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회사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번주 회의를 열고, 금년 말부터 내년 초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승계절차를 개시했다.
이날 신한지주 자경위는 개정된 경영승계계획에 따라 ‘자회사 대표이사 승계후보군(Long-list)’을 선정했으며, 향후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을 위한 심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자경위 관계자는 “신한지주 이사회는 2023년 상반기부터 경영승계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으며, 이번 개정은 23년 말 감독당국이 제시한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를 통해 은행·카드·라이프·캐피탈·제주은행·저축은행·자산신탁·DS·펀드파트너스·리츠운용·벤처투자·EZ손해보험 등 12개 계열사의 대표 승계 준비가 시작했다. 자경위는 자회사 대표 후보군을 선정했으며 개별 후보 심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여러 계열사 대표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은 정상혁 은행장의 연임 여부다. 2023년 선임된 정 은행장은 1964년생으로 1990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고객만족센터장, 소비자보호센터장, 삼성동지점장, 역삼역금융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정 은행장은 리테일, 기업금융 영업점장 근무 시 탁월한 영업성과를 시현하는 등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추고 있다. 고객과 시장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부행장 당시 자금시장그룹장으로 자금·조달운용, 자본정책 실행 등을 총괄하면서 자본시장 현황과 ALM 정책 및 리스크관리 등 내부 사정에 정통해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현재 금융환경에서 위기대응 역량을 갖춘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정 은행장 선임 당시 “정 부행장은 지난 2년간 은행의 경영전략 및 재무계획 수립, 실행을 총괄하는 경영기획 그룹장을 역임하며 '2030 은행 미래비전' 제시 및 미래 핵심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혁신을 주도, 탈권위적 소통과 유연한 대응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등 변화관리 리더십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룹 내에서 다방면으로 인정 받으며 은행장에 오른 그는 오는 12월 31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한은행을 '3조 클럽'로 입성시켰으며, 글로벌 사업 등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어 연임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임 첫 해에 '3조 클럽'...올해도 실적 승승장구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취임 첫해인 2023년 순이익 3조 677억원을 기록하며 ‘3조 클럽’ 자리를 지켰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2022년 이룬 ‘3조 클럽’의 위상을 이어간 것이다. 이어 올 상반기에는 시중 운행 중 유일하게 2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53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2.2% 증가했다. 이는 대출자산 증가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 및 전년 동기 적립했던 추가 충당금 적립 효과 소멸에 따른 대손비용 감소 영향으로 보인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124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1.1%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대출자산 증가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와 전분기 홍콩H지수 ELS 관련 충당부채 적립 효과 소멸 및 2분기 중 일부 환입 영향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2조원이 넘는 순익을 바탕으로 신한은행은 2024년 2분기 연속 리딩뱅크 수성에 성공했다. 신한은행과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 1조5059억원을 기록했으며, 2분기 당기순익은 1조1164억원을 거두며 2위 자리를 지켰다.
정 은행장은 수수료이익에서 괄목한 성장을 이뤄냈다. 신한은행의 수수료이익은 전년동기대비 9.6% 증가한 5조215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방카수수료와 투자금융수수료가 전분기 대비 각각 125.7%, 87.6% 증가하며 수수료이익 부문의 성장을 견인했다.
경비차감전 영업이익은 4조538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4%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이자부문이익은 4조3798억원으로 같은 기간 6.3% 늘었다. 반면 비이자부분이익은 4061억원으로 같은 기간 3.3% 하락했다.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전분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6월 말 기준 가계출 연체율은 0.25%로 전분기 대비 0.03%p(포인트) 줄었다. 구체적으로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4조918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49%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자금대출 잔액은 67조4710억원이다.
또한 기업대출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고르게 증가했다. 대기업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으로 33조3110억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37조6270억원이다. 중소기업 대출이 연체율은 6월 말 기준으로 0.63%로 전분기보다 0.06%p 하락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 말 대비 0.01%p 상승한 0.25%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넘어 글로벌 리딩뱅크 꿈꾸는 정상혁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글로벌 사업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디지털을 기반한 리테일 사업에 주력하고 선진금융 시장에서는 IB, 기업금융 등에 집중하는 등 진출 국가별 환경 분석에 기반한 차별화된 성장 전략으로 글로벌 전역에서 꾸준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그 결과 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사업 당기순이익은 400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61억원 36% 증가했다. 은행 내 손익 비중도 20%에 육박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특히 베트남과 일본 등 핵심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채널이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금융권은 이에 대해 정 은행장이 지난해 취임 후 과감한 글로벌 행보를 추진한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5월 일본 수도권 중소기업 및 개인고객을 중심으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도쿄 키라보시 금융그룹’과 손을 잡고, 리테일·디지털 사업 전략 수립, 운영위원회 구성 및 신사업 발굴 등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베트남 진출을 원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각종 지원제도 및 투자정보, 맞춤 컨설팅 지원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1992년 베트남 현지에 대표사무소를 설립하고 현지화 전략을 착실히 수행해 나갔다.
신한베트남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20년 1206억원 △2021년 1276억원 △2022년 1975억원 △2023년 2328억원 △2024년 6월 말에는 1413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에는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카자흐스탄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며 현재 사업 다각화를 위한 다양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현지유망기업을 지원했고, 프로젝트 금융추진, 무역금융 기회 발굴 등 다양한 수익원 창출을 위한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몽골 최대은행인 칸은행과 디지털 금융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몽골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망 성장시장의 전략적 거점 확대를 위해 멕시코 몬테레이 지역에 멕시코신한은행 몬테레이지점을 개점했다.
정 은행장이 취임한 이후 신한은행의 글로벌 영업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에 5개 지점을 추가하며 총 지점을 51개로 늘렸다. 올해 내로 4개 지점을 추가로 개설하며 베트남에서 신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030년 기준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 비중 40% 초과를 목표로 국가별 환경분석에 기초한 차별화된 성장 전략과 새로운 시도로 글로벌 외연 확장을 위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정적인 글로벌 경영관리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이어가는 동시에 조인트벤처(JV) 설립, 현지금융회사 지분투자 등 글로벌 투자중심의 인오거닉 성장도 추진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진옥동-정상혁 체제 유지 가능성 높아
승계절차가 시작되며 새로운 후보군도 거론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정상혁 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가 오는 2026년까지라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진옥동-정상혁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진 회장은 2022년 내정자 신분에서 10개 계열사 중 5대 대표를 교체하며 진옥동 색깔로 대대적 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는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며 9개 계열사 CEO 전원이 연임했다. 큰 변화 없이 진옥동 체제를 굳힌 것이다.
진 회장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만큼 올해 연말 인사에서도 CEO 교체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진 회장은 2일 창립 23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지금은 동기 부여보다는 우리가 하는 일에 집중이 필요하다"며 내실을 강조한 바 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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