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이 지난해 말 국내 최대 해운회사 HMM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벼르던 사업들이 하나씩 하나씩 착착 진행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림은 이곳에 첨단 물류센터를 비롯해 초고층 아파트, 오피스텔, 백화점, 영화관, 호텔, 컨벤션 등 스마트 물류단지를 지을 예정이다. 총 사업비만 6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간 서울시는 ‘물류창고용 부지’라며 하림 개발 계획에 반대했는데, 오세훈닫기오세훈기사 모아보기 시장 취임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말 열린 시 심의에서 대중교통 대책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통과됐다.
그 저주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선 이가 김 회장이었다. 그는 지난 2020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모바일로 오가는 지식정보와 달리, 물건 이동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신기술을 적용해야 하는데, 그걸 하림이 하겠다는 것”이라며 “(양재동 물류단지 개발은) 인생 마지막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물류 전문가 등과 협력해 전 세계 유례없는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하림은 초대형 해운회사 HMM 인수도 앞두고 있다. 국내 1위,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다. 극심한 위기 상황을 겪다 코로나 기간 유례없는 슈퍼 호황으로 천문학적 이익을 거뒀다. 이 회사가 갖고 있는 현금만 1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전체 자산규모는 25조원을 넘는다. 하림이 17조원 정도니까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라는 표현이 아주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면 하림은 자산 규모 42조8700억원으로, CJ그룹(40조7000억원)을 제치고 재계 13위로 도약한다.
동원과 2파전으로 압축된 HMM 인수전 상황으로 되돌아가 보자. ‘동원 역시 자격 미달’이라는 지적이 없진 않았지만 하림만큼은 아니었다.
한국 해운업 미래를 위해 적어도 HMM이 하림으로 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았다. 법정관리 부실기업 팬오션을 인수해 국내 1위 벌크선 해운사로 성장시킨 실력까지 갖춘 회사에 대한 평가치고는 지나치게 가혹하다.
하림이 하림USA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팬오션을 활용한 사례가 자주 인용됐는데, 이는 인수 후 한참 지나고 나서 벌어진 일이다.
하림은 2015년 팬오션 인수 후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5년 동안 단 한 푼도 배당하지 않았다.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물류시설법 등 관련 법에 따른 개발임에도 용적률 800%, 건폐율 60%가 적용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초고층 아파트 4개동, 998가구 분양을 포함한 이 어마어마한 개발 사업을 하림이 고작 4500억원에 사들인 것도 못마땅하다.
시장은 여전히 하림에 대한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HMM 인수와 양재동 물류단지 개발 등 2개 프로젝트에 투입해야 할 자금 규모만 13조원에 달한다. 천문학적 액수의 자금을 문제없이 조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팽배하다.일각에서는 팬오션의 하림USA 지원 사례를 들며 하림이 HMM을 현금 곳간으로 활용할 거라든가, HMM 인수자금을 위해 양재동 용지를 지렛대로 쓸 거라는 염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정도면 하림엔 미디어 관련 대응 조직이 없는 게 아닐까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김 회장은 답답할 것이다. 팬오션은 ‘승자의 저주’를 단 1년 만에 ‘신의 한 수’로 바꾼 자랑스런 인수 사례이고 양재동 물류단지는 그의 ‘인생 마지막 프로젝트’로 의지를 불태우는 사업이다. 오죽하면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후 “사실과 다른 의혹이나 부당한 추측들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하며 ‘입장문’까지 발표했을까.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야속해 하며, 혹은 언젠가는 자신의 진심을 알아줄 거라 믿으며 김 회장은 ‘아토피 앓는 딸’을 위해 건강한 라면을 개발하는 마음으로 묵묵히 때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장은 김 회장의 과거 성과나 엄청난 미래 스토리를 듣고 싶은 게 아니다.
지금 당장 하림 비전과 자금조달 계획을 정확하게 알고 싶은 거다. 사실과 다른 의혹이나 부당한 추측들은 정보가 부족하거나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외할머니에게 선물로 받은 병아리 10마리 이야기는 너무 감동적이지만 언제까지 그 얘기만으로 하림을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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