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그룹은 지난달 법인명을 ‘다이닝브랜즈그룹 주식회사’로 변경했다. 이는 지난 7월 발표한 bhc그룹 산하 브랜드들의 법인명 통합에 맞춰 연장선으로 진행됐다. 기존 bhc 사명이 치킨 가맹사업에 국한된다는 이미지를 개선해 글로벌 외식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따로 운영해오던 브랜드 법인을 하나로 통합해 법인 간 경영 효율화와 시너지 제고도 염두에 둔 조치다. 이를 토대로 종합 외식기업으로 인지도를 넓혀 K푸드 열풍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bhc그룹에서 다이닝브랜즈그룹으로 오기까지 지난 한 해는 다사다난했다. bhc치킨과 BBQ치킨과의 법정 공방이 bhc그룹 내 경영진 간의 갈등으로 비화 되면서다. bhc치킨은 앞서 지난 2013년 BBQ로부터 독립한 치킨 브랜드다. 당시 BBQ가 미국계 사모펀드인 더로하튼그룹(TRG)에 bhc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출신의 박현종 전 대표는 BBQ에서 근무하다가 매각 과정에서 bhc 전문경영인(CEO)로 합류했다. 이때부터 BBQ와 bhc는 오랜 기간 공급망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박 전 대표는 2018년 들어 bhc그룹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 이에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엘리베이션쿼티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인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GGS)를 꾸렸다. GGS는 bhc그룹 지분 100%를 쥔 지주사다. 지분구조는 MBK파트너스와 해외 기관 투자사들이 약 90%를 들고 있다. 그 외 8%가량은 박 전 대표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박 전 대표와 BBQ의 갈등이 계속됐고, 본사와 가맹점주의 마찰도 빚어지면서 기업 이미지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송호섭 대표는 1970년생으로,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을 나온 유학파다. 그는 이후 1993년부터 나이키코리아와 로레알코리아 등 글로벌 브랜드에서 마케팅 경력을 쌓았다. 이들 브랜드의 국내 시장 진출을 도왔다. 송 대표는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직을 역임했다. 재임 기간 스타벅스 확장 전략을 펼치면서 매출 2조 시대를 열었다.
송 대표는 bhc그룹에 합류하자마자 리브랜딩부터 시동을 걸었다. 우선 bhc치킨 모델로 지난 10년간 활약했던 배우 전지현을 황정민으로 교체했다. 또한, 올림픽 탁구 스타 신유빈 선수를 bhc치킨 대표 제품인 ‘뿌링클’ 모델로 내세웠다. 그는 본사와 가맹점주와의 갈등구조를 풀기 위해 간담회도 정례화했다.
송 대표는 가맹점주들이 주로 제기한 모바일 쿠폰 수수료 부담을 현안으로 테이블에 올렸다. 또한, 가맹점주 간담회를 3·6·9·12월 분기별로 정례화하기로 했다. 지역 소단위 간담회도 공을 들인다. 회의 방식도 가맹본부가 제안하는 안건을 논의하는 것에서 가맹점주가 사전 접수한 안건을 의제로 바꿨다. 조리 로봇인 ‘튀봇’의 매장 도입 확대도 주요 안건이다. 최근에는 가맹본사와 가맹점주협의회,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자율분쟁조정협의회’도 출범시켰다.
송 대표는 가맹점주 수익 개선을 위해 납품용 튀김유 공급가를 기존 가격 대비 4500원 인하했다. 가맹점주 대상으로 본인 외 배우자나 직계존속, 직계비속 중 1명을 추가해 최대 2인의 건강검진을 지원해주는 섬세함도 보였다.
또한, 가맹점주가 부모상(배우자 부모 포함)을 당할 시 장례 절차를 돕는 상조 서비스도 마련했다. 가맹점주로부터 까다로운 조리법으로 손꼽혔던 bhc치킨 인기 메뉴인 ‘포테킹’도 단종시켰다.
송 대표는 bhc치킨 해외 출점도 이전보다 한층 강화했다. bhc치킨은 현재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홍콩, 미국 등 5개 국가에서 2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중 상반기에서만 10개 매장이 문을 열었다. 송 대표는 올해를 bhc치킨 글로벌 확장 원년으로 삼고 있다.
그는 아웃백도 기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캐주얼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했다. 가족 단위가 아닌 친구나 연인 사이도 부담 없이 올 수 있도록 메뉴 구성을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송 대표는 최근 모친상을 당한 윤홍근닫기윤홍근기사 모아보기 BBQ 회장의 빈소도 찾았다. 잦은 법정 다툼으로 갈등의 골이 깊었던 윤 회장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업계에서는 송 대표와 윤 회장의 친분이 오랜 기간 이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송 대표는 bhc그룹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공정위가 현재 bhc치킨 가맹점주 영업시간 강요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정위는 bhc치킨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문제 삼으며, 이 과정에서 가맹점 부당 거래는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bhc치킨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2.5%로 동종업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치킨업계 ‘BIG3’인 교촌(5.6%), BBQ(13.7%)보다 월등히 높다.
송 대표는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맹점과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국내 1등에서 벗어나 글로벌 외식 기업으로 성장하는 초석을 다지겠다”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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