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이드라인은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가능성, 이사회 책임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는 2일 한국거래소(이사장 정은보닫기정은보기사 모아보기),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등 유관기관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 2월 26일 1차 세미나 때 발표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중 하나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세미나에서는 한국거래소 정지헌 상무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추진경과 및 향후계획'을,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실장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안) 주요 내용을 주제 발표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상장기업이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립하는 발전전략이라는 점에서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가능성, 이사회 책임 등의 특징을 지닌다.
주요 내용을 보면, 투자자의 이해편의 및 비교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기업개요-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 등 목차별 작성방법을 제시했다.
비재무지표는 지배구조와 관련하여 일반주주 권익 제고, 이사회 책임성, 감사 독립성을 위한 여러 요소들을 기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항목 및 기관투자자 등 시장참여자들이 주목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제시됐다. 예컨대, 모자회사 중복상장 이슈가 있는 경우 모회사 주주의 권익을 보호·증진할 수 있는 계획을 설명하거나, 지배주주 등의 비상장 개인회사 보유 이슈가 있는 경우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선정한 핵심지표의 시계열 분석, 산업평균 또는 경쟁사와의 비교 등을 통해 현재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도록 안내했다.
목표 또는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불성실공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기업의 우려도 덜었다. 정부는 이미 예측정보 관련으로 거래소 공시규정 등에 면책제도가 구비되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제시했다. 목표의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정정공시를 통해 목표를 수정·보완할 수도 있다.
기업은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 및 공시한다. 사업부문별 투자, R&D(연구개발)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 및 배당등 주주환원, 비효율적인 자산 처분 등 다양한 계획수립을 할 수 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연 1회 등 주기적 공시가 권장된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먼저 공시해야 한다. 공시 사이에 계획에 따라 어떠한 노력을 이행했는지를 기재하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안에 대해 최종 의견수렴을 거쳐 5월중 확정하며, 이후 준비가 되는 기업부터 공시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패널토론은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사회로 이뤄졌다. 투자자, 기관 및 상장기업, 학계 등 전문가들이 자리했다.
대체로 기업 밸류업에 대한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다만, 기업들은 자율성 공시는 바람직하나, 신규 공시 관련한 부담과 리스크는 여전히 있다고 언급했다.
투자자들은 실질적인 정보로 자리매김해야 하고, 소통의 중요성을 꼽았다. 학계에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 일치가 관건이라고 봤다.
토론에서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은 "중복공시와 같은 부담을 최소화하고, 재무적 의사결정에 효과적인 정보가 되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며 "특히 경영자 입장에서 중요하게 보는 정보가 추가적으로 담겨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왕겸 센터장은 "공시 주기와 세부 방안도 잘 디자인돼야 한다"며 "12월 말 결산 법인 등의 사업 보고서가 나오는 시점 즉 3월과 비슷한 시점에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가 나오면 이용자들 입장에서 정보 활용이 용이할 것이다"고 제시했다.
또 JP모건 김현정 주식부문대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현장 목소리를 전하며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자발적 기업가치 가이드라인으로 향후 많은 모범기업과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의 이승근 국민연금공단 주주권행사1팀장은 "기업가치 제고계획이 실질적으로 되기 위해 경영진 보상체계가 계획과 잘 연계돼 인센티브가 돼야 한다"며 "사외이사 역할이 중요하고 이사회의 실질적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소통 항목이 포함된 것이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밸류업이 된 다음 증시 밸류업이 돼야 하는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1주가 서로 다른 게 아닌가 하는데서 문제의식이 출발해야 한다"며 "지배주주외 일반주주 간 이해를 동일선 상에 놓는(align)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준혁 교수는 "공시 지표가 제일 관심사일 것이다"며 "기관 투자자가 지표 가운데 더 의미 있는 게 무엇인지 시장에서 목소리를 내주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기업에서 천기성 CJ제일제당 재경실 부사장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투자하느냐, 주주환원을 할 것이냐 인데,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기업이 성장해서 주주에게 결실로 돌아간다고 보고 있고, 업종 별로 세분화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제언했다. 예컨대, 유지보수, 신규증설이 필연적인 업종이 있다고 짚었다.
또 세제 측면도 주주환원만 너무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천기성 부사장은 "PBR, ROE 등 특정지표에 지나치게 매몰되면 불피요한 낙인 효과가 기업 입장에서는 있을수 있으니 고려해주면 좋겠다"며 "또 과거의 것도 평가 대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현수 고영테크놀러지 경영기획실장은 "의무화나 강제성을 띠면 형식적으로 하게 되고, 예를 들어 대부분의 회사가 PBR 1배 이상으로 높이려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초반에는 의지가 있는 기업들의 좋은 사례를 만드는 중심으로 가고, 인센티브로 장려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제시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이효섭 자본연 실장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 주인 대리인 문제에 대해 정보비대칭 완화, 인센티브, 패널티 이 세 가지 해법이 가이드라인에 충분히 담겼다"고 했다. 이 실장은 패널티가 없다는 우려가 있는데 대해 "시장 경제 메커니즘에서 가장 세련된 것이 피어(동료) 그룹 간 프레셔(압력)를 통한 것으로, 암묵적인 패널티가 될 수 있다"며 "한 기업이 자율 공시를 하면 경쟁 기업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정지헌 거래소 상무는 "수 차례 간담회를 하면서 기업의 자율적 참여라는 방향성, 주주 소통의 필요성 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다만, 실질적 인센티브는 필요하며, 가이드라인도 지속 발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에서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가 상장기업-투자자 간 원활한 소통의 장이 될수 있다"며 "앞으로도 의견 수렴하면서 지속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운영 및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은 건전한 시장 압력을 통한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단기적인 가시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기업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긴 호흡을 가지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축사에서 "기업 밸류업은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며 "정부와 유관기관도 세제 개선방안 마련·발표,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연계 ETF(상장지수펀드) 상장, 우수기업 표창 등 과제들을 차질없이 추진하며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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