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장에서 수주한 건수와 금액이 지난해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1~6월 국내 건설사들의 주거용 건축 수주액은 33조73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조8766억원)보다 약 12.9% 증가했다.
앞서 건설사 주택수주액은 2021년 상반기 39조원에서 2022년 48조원까지 껑충 뛰었다.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자잿값 상승 등으로 지난해 주택수주액은 30조원까지 하락했다. 다만 올해 2분기부터 집값 상승으로 공사비 현실화가 이뤄지자 건설사들이 다시 주택수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특히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우수하고 사업 규모가 큰 사업장에 대거 뛰어들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상반기 3조3060억원의 누적수주액을 기록했다. 수주한 주요 사업장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7740억원), 경기 성남시 중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6782억원), 서울 송파 가락삼익맨숀 재건축(6340억원) 등이다. 현대건설은 하반기에도 반포·한남·미아 등 다수의 정비사업 추가 수주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에 3건의 굵직한 수주 실적을 기록한 롯데건설은 최근 7058억원 규모의 동대문구 전농8구역 재개발사업을 따내면서 2조클럽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SK에코플랜트도 지난달 대전도마변동 6-1구역 재개발을 수주했으며, DL이앤씨도 잠실우성4차 재건축과 도곡개포한신 재건축에서 시공권을 가져왔다.
서울에서 하반기 공사비가 1조원 이상 사업지들이 남아있는 만큼, 건설사들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시공사 선정 예정인 1조원 이상 사업지는 ▲한남5구역 재개발(1조7000억원) ▲한남4구역 재개발(1조5700억원) ▲신반포2차 재건축(1조2830억원) ▲신길2구역 재개발(1조700억원) ▲마천3구역 재개발(1조250억원) 등 5곳이다.
다만 큰 공사비가 걸린 대어급 정비사업지에는 대형 시공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공사를 찾지 못해 유찰을 거듭하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건설사들은 수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진 공사비 상승으로 수익성 하락을 우려해 수주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강남 지역에 위치한 사업장에서도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지만, 유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초구 방배7구역 재건축사업이다. 앞서 열린 시공사 현장설명회에는 삼설명회에는 삼성물산, 대우건설, 롯데건설, HDC현산 등 11개사가 참석했다. 하지만 입찰참여에서는 건설사들의 무응찰로 유찰됐다.
지난 4월 입찰 공고를 낼 당시 3.3㎡(평)당 공사비는 957만원, 총 1772억원으로 제시했다. 부촌 알짜부지로 평가받는 방배동에 위치해 상징성까지 갖추고, 평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공사비를 제시했음에도 건설사가 외면한 것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방배7구역 재건축과 관련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조합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이 공동주택성능요구서에 100년까지 건물 수명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건물이 100년을 버틸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선 두껍게 만들어야하는데, 서비스공간과 입주자들이 누릴 수 있는 전용면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요구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파트 안에는 전기·배관 등이 들어간다. 결국 노후화되기 때문에, 100년을 보장한다는 것은 건설사 입장에선 아주 큰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콘크리트 구조물 자체는 60년까지는 문제 없다. 또한 좋은 콘크리트를 쓰면 100년 정도는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바다에서도 버티는 콘크리트를 쓴다면 이 공사비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오래된 아파트의 고질적인 문제인 녹물과 관련해서도 유지보수가 필수적으로 따라붙는데, 이런 작업들을 100년간 보장한다는 리스크를 떠안고 품을 정도로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조합은 ‘100년까지 건물 수명을 보장해달라’고 한 부분을 '60년'으로 조정했다.
또한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5차아파트도 포스코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각각 입찰참여 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재건축사업 시공권에 관심을 보였다. 다만, 삼호가든5차 조합이 지난 2일 입찰을 마감했지만 포스코와 SK 모두 입찰보증금을 내지 않아 유찰이 확정됐다.
시공권에 관심을 둔 건설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상징성도 중요하지만, 각사가 바라는 입찰 조건은 다르다. 내부적인 검토 결과,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아예 포기한 상황도 아니다. 수주의지는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부산에서 남천동 삼익비치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연산동 망미주공아파트(연산5구역) 재건축 사업도 현금 400억원의 입찰 보증금 등의 이유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조합은 입찰 조건을 대폭 완화해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송파구 마천3구역 재개발 조합 역시 1차 입찰을 진행했지만, 조합 내 갈등, 부담되는 보증금 규모로 참여한 건설사가 단 한곳도 없어 재입찰을 진행 중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대어급 사업지를 제외한 다른 사업은 출혈경쟁을 피하면서, 사업성이 좋은 곳으로 선별 수주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낮은 공사비와 함께 과도한 조건을 제시하는 조합은 시공사 찾기에 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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