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기다리는 동안 불법사금융 피해 늘어
현행법에서는 ‘대부’라는 상호는 등록 대부업자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상 불법 사금융업자도 대부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있어,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합법 대부업자와 불법 사금융업자간 혼동을 야기하고 있다. 앞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2021년 6월 23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불법사금융 피해는 여전히 늘고 있다. 지난해 불법사채 이자율은 연 평균 414%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229%에서 185%p나 오른 수치다.
불법사금융 상담과 신고 건수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상담 및 신고 건수는 6784건으로 2019년 이후 지난 5년 만에 상반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 2459건 ▲2020년 3955건 ▲2021년 4926건 ▲2022년 5037건을 기록했다.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실에 제출한 ‘2020년 기준 불법사금융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1만명 중 대부업체를 단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12.7%(633명)에 달했다.
금감원이 지난 6월 발표한 ‘2022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선, 지난해 말 등록 대부업자의 전체 대출잔액은 15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6월 말 대비 0.1% 감소하는 등 큰 변화가 없었지만, 대부이용자 수는 7.0% 감소하고 1인당 대출액은 7.5% 증가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신용이 열악한 저신용층이 대부업 시장으로부터 소외돼 이들의 불법사금융 이용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서민금융 우수대부업자 제도를 내실화 등을 통해 저신용층에 대한 신용공급 확대를 유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 “인지도·법적 안정성 등 고려해야”
대부업 명칭 변경은 불법사금융업체와 우수대부업체를 구분해 제도권 금융으로서 이미지 훼손을 막고 금융소비자를 불법사금융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발판이어서 대부업계의 숙원사업 중 하나로 꼽혀왔다. 특히 2021년 금융당국이 직접 서민금융 우수대부업자를 선정해 혜택을 주는 제도인 ‘대부업 프리미어리그’가 시행됐기 때문에, 명칭 변경은 최고금리를 지키는 정식 대부업체들의 기대를 모아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대부업 프리미어리그의 운영 경과를 지켜보며 제도를 보완한 뒤 법률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우수대부업자의 상호와 관련해 다른 법률과의 체계 검토와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을 거쳐 ‘소비자신용’뿐 아니라 여러 명칭을 검토해 더욱 적절한 명칭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수대부업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다시 대부를 포함한 상호로 재변경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상호는 인지도나 법적 안정성 등을 고려해 자주 변경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명칭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바 있다.
최근 금융위 관계자는 “대부업 명칭 변경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 바가 없다”며 앞서 표명한 입장에 변경이 없음을 드러냈다.
다만 현재 우수대부업자의 은행 차입부터 온라인 대출중개 플랫폼 입점은 더딘 실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우수대부업자 18곳의 은행 차입금 잔액은 1477억원을 기록했다. 우수대부업자에게 대출을 내준 은행은 10곳 정도였지만 액수가 미미했다.
대부업 프리미어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시중은행은 SC제일은행과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을 제외한 NH농협·신한·우리·하나·KB국민·수협·광주·제주·씨티·대구·부산·전북·경남은행 총 13곳이다.
금융당국이 대부업 명칭 변경에 소극적인 이유에는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본 ‘저축은행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저축은행은 2002년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서 상호신용금고에서 상호저축은행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제2금융권 중 유일하게 은행이라는 단어를 쓴 덕분에 저축은행 예금이 급증했지만, 무분별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과 각종 불법 대출로 부실을 키우면서 저축은행 퇴출 사태를 맞았다.
대부업권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을 촉발한 이유 중 하나로 명칭 변경이 지적되는 와중에, 금융당국이 대부업 이름을 바꿔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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