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 화두는 ‘불법 공매도’였다. 매년 국감에서 논란이 불거질 만큼 국민 관심사가 집중된 사안이라 김 위원장은 진땀을 뺐다.
“금융산업 세계화 지속 추진”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위상에 맞는 금융산업 육성과 금융시장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주현 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금융산업 세계화를 지속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주주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등 투자자가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 선진화 방향을 이어가겠단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해 새롭고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도록 금융보안 규율체계를 원칙 중심, 사후 책임 강화 등에 따라 재정비하는 한편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 의무공개매수제도 등 일반 투자자가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와 배당절차 개선 등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세계 표준)에 부합하는 자본시장 선진화도 지속 추진 중”이라며 “금융회사의 해외 비금융 자회사 소유범위 개선, 해외 진출 초기 해외 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 추가 부여 등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을 저해하는 규제를 개선하는 동시에 일본‧동남아시아 등과의 금융 외교활동으로 현지 금융당국과 긴밀한 네트워크(Network‧관계망)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김 위원장이 언급한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의 경우,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담겼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중인 상태다. 인수‧합병(M&A‧Mergers And Acquisitions) 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은 지난 5월 윤창현닫기윤창현기사 모아보기 국민의힘 의원 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회사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 주식을 취득할 경우,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공개매수 방법으로 의무 취득해야 하는 주주 보호장치다. 1997년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기업 간 M&A를 어렵게 해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이유로 시행 1년 만에 폐지되고 말았다. 제도 폐지 뒤 27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의무공개매수제 부활이 추진됐다. M&A에 있어 일반 주주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는 오는 12월 시행 예정이다. 앞으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인 여권번호와 법인 LEI(Legal Entity Identifier)로 외국인들이 우리 자본시장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
내년 1월부터는 영문공시 단계적 의무화도 추진한다. 해외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 강화를 위해서다. 자산 10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2024년부터 의무적으로 중요 정보에 관한 영문공시를 해야 한다.
금융위는 금융산업 세계화를 위해 해외 금융협력 협의회 역할을 강화할 예정이다. 금융 분야 공적 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활용 확대 방안도 마련한다. 아울러 금융회사 해외 진출 관련 규제 개선과 해외 협력 네트워크 강화도 지속해서 추진할 방침이다.
“개인-기관 공매도 담보 비율 일원화 어려워”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공매도 관련 입장도 표했다.
지난해 7월 금융위가 발표한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과 관련해 지적사항에 관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금융위는 당시 개인 대주거래 담보 비율을 140%에서 120%로 완화하고, 상환기간을 60일에서 90일로 늘리는 내용을 포함했다. 또한 90일 이상 장기 대차‧대량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상세 대차 정보 보고 의무를 신설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담보 비율은 105~120%로 여전히 낮은 데다 공매도 대차 기한이 없어 여전히 ‘차별적’이라고 금융당국을 비판해 왔다.
개인 투자자 단체인 한국 주식투자자 연합회(대표 정의정)는 ▲담보 비율 130%‧상환기간 90~120일로 통일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 가동 ▲10년간 공매도 계좌 수익액 조사 ▲대주시장과 대차시장 통합 운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러한 측면에서 김주현 위원장을 향해 질의했다. 윤 의원은 “개인 투자자 담보 비율을 120%로 낮췄다고 하지만, 여전히 105%인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높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주현 위원장은 “개인 투자자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제도를 개선한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은 “기관들은 거래 방식 자체가 기관이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대주거래 형식이 아니라 기관끼리 주식을 빌려주는 대차거래”라며 “거기다 증권사가 소유 증권을 평가절하하는 ‘헤어컷’(Haircut)을 한 뒤 담보로 인정하기 때문에 실제 기관의 담보 비율은 140%가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개인보다 기관에 공매도가 유리하다는 말은 지금 상황에 타당하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김 위원장은 “개인과 기관 비율을 일원화하는 건 국제적으로도 그렇게 하는 곳이 없고, 현실적으로도 어렵다”고 말했다.
불법 공매도 관련 ‘전산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언급한 윤 의원 질의에 대해선 “쉽지 않다”고 선 그었다.
김 위원장은 “실시간 전산화를 하려면 공매도 거래 시스템과 증권거래소 시스템을 연결해야 하고, 대차거래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주식배당이나 옵션 지급 등 주식을 빌리는 기관의 목적이 모두 다른 데다 전화, 이메일(E-mail‧전자우편), 플랫폼 등 주문 방식도 차이가 있는 상황에 실시간 파악도 어려울뿐더러 기술적으로 강제할 방법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 자금이 얼마 빠지고 얼마 들어왔다를 논의할 정도로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 나라에서 타국에서도 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 거래를 어렵게 하는 게 과연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공매도 위반 처벌 수위가 가볍다는 지적엔 “아니다”고 피력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의결한 ‘순 보유잔고 보고 의무 위반 현황’을 공유하며 “공매도 규정 위반 행위가 발견될 때마다 대다수 회사는 늑장 보고하는 데다 ‘단순 실수’라 포장 중인데 정부는 이걸 또 인정해서 과징금과 과태료를 깎아준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에 나온 과징금을 보면 단위가 옛날보다 0이 1~2개는 더 붙여져 나온다”며 “불법 공매도에 대해선 (적발 시) 강력한 제재를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액수는 총 87억원으로 집계됐다. 제22차 증권선물위원회부터 과징금, 과태료 부과 등 금융당국 처분으로 종결되는 공매도와 시장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제재 대상자도 공개 중이다.
“가상 자산 시장 거래 질서 확립할 것”
김주현 위원장은 이날 “가상 자산 시장 거래 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이란 의지도 밝혔다. 가상 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을 위해 하위규정을 충실히 마련하겠단 각오다.
가상 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국회에서 발의된 가상 자산 관련 법률안 19건을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필수사항을 중심으로 통합 조정해 제정한 법률이다. 가상 자산 사업자에 이용자 예치금과 가상 자산 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처벌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금융위는 법 시행을 위해 이용자 예치금과 가상 자산의 구체적 보관 방법 등 세부 사항을 검토 중이다. 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가치가 고정되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규율체계 등 규제 보완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상장(거래 지원) 공시 규제 등에 대한 글로벌 동향 모니터링과 함께 ‘디지털 자산 민‧관 합동 TF(Task Force‧임시조직)’를 통한 의견수렴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날 국감에선 가상 자산 자금 추적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질의 때다.
윤 의원은 “리딩방 사기나 온라인 불법 도박,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전화 금융 사기) 등이 가상 자산을 가지고 자금 세탁하고 다니면 잡기 어렵다”며 “범죄가 되면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이뤄지지만, 사전에 금융당국이 추적하는 기능 자체가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짚었다.
이에 김주현 위원장은 “100% 공감한다”면서 “기술적으로 어렵고, 법적으로도 조금 미비한 점이 있지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서 최종윤 민주당 의원은 가상 자산 업계 관리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 의원은 입출금 중단 사태를 빚었던 델리오·하루인베스트 사례를 들며 “인허가 내주기에 급급한 게 아니라 관리‧감독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질의에 대한 답변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했다.
김 부위원장은 “가상 자산 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아직 이행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용자 보호나 불공정거래는 가상 자산 법을 통해 많은 부분 적용할 수 있는데 현 상황에선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활용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버거 코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버거 코인은 해외에서 발행돼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 자산이다.
대표적으로 수이(SUI) 코인을 들었다. 수이 코인은 미국 페이스북(Facebook‧대표 마크 저커버그) 개발자 출신이 만들어 주목받은 가상 자산 프로젝트로, 지난 5월 업비트 등 국내 원화 거래소에 일제히 상장됐다. 발행 초기 투자자들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유통량 초과 의혹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가격이 내림세를 보였다.
민병덕 의원은 “수이 코인은 업비트에서 전 세계 거래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투자가 많은 대표적 ‘버거 코인’임에도 업비트는 물론 국내 5대 원화 마켓 거래소 협의체인 DAXA(Digital Asset eXcahnge Alliance·의장 두나무 대표 이석우닫기이석우기사 모아보기) 차원 대응이 전무하다”며 “수이 코인 가격 하락으로 인한 국내 투자자들 손실이 수 백억원을 넘을 것”이라 꼬집었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선 가상 자산 업계 관계자가 아무도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아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앞서 야당에서 이석우 두나무 대표 겸 DAXA 의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여야 최종 협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한편, 금융위는 ‘제410회 국회(정기회) 국정감사 금융위원회 업무 현황 보고자료’를 통해 지난해 국정감사 때 지적받은 가상 자산 업계 관련 조치사항도 나타낸 상태다.
당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업비트(Upbit‧두나무 대표 이석우)의 루나 셀프 상장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거래소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아울러 업비트를 바짝 추격 중인 시장점유율 2위 ‘빗썸’(Bithumb‧빗썸 코리아 대표 이재원닫기이재원기사 모아보기)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었다. 대주주 적격 심사에 문제가 생길 시 거래소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먼저 업비트에 관해 금융위 측은 “가상 자산 사업자는 자율 규제로 가상 자산 심사 가이드라인(Guide-line‧안내 지침서)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며 “현재 금융당국에 가상 자산 사업자의 상장 관련 사항을 감독할 법적 권한이 없어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피력했다.
빗썸과 관련해선 “특금법상 대주주 요건은 신고 취소 대상이 아니다”면서도 “다만, 가상 자산 사업자 신고 시 대주주의 범죄 경력 유무 등을 심사할 수 있는 특정 금융 정보법 개정안이 지난달 윤창현 의원에 의해 발의됨에 따라 추후엔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가상 자산 거래소 중 점유율 1위인 바이낸스(Binance·대표 창펑 자오)의 부산 거래소 설립과 관련해선 “부산 거래소 관련 가상 자산 사업자 신고심사 신청이 접수된 바 없다”면서도 “다만, 거래소가 특금법에 따른 가상 자산 사업자로 신고 신청할 경우, 법상 절차와 원칙에 따라 심사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온라인 소액 투자 중개) 투자자 보호장치를 없앤 공무원들이 가상 자산 거래소 등으로 이직한 현황을 조사하란 요구엔 “금융위 자산운용과 등 당시 크라우드 펀딩 담당자 가운데엔 금융위에서 퇴직해 크라우드 펀딩 업체나 가상 자산 거래소로 이직한 사람은 없다”고 딱 잘라 답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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