온 3분기 영업손실은 800억~1300억원 수준이다. 회사는 지난 2분기 4600억원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SK온은 4일 실적을 발표한다.
문제는 이 같은 개선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지 여부다. SK온 적자 축소 전망은 완성차 회사로부터 받는 보상금에 있다. 완성차들이 캐즘을 이유로 전기차 물량을 축소했는데 배터리 회사와 계약에 따라 물량 축소에 따른 손실분을 일부 보상한다. 본업 정상화와 정반대되는 일시적 반등이라는 불안감이 더 크다.
게다가 3분기 실적을 먼저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전망에 대해 “매출 개선은 어렵다”고 했다. 전기차 수요 부진이 단기간 개선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주력 사업이 전기차용 파우치형 하이니켈 배터리로 서로 엇비슷하다.
물론 SK온이 바라보는 전망은 다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을 완성하고 내년부터 현지 전기차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SK온은 이 곳에서 만드는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을 담당한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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