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중한 책임감이 요구되는 시기에 승진한 만큼 정 회장의 삶도 달라졌다. 그간 ‘용진이 형’이라 친근하게 불리며 ‘소통하는 오너’로 활약했지만 이젠 좋아하던 SNS와 골프도 끊고 12시간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위기의 그룹을 살리기 위해 달라진 모습이다.
신세계그룹은 “정 신임 회장의 승진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과거 ‘1등 유통 기업’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기로에 서 있는 신세계그룹이 정 신임 회장에게 부여한 역할은 막중하다”라고 강조했다.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정 회장은 승진과 동시에 SNS부터 끊었다. 앞서 정 회장의 활발한 SNS 활동을 두고 ‘오너리스크’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평소 SNS 게시물을 게재하며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던 그는 논란이 돼 왔던 게시물 대부분 삭제했다. SNS 소개글에서도 ‘멸공’을 연상케 하는 ‘멸균’ 등 단어를 지웠다.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의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논란을 최소화하고,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연말 정 회장이 주재한 경영전략실 회의에서부터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일하는 방식과 조직, 시스템을 다 바꾸라”고 주문하면서 철저한 성과 중심의 인사체계를 강조하면서 본인의 업무 패턴부터 바꿨다.
계열사 CEO를 대상으로 한 ‘신상필벌 인사’도 이뤄졌다. 정 회장 승진 한 달 만인 지난 4월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를 경질했다. 앞서 정 회장은 실적이 부진한 CEO는 수시교체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인사 조치로 풀이된다.
수익성 개선의 일환으로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도 합병작업을 진행한다. 통합 매입과 물류 등을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또 매입 규모를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정 회장의 비상 경영체제의 결과였을까. 올 1분기 신세계그룹은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핵심계열사인 이마트는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실적반등에 성공했다. 연결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471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245% 증가했고, 매출액은 7조2067억원으로 1%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 톱3(롯데·신세계·현대) 중 가장 눈에 띄는 성적표를 냈다.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9% 증가한 1조8014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1분기 매출(1조 6695억원)을 1년 만에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3.1% 늘어난 1137억원을 기록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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