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한 예금상품 광고를 봤다. 역대급이라는 단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문짝만하게 쓰인 5라는 숫자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5% 예금이라니. 요즘 흔치 않은 고금리 상품이다. 이건 당장 가입해야 해.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왜 예적금 금리는 연(Year)으로 표시해야 하지? 전화기를 들었다. 네 경영학과 ○○ 교수입니다. 무슨 일로 전화하셨죠. 교수님 안녕하세요. 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입니다. 혹시 은행의 예금성 상품의 약정 이율을 왜 연 단위로 표기해야 하나요? 언제부터 연 수익률로 표시한 거죠?
교수가 당황한다. 어…어…그거는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도 이미 교재에 연 단위로 나와있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배웠어요. APR(annual percentage rate)이라고. 정답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면 금융감독원에 전화하자. 취재원을 바꿨다. 네 금감원 상품판매심사분석국 예금대출상품팀 ○○○ 입니다.
연 형태로 표현하는 게 소비자가 금리에 대한 감을 잡기 편할 거라고 말한다. 보통의 금융소비자라면 이 정도의 계산은 할 수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나누기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계산할 수 있는 거다. 내 질문이 잘못됐다. 고금리를 주는 척 확대 광고를 하는 은행 감독을 좀 더 촘촘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광고에 속았다는 불쾌한 기분이 엉뚱한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예금성 상품 광고 시 준수 필요사항’을 발표하며 최고금리만 과도하게 강조하지 말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금융소비자가 이자율의 범위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최고금리와 기본금리의 광고 위치와 글씨 크기, 굵기, 색상 등을 균형 있게 표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추첨 등 새로운 형태로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경우에는 금융소비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추첨 이벤트를 통해 우대금리를 지급하려면 당첨 확률 등에 대한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지키지 않은 은행의 예금성 상품 광고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셈이다. 상품을 알릴 땐 소비자가 오인할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상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고객이 합리적인 기대를 바탕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조차 지키지 않고 광고를 하겠다면 곤란하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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