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철 한국캐피탈 대표는 한국금융신문과의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성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고금리 기조로 인한 자금조달 부담, 부동산PF 부실 확대, 업권 내 경쟁 심화 등으로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역대 최고 실적보다 무려 50% 이상 증가한 수치를 단기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정 대표는 취임 후 대주주인 군인공제회에도 이런 목표를 담은 복무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놀랄만한 목표를 제시한 정 대표는 실현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취임 후 지난 반년간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지난 6개월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순식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정 대표는 회사의 강점과 약점, 업계 내 위치와 경쟁력 등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시간 공부했다. 캐피탈 업계의 수많은 선배 CEO들을 직접 만나면서 경영 노하우를 전달받기도 했다.
또한 대주주인 군인공제회와 더욱 두터운 신뢰를 쌓기 위해 실무진 선에서부터 단계별로 소통하고 매월 진행되는 본회 최고 경영자 회의에서 성장 계획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정 대표는 “큰 성장을 위해서는 군인공제회의 신뢰와 지원을 받지 않고는 힘든 상황이었다”라며 “성장 실현을 위한 첫 단추로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를 요청했고 마침내 본회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대규모 지원이 어려울 것이란 많은 이들의 우려가 무색하게 한국캐피탈은 지난달 27일 군인공제회를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 회사 설립 이후 발행한 영구채 중 최대 규모다.
한국캐피탈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되는 영구채를 발행해 20% 수준의 자본금 증대 효과를 거두게 됐다. 여기에 더해 자본 배율이 7.8배(2023년 상반기 말 기준)에서 6.6배로 개선돼 오는 2025년부터 시행되는 8배 미만 레버리지 배율 요건을 무난히 충족하게 됐다.
자금 확충을 통해 자본 배율을 낮춰 규제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하는 것은 물론 보유 현금 확대를 통한 유동성 리스크 관리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더해 이러한 재무건전성 강화는 신용등급 상향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 대표는 “한국캐피탈이 현재 신용평가사로부터 A0 등급을 부여받고 있는데 A+이상으로 등급을 상향해 자체적으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대표는 한국캐피탈에 대한 군인공제회의 지급보증 한도를 7000억 원으로 상향시키는데 성공했다. 대주주의 지원으로 재무 안정성 개선과 함께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 또한 마련된 셈이다.
정 대표는 “지급보증 상향은 자금 시장의 변동성 대응 시 한국캐피탈만의 신용으로 차입이 어려운 경우 대주주의 지원으로 이를 극복하는 데 목적이 있다”라며 “이러한 자금 확보는 힘든 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관망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쉽게 뛰어들지 못할 때 우리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이어 “이를 회사의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외부와의 개방적인 협업, 인오가닉 전략 등 성장을 위한 미래 전략을 추진하는 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꼼꼼하게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는 그는 의외로 캐피탈 업계에서의 경력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63년생인 정상철 대표는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후 제일은행과 대동은행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대동은행이 1998년 국민은행에 인수되면서 국민은행 경산기업금융지점 지점장과 개인여신상품부 부장, 송탄남지점 지점장, 중소기업기획부 부장, 부산·울산지역 본부장, 영등포지역영업그룹 대표 등을 거친 ‘은행맨’이다.
캐피탈 업권 경력은 KB캐피탈에서의 3년이 전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에서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은행과 캐피탈의 주요 고객, 리스크 등 사업 환경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은행 근무 시절 2금융권을 간접 경험하며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왔다.
정 대표는 “저는 운 좋게 은행 근무 시절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과 같은 서민금융대출상품 비즈니스를 경험했다”며 “이런 상품들의 고객층이 2금융권 고객 계층과 유사해 앞서 업권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에서 다양한 고객과 금융상품을 취급하고 금융그룹의 시너지를 경험해 본 경력은 캐피탈사에서 필요로 하는 보완점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많은 금융사들은 성장과 수익성 제고를 위해 기존의 고유 영역을 탈피하며 업권의 장벽을 넘고 있다. 캐피탈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오토금융에 카드사, 은행 등이 진출하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업권 간 영역이 허물어지는 가운데 정 대표는 캐피탈만의 경쟁력이 성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상대적으로 캐피탈이 1금융권에 비해 경쟁력이 낮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캐피탈 특유의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 등은 타업권의 후발주자들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견고한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캐피탈만의 경쟁력은 틈새 상품, 틈새 고객을 발굴해 우리만의 차별화된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강화해나가는 데 있다”며 “한국캐피탈은 경쟁이 아닌 협업을 추구해 업권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시장을 타깃 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회사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기업·투자 금융 40% ▲소매 금융 30% ▲리스/오토 금융 30%의 포트폴리오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고른 포트폴리오 운영으로 어느 한 영역에 어려움이 발생하더라도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황금 비율을 구축해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기업금융, 소매, 오토, 리스, 투자금융 등 모든 영역이 순항 중에 있다”며 “회사가 비이자 수익 등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진출한 투자금융의 경우에도 지난 3년간 내공을 쌓았고 자본의 추가 투입이 없는 비이자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영역 또한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성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정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한국캐피탈을 업계를 선도하는 리딩 컴퍼니로 도약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임기 내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하고 신용등급을 A+로 상향하는 등 구체화된 목표 또한 수립되어 있다”며 “이를 통해 한국캐피탈의 주주 가치 제고뿐만 아니라 기업과 임직원의 성장, 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업계 Top-tier 회사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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