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에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국-중국 간 긴장 관계가 더해져 글로벌 경제 시장이 냉각된 지 오래다.
핀테크 기업 관련 투자 거래도 지난 2021년 1,360건에서 2022년 1,069건으로 떨어졌다가 올해 상반기에는 377건으로 주저앉았다.
자금난을 겪는 스타트업이 핀테크 분야만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 눈 돌릴 여유가 없다. 그래서 핀테크 업계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갈 수 있게 과도한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낳는 법이다. 현시점을 ‘핀테크의 위기’라고 규정할 때, 지금은 이를 뚫고 비상해야 할 순간이다.
그 해결의 실마리를 해외 시장에서 찾았으면 한다. 협소한 국내 시장과 인구통계 구조에 따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또한 지난 5월 기준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수는 약 4,537만이고, 이중 고령층 인구가 약 1,548만 명으로 34%를 넘었다. 예상보다 더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눈을 조금만 옆으로 돌리면 거대한 시장이 보인다. 현재 핀테크 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을 돌파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바로 ‘해외 시장’이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이질감이 상대적으로 덜 한 동남아시아가 제격이다. 동남아시아 곳곳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시장 기회가 생기고 있어 어느 때보다 고무적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 인구 6억 5,000만 명의 약 88%가 몰려 있는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여섯 국가는 앞으로 글로벌 성장의 주축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동남아시아에는 경제 활동이 상대적으로 왕성한 젊은 인구가 많다. 아시아 지역 투자 자문 업체인 BDA파트너즈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 예상되는 중위연령이 동남아시아는 32세에 불과하다. 세계 최대 15개 경제 권역 가운데 두 번째로 낮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발하게 사용한다는 점도 핀테크 확산 측면에서 유리하다. 동남아시아 6개국의 인터넷 사용자 성장률은 11.3%로 2위 수준이고, 소비 여력이 있는 중산층의 확대되는 속도는 3위이다.
우선 눈여겨볼 대표적인 국가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들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3억 명에 육박하지만, 전통적인 금융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많은 국가 중 하나다.
최근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정부는 핀테크로 이러한 금융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정책적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내 핀테크 기업 수는 2011년에 51곳에서 2022년 334곳으로 증가했고, 소비자가 핀테크 서비스의 편익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어 앞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결제 분야에서 6,000만 명 이상의 활성 사용자가 있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26%로 예상된다.
한국과 경제 교역이 활발한 베트남은 현금 거래 비중이 아시아 주요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탈 현금 추세가 확연하다.
2019년 기준 판매시점(POS) 거래 가치의 85%가 현금이었지만, 2022년에는 47%로 크게 줄었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우리나라 기업이 대거 진입해 있다는 점을 발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9,000여개의 크고 작은 기업이 진출해 있는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국내 핀테크 기업이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모든 핀테크 기업이 단기간에 해외 진출의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가 해외 진출 경험이 있는 핀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지 규제·정책으로 인한 진입장벽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협회 회원사를 대상 조사에서도 현지의 법·규제에 대한 컨설팅과 진출 국가 금융당국 및 금융 회사와의 네트워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핀테크는 그 속성상 규제 산업에 포함된다.
이는 곧 라이선스가 필요하거나 까다로운 규정을 준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속적으로 시장 정보와 규제 환경 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국내와 달리, 해외 현지의 정보를 획득하는 일은 제한적이다. ‘정보가 곧 경쟁력’인 상황을 고려할 때 치명적 한계라고 할 수 있고, 현지의 취약한 네트워킹은 시장 개척 과정에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요소이다.
국내 기업이 효율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현지에서 성공하기 위해 이제 힘을 모을 때다. ‘보여주기 식’의 일회성 이벤트에서 벗어나, 진정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임할 때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핀테크 기업 하나를 위해 모두가 나설 때다.
다행스럽게, 동남아시아 시장은 지금 스스로 핀테크 친화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이제 확고하게 자리 잡은 ‘K-컬쳐’ 역시 든든한 뒷배가 될 것이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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