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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재중인 ‘政治’에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기사입력 : 2024-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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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현태 기자
▲ 주현태 기자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빚으로만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대규모 전세사기 공포가 전국을 휩쓴 지 1년이 지났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 대부분이 피해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기 피해자 한 명이 자녀와 남편을 두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피해자는 A씨는 2019년 대구 지역 다가구주택에 전세보증금 8400만원을 내고 입주했지만, 다가구 후순위인 데다 근저당이 설정됐던 2017년 기준 소액임차인에 해당하지 않아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지 못한 구구절절한 사연이 전해졌다.

그는 지난달 12일 전세사기피해자지원위원회로부터 피해자 인정 요건인 경매개시결정 등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특별법상 ‘피해자 등’으로 분류됐고, 지난달 9일 살던 집의 경매개시결정 사실을 확인하고 이의신청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관련 대책은 무엇이었을까? 정부는 전세사기를 ‘질나쁜 조직범죄’로 규정하면서, 지난해 6월 전세사기특별법도 시행됐다. 특별법의 핵심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가 경·공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자들은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인정받기 힘들고, 보증금 회수 등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공감없는 법률상담·행정·예방책과 혈세를 낭비한다는 부정적인 사회인식이 피해자들을 난도질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전세사기에 휘말린 한 친구는 “진짜 죽겠다. 제대로 알아보고 계약했어야 했다. 집이 많은 부자라고 소개한 중개사도 전세사기에 가담했을지는 진짜 몰랐다”며 “와이프한테 눈치 보이고, 애한테 미안하고 자살 충동 느껴진다”고 한탄했다.

그는 사기 이후 서러웠던 기억으로 지자체에서 상주하는 법률상담자의 태도였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상담자는 “집주인이 근저당 설정이 돼 있는 것을 알면서도 왜 계약했느냐”고 지적했다. 요컨대, 사기당할 것을 알았으면서도 왜 계약했냐, 너도 잘못이 있다고 해석된다.

전세사기를 당한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에도 큰 정신적 에너지를 쓰는데, 그들을 도와줘야하는 지자체에서 나온 말치고는 정말 정신병자의 상담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정부의 지지부진한 구제 방식 선정도 문젯거리다. ‘정부가 PF대출 관련한 건설사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전세피해자들은 방치한다’, ‘규제할 때만 개입하고 전세관련한 피해자들은 모르는척한다’는 극단적인 표현이 나오는 상황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구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남아있다.

현시점에서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부분은 보증금 손실을 줄이기 위한 ‘선구제 후회수’ 방식이다. 야당이 발표한 ‘전세사기 지원방안’에 대해 피해자들이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화두로 꼽힌다.

다만 선구제후회수 방식을 쫓아가다 보면, 전세사기 문제는 여전히 뫼비우스의 띠처럼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전세사기 물건의 공정가치 평가 기준, 복잡한 권리 등으로 보상안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여기에 주택도시기금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으로 재원조차 모자란 상황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부가 1년이라는 시간동안 물건평가 기준을 세우지 않고 무엇을 했냐는 점이다.

정부는 피해자들이 장기간 대출에 의존하다가, 자력으로 보증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재원부족으로 선구제후회수 방식이 옳지 않다면,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을 확실하게 제시해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사기에 조금이라도 가담한 자들의 전 재산을 몰수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주는 영화에서 볼법한 일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피해자인 친구의 말처럼 국민을 위한 신념으로 정부가 영웅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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