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가 하면 작년에는 또 다른 친한 지인이 월세방을 떠나면서 보증금을 빼는 과정에서 집주인이 ‘집을 더럽게 썼다’고 억지를 부리며 보증금 500만원 돌려주기를 거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뭔가 부숴먹었거나 벽에 못이라도 박았으면 모를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보증금 500만원을 못 돌려주겠다는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다행히 이 지인은 치열한 법리다툼 끝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지인들이 부동산과 관련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부분은 ‘정보를 얻을 방법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요새 아무리 주거와 관련된 상담센터나 어플리케이션이 잘 돼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관련 네트워크가 충실히 갖춰진 기성 부동산 세력에 대응하기에 개인의 힘은 너무나도 미약하다. 태생부터가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지난해부터 전국 청년들을 눈물 짓게 하고 있는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만 해도 그렇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사자성어가 있듯, 공인중개업자나 악성 임대인들이 작정하고 사기를 치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고 해도 걸려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그 대상이 사회생활 경험조차 얼마 없는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이라면 더 설명할 것도 없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들이 고통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다수 부동산정책은 주로 다주택자·건설회사 등 ‘가진 자’의 입장만을 좀 더 보호할 뿐, 약자에 대한 배려는 형식적으로 대충 끼워넣는 방식으로 행해졌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아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 부동산은 꾸준히 우상향하며 ‘부동산불패’라는 이론을 만들어냈고,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사이 격차와 불신을 점점 키워왔다.
혹자는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 속 당연한 현상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제도를 한 번 움켜쥔 세력이 이를 영원히 이용하며 세습까지 한다면 그 독점이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최소한 출발지점에도 서지 못한 청년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 아닌가.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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