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분기부터 이어지는 적자 탓이다. 실적 압박이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그는 침착하게 위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았다. 그게 바로 ‘캐주얼’ 게임이었다. 넷마블이 잘하는 장르다.
권 대표는 지난 1999년부터 넷마블과 연을 맺었다. 1968년생인 그는 대구과학대학을 나와 1991년 유풍상사라는 회사 영업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해 한국인터넷플라자협회로 이직해 당시 PC방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방준혁닫기방준혁기사 모아보기 넷마블 의장과 만났다.
1999년 방 의장이 창업한 아이링크커뮤니케이션에서 온라인 영화 서비스 일을 하다 2002년 CJ인터넷(현 넷마블) 퍼블리싱사업본부장으로 방 의장 군단에 합류했다.
그 시절을 풍미한 ‘서든어택’ ‘그랜드체이스’ ‘마구마구’ ‘카르마’ 등을 포함해 40여 종 게임이 권 대표 손을 거쳤다. 그가 퍼블리싱하는 게임마다 ‘대박’이 터졌다. 게임업계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그때 생겼다.
권 대표 안목에 힘입어 넷마블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다 2010년부터 수익성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확산과 더불어 모바일 게임이 급속도로 성장할 무렵이었다. PC게임 위주였던 넷마블 수익성이 둔화한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권 대표는 2014년 넷마블게임즈 사령탑에 올랐고, 이듬해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2015년 출시해 전세계 1억2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한 모바일 RPG ‘마블 퓨처파이트’는 아직 넷마블 게임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임업계 미다스의 손은 방 의장의 복심이 됐다.
하지만 넷마블 앞에 ‘꽃길’만 있던 건 아니었다. 외부 흥행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게임이 많아 높은 매출을 기록해도 상당 부분을 외부 로열티로 지급해 영업이익률이 경쟁사들보다 현저히 낮았다. 넷마블은 2021년 영업흑자를 기록했는데 그때 영업이익률이 6.2%에 불과했다. 다른 게임사들이 전략적으로 육성한 IP를 캐시카우로 삼는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작 부재와 흥행 실패가 이어지며 넷마블은 지난해 1분기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넷마블 적자는 줄어들 기미가 안 보였다”며 “확실한 한 방이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넷마블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다시 집중했다. 쉬운 게임성과 낮은 과금 모델. 캐주얼 모바일 게임이었다. ‘신의 탑: 새로운 세계’ ‘그랜드크로스: 에이지오브타이탄’ ‘세븐나이츠 키우기’ 등 신작 3종을 선보였다. 올해 게임 시장에서 캐주얼 게임 수요가 높아진 것도 잘 맞물렸다.
특히 그 중 자체 IP를 활용한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출시 100일을 넘긴 현재 양대 마켓 매출 최상위권을 이어가는 등 실적 개선 발판을 제대로 마련해줬다. 올 3분기 넷마블 적자 폭을 절반 가까이 줄인 1등 공신이기도 하다.
세븐나이츠는 지난 2014년 출시해 글로벌 6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넷마블 대표 IP다. 방치형 RPG로 저용량, 저사양, 쉬운 게임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용자들은 원작의 숨겨진 이야기로 확장된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으며, 귀여운 SD 캐릭터로 재탄생한 세븐나이츠 영웅을 수집하고 육성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게임에 거의 돈을 쓰지 않는 무소과금 이용자들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캐릭터 육성 묘미를 극대화했다.
권 대표는 내년에도 또 다시 신작 러시를 이어간다. 우선 인기 IP를 활용한 ‘아스달 연대기: 아라문의 검’과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스달 연대기: 아라문의 검’은 최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IP를 활용한 MMORPG다.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전 세계 누적 조회수 142억회를 돌파한 인기 웹툰 IP를 활용한 수집형 액션 RPG다.
자체 IP를 활용한 신작인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과 '레이븐2' '킹 아서: 레전드 라이즈' '모두의 마블2(한국)’ 등도 개발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킹 아서는 넷마블 북미 자회사 카밤에서 개발 중인 신작이다. 서구권 시장을 겨냥해 인기 요소인 중세 세계관 속 탐험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출시에 앞서 PC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해외 8개국에서 테스트 플레이를 진행 중이다.
자체 IP 강화에도 나선다. 2023 지스타에 출품한 게임 3종 중 2종이 자체 IP를 활용한 게임이었다.
넷마블은 올해 지스타에서 ▲수집형 RPG ‘데미스 리본’ ▲SF MMORPG ‘RF 온라인 넥스트’ ▲오픈월드 수집형 RPG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등 3종을 선보였다. 이 중 ‘데미스 리본’은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가 개발한 ‘그랜드크로스’ IP를 기반으로 한다. ‘RF 온라인 넥스트’는 SF MMORPG로, 넷마블이 20년간 서비스해온 IP를 잘 살려 새롭게 창출했다.
권 대표가 올 4분기 실적 턴어라운드로 적자 고리를 끊어내고 내년에는 다시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주은 기자 nbjesu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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