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애닫기이정애기사 모아보기 LG생활건강 사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뷰티테크’를 주목했다. 취임 2년차를 맞아 중국 시장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뷰티업계 업황이 어려워진 가운데 추진하고 있는 사업 다변화 카드다.
LG생활건강은 글로벌 뷰티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5월 초소형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IMPRINTU)’를 개발했다. 임프린투는 ‘즉흥적으로(impromptu)’와 ‘인쇄(print)’를 결합한 브랜드다. 자신의 개성을 즉흥적으로 표현하기 좋아하는 글로벌 MZ세대 특성을 반영했다.
한 손에 잡히는 콤팩트한 사이즈로, 집에서도 타투를 일상으로 즐길 수 있다. 사용 방법도 간단하다. 고객은 임프린투 전용 앱에서 타투 디자인을 선택하거나 원하는 사진, 그림을 올리면 된다. 이후 타투를 입힐 피부나 의류에 최대 600dpi 고화질로 본뜰 수 있다. 프린터 전원을 켜고, 인쇄 준비까지 2~3초면 충분하다. 임프린투로 새긴 타투는 하루 정도 지속된다. 또한, LG생활건강 색조연구소가 개발한 피부 화장용 ‘비건 잉크’를 사용해 인체에 무해하다.
일반인들에게 타투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도 반영했다. 타투 특성상 영구적인 것이 많아 시술보다 제거하는데 비용이 10배 더 든다는 점도 살폈다. 이에 어디에서나 타투를 즐길 수 있고 헤나와 같이 간편하게 지울 수 있는 타투 프린터를 고안한 것이다.
임프린투 앱이 지원하는 타투 이미지는 수천 개에 달한다. 도안은 LG그룹 AI연구원이 개발한 초거대 AI(인공지능) 시스템 ‘엑사원(EXAONE) 아틀리에’가 생성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다. ‘엑사원 아틀리에’는 약 3억5000만장 이미지와 이를 설명하는 문구, 영상 등을 학습한 AI다. ‘엑사원 아틀리에’에 특정 문구를 입력하면 이와 관련된 새로운 이미지가 형성되는 식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를 시작으로 글로벌 공략에 나섰다.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를 들고, K뷰티가 아닌 뷰티테크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뷰티업계에서 MWC에 참가한 것도 LG생활건강이 처음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태국 방콕 유명 쇼핑몰에 임프린투 체험관을 개장했다. 타투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향후 임프린투가 실제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도 참여해 임프린투를 홍보했다. 첫날에만 400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CES 현장에서는 임프린투를 바로 구입할 수 있도록 바이어 상담도 함께 마련했다.
LG생활건강은 국내에서도 더현대 서울과 무신사테라스 홍대, 인천국제공항 등에 잇달아 팝업을 열어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나섰다.
임프린투는 지난해 5월 출시 후 현재 44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임프린투 공식 웹사이트와 온라인몰 무신사에서 접할 수 있다. 전 세계 193개 국가에서 월평균 6만7000여명이 임프린투 공식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임프린투 사업이 LG생활건강 미래 신사업으로 성장할 첫 걸음은 무난하게 뗀 상황인 셈이다.
한편 LG생활건강은 지난 2022년 매출이 7조1858억원으로, 전년(8조915억원) 대비 11.2%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7111억원으로, 전년(1조2896억원)보다 44.9%나 급감하는 등 최근 실적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도 5조2376억원으로, 전년(5조3780억원) 대비 2.6% 줄었다. 영업이익은 4323억원으로, 전년(5822억원)보다 25.8% 떨어졌다. 중국 시장 불황으로 실적악화가 심화하고 있다.
이 사장은 올초 내놓은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 목표로 ‘성장 전환’을 제시했다. 이 사장은 “미래에 대한 투자 없이 단순히 내핍에만 의존해서 만드는 단기 성과가 아니라 미래 준비를 지속해 사업 성과의 방향을 상승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사장은 2022년 11월부터 LG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다. LG그룹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1963년생, 이화여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1986년 LG생활건강에 입사했다. 그룹 내 생활용품사업부장과 럭셔리화장품사업부장, Refreshment(음료)사업부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LG생활건강 전체 사업과 조직 이해도가 높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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