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고민과 걱정은 적절한 투자 시기와 원활한 자산 형성 기회를 놓치게 하는 등 오히려 독이 됩니다. 이 같은 고객의 우려를 덜어주고 많은 고민을 거쳐 고객이 원하는 정답을 내놓는 것이 프라이빗뱅커(PB)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은주 하나증권 분당WM센터장이 던진 화두다. 오 센터장은 “손님과 PB는 ‘믿음과 진심’이 통하는 사이다”며 “손님이 믿고 맡겨준 투자자산을 안전하게 불리는 것이 PB의 책임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하나증권은 브로커리지, 법인영업, 금융상품 등 부문별 전문인력이 고루 배치돼 있어 개인, 법인에 맞춤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며 “손님의 투자성향과 목적에 맞춰 운용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자산 증식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전문 PB에게 맡겨달라”고 당부했다.
‘금리인하’가 증시 이끌 것…채권·주식 분산투자 전략 구사해야
오은주 센터장은 최근 분당WM센터를 찾는 고액 자산가들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기에 수혜 받는 종목’과 ‘채권투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미국, 일본 등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시기다”고 덧붙였다.
뉴욕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올해 들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꾸준한 우상향의 흐름을 보였다. 일본 증시 역시 엔저(엔화 약세) 현상 장기화에 힘입어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사상 최초로 4만선을 돌파했다.
오 센터장은 “미국과 일본 증시는 단기간 급등에 따른 ‘버블’ 논란이 있지만 기업실적, 인플레이션 추이,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펀더멘탈이 흔들릴 만한 큰 변수가 없다”며 “단기간 급등에 따른 조정은 있겠지만, 거품을 살짝 걷어내는 정도의 ‘건강한 조정’이 필요한 데다가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올해 미 연준의 금리인하가 시작된다면 ‘재미있게 투자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올해 금리인하 시기를 6월경으로 예측한다. 23일(현지 시각)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75.5%였다.
특히 미 연준은 지난 21일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연내 금리를 0.25%포인트(p)씩 세 차례 인하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같은 날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새 점도표(Dot plot·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에 따르면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4.6%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제시한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현재 금리 수준(5.25%~5.50%)을 고려할 때 연내 0.25%p씩 세 차례 금리인하를 시사한 셈이다.
오 센터장은 “글로벌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 채권시장이 가장 먼저 큰 반응을 보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통상, 채권은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가격이 오른다. 실제 지난해 10월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5%를 돌파했다. 하지만, 연말 미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자, 3%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오 센터장은 “과거 1~2년은 고금리에 따른 예금 및 자본차익 비과세 혜택이 있는 저쿠폰 채권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미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고쿠폰 중기채, 국채 등 채권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 다음으로 금리인하에 큰 반응을 보이는 곳은 주식시장이다. 오 센터장은 “반도체·바이오 등 금리에 민감한 ‘성장주’들이 특히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배당주의 경우 한 번의 금리인하가 아닌 저금리에 가까운 수준까지 떨어져야 성장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이에 오 센터장은 유망 섹터로는 인공지능(AI)을 꼽았다. 오 센터장은 “향후 AI는 지금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관련 기술도 날로 발전한다”며 “아직은 초보 단계인 만큼 유망한 기업들을 선별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단, 한곳에 투자하기보다 분산투자를 통한 리스크 축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센터장은 “모든 투자는 본인 투자성향에 맞춰 자산 배분 전략을 세우고 적절한 리밸런싱을 통해 수익률을 최대화해야 한다”며 “주식과 채권의 비중, 장기와 단기의 비중, 국내 자산과 해외자산의 비중 등을 적절히 조절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금리인하 시기에는 주식이나 채권은 물론 통화, 금,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자산에 ‘재미있는’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며 “투자자산의 약 30%는 현금으로 두면서 유망 종목이 있으면 그때그때 단기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 통한 개선 여지 충분…부동산 PF 리스크는 변수
오은주 센터장은 국내 증시 관련, 중장기적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개선할 키가 될 것으로 봤다.
오 센터장은 “지난 2월 26일 발표된 ‘기업밸류업 지원 방안’은 세부 추진 계획보다 주요 추진 사항 및 일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적 성격이다”며 “다만 시장은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을 중심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빠르게 반영해 추가 시행 계획이 발표되기 전까지 되돌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월 17일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은 한국거래소에서 민생토론회를 주재하면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처음 언급했다. 직후 대표적인 저 PBR 섹터인 자동차, 금융, 지주사 등이 중심이 돼 주가가 크게 뛰었다. 이에 힘입어 지난 1월 5.96% 하락하며 G20(주요 20개국) 주요 지수 중 최하위 수준의 수익률을 보인 코스피 지수가 2월 한 달 동안 5.96%나 상승했다.
오 센터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의 자율성에 맡기는 방향이 아닌 적당한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강제성을 부여해 기업이 주주환원 정책, 성장성, 배당 성향 등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기업의 자사주 매입 공시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S&P500 내 자사주 매입 공시 기업 비중은 32%로 나타났다. 닛케이지수도 44%에 달했지만, 코스피 기업의 경우 12%에 그쳤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상장사 평균 배당 성향은 26%다. 이는 신흥국 평균(39.6%)이나 선진국 평균(49.5%)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한국 기업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평균 5.2%로 신흥국 평균(10.8%)이나 선진국 평균(14.3%) 아래로 밑돌았다.
오은주 센터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지난해 증시 부양에 성공했던 일본의 정책을 벤치마킹한 만큼, 향후 주요 추진사항 및 세부 사항 발표로 수혜주가 부각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며 “여러 자료를 근거로 봤을 때 국내 증시는 중장기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 따른 추가 개선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변수가 되고 있다. 오 센터장은 “국내 주식시장은 부동산 PF 부실의 확산 여부에 따라 단기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며 “부동산도 결국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금리다. 금리인하 시기가 빠를수록 투자 여건이 좋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오은주 센터장은 NH농협은행을 거쳐 한국씨티은행에서 20여년간 PB 생활을 한 자산관리(WM) 전문가다. 이후 지난 2022년 3월 하나증권에 합류해 현재 국내 첨단산업의 허브인 판교에서 분당WM센터를 이끌면서 개인과 법인 고객에 걸맞는 최상의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한신 한국금융신문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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