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는 오는 25일 2023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사는 역대 최대 실적이 예고됐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현대차는 15조4000억원, 기아가 12조원 등 총 27조원 이상이다. 기존 최고 기록은 지난 2022년 17조529억원(현대차 9조8198억원, 기아 7조2331억원)이다. 1년 만에 60% 늘어난 신기록을 다시 쓰는 셈이다.
이같은 호실적에는 체질 개선을 주도한 정의선 회장의 경영능력이 있었다는 평가다.
2018년 수석부회장으로 오르며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정 회장이 가장 먼저 도입한 시스템은 '해외권역별 자율경영'이다. 기존 한국 본사에서 해외 법인의 개발·생산·판매 등 경영 전반을 관리했다면, 앞으로는 각 권역별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가장 큰 효과를 본 지역은 미국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165만2000여대가 판매됐다. 미국 자동차 '빅3'로 불리는 크라이슬러가 있는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4위로 도약했다. 이보다 5년 전인 2018년에는 합산 판매량이 126만8000여대였으니 30% 가량 늘어난 판매량이다.
정 회장의 또 다른 히트작은 하이브리드다. 전기차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하이브리드 판매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하이브리드(HEV) 판매량은 37만5076대로 최다 기록을 썼다. 전년 25만9053대 대비 44.8%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현대차·기아의 국내 HEV 점유율은 80%가 넘는다. 유럽·미국 등 해외에서도 투싼·싼타페·스포티지·쏘렌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전략적으로 출시하는 등 지난해 1~11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난 51만2000여대를 판매했다.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가는 중간단계로 불린다. 최근 전기차가 품질 불안, 충전 인프라 부족, 높은 가격 등으로 글로벌 수요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을 꾸준히 해온 현대차그룹과 토요타 등 일본 자동차 회사가 수혜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당분간 하이브리드 판매에 힘을 줄 계획이다. 회사는 내년을 목표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1.6리터급 하이브리드를 뛰어넘는 고배기량 엔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현대차와 기아가 잘 나가고 있음에도 정의선 회장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실적은 저물어 가는 내연기관차에서 낸 것이고, 다가올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선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은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에서 알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2024년 글로벌 판매(도매 기준) 목표를 전년 대비 1.9% 증가한 744만3000여대로 설정했다. 신년 사업계획을 공격적으로 짜는 예년과 달리 상당히 보수적인 목표라는 평가다. 특히 내수 판매는 123만4000여대로 전년보다 7.1%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완성차 회사들은 코로나때 구매를 미뤄온 이전수요 덕을 봤다"며 "올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 여파로 수요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미래차 경쟁과 관련해서는 정 회장이 직접 위기 의식을 심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3일 기아 광명공장에서 연 그룹 신년회에서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뒤쳐진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R&D 조직개편을 단행한 이유도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 개발 체제를 가속화하기 위함이다. 현대차·기아는 소프트웨어 관련 역량을 새롭게 만든 AVP(advanced vehichle platform)본부로 통합한다. 초대 AVP본부장에는 송창현 현대차 SDV본부 사장(포티투닷 대표)이 낙점됐다. 송 사장은 애플, 네이버 등을 거쳐 2021년 현대차그룹으로 공식 영입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 경영인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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