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혁신안은 5개 부문, 44개 과제가 담긴 대형 혁신안으로, 크게 ▲기술책임 혁신 ▲품질관리 혁신 ▲건설풍토 혁신 ▲인적자원 혁신 ▲디지털DX혁신 등 5개 부문으로 나뉘었다.
기술책임혁신은 건설공사 설계도면 및 영상기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LH 퇴직자 소속업체는 용역업체 최대감점을 부여하는 한편 중대 구조적 부실을 유발한 업체는 입찰에서 실격처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품질관리 혁신은 품질관리부서를 신설해 직접점검을 기존대비 150% 강화하고, 구조전문가가 포함된 현장관리 전담조직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기안전점검 대상과 횟수 역시 대폭 늘리고, 그간 임의규정이었던 품질적정성 검수도 의무규정으로 강화한다.
인적자원 혁신을 위해 공사참여 대상 현장 전문가들의 양성 종합교육을 실시하고, 시공사의 현장대리인 품질교육도 연 1회 이상으로 의무화할 예정이다.
디지털DX혁신을 위해서는 스마트건설처를 신설한다. 이를 통해 건설산업 디지털화를 본격 추진, 부실시공 문제를 없애고 주택 품질을 높인다는 각오다.
◇ 정권 바뀌고 사장도 바뀌었지만...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는 LH 혁신
이 같은 LH의 ‘고강도’ 혁신안 발표는 지난 2021년, 일부 임직원들이 내부 정보로 3기신도시 지역에 대한 사전투기에 나서면서 내부 비위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부터 시작됐다.
같은해 6월, LH는 기능과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성과급을 환수하는 동시에 퇴직자 전관예우를 원천차단하는 내용의 관계부처 합동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준법감시관이 LH 임직원의 부동산거래를 직접 감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때 제시된 조직개편은 수차례의 공청회에도 불구하고 흐지부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사전투기 논란이 터진 이후 임직원들의 퇴직이 이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이듬해인 2022년, 원희룡닫기원희룡기사 모아보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LH가 제출했던 혁신안이 미흡하다며, 민관합동 T/F를 꾸려 혁신과제를 직접 살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같은해 11월,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이 LH의 새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한준 사장 역시 “작년 일부 직원의 일탈로 국민신뢰를 저버리고, 이로 인해 대다수 임직원들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켰다”며 “LH의 주인이자 고객인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견마지로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각오가 무색하게, 지난해 터진 LH가 시행을 맡은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의 붕괴사고가 터지면서 LH는 또 한 번 거대한 위기에 휩쓸렸다.
지난해 8월, 이한준 사장은 또 한 차례 조직의 권한과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여론은 차가웠다. 지난해 9월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기자회견을 열고 “LH 임직원 재산등록제는 관리가 미흡하고, 부동산 매매 신고제는 자진신고로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경실련은 LH·인사혁신처·국토교통부 등에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결과를 근거로 LH 임직원의 재산 등록, 임직원 대상 부동산 거래 정기 조사, 부동산 보유·매수 신고 등의 내용을 담은 이른바 ‘LH 5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국토부는 LH 임직원에 대한 부동산 거래 정기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도 2021년 조사 결과만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LH 혁신안에 포함됐던 퇴직자 취업 제한 대상 고위직 확대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실이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된 2021년 6월 이후 최근까지 LH 퇴직자 21명 가운데 취업 불가 판정을 받은 사람은 1명에 그쳤다. 퇴직자가 감리·설계 업체 등으로 취업하면서 LH가 맡은 공사 입찰을 둘러싼 전관 특혜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에 나온 5개 부문 44개 혁신방안은 그간 발표됐던 혁신안의 볼륨 중 가장 크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동안 나왔던 내용을 총망라한 것일 뿐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며, “조직개편 및 축소, 이전 등의 이슈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관예우 카르텔 문제까지 터지면서 LH도 어디부터 대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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