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국민·BC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올여름 애플에 애플페이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하고 출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난 3월 현대카드가 선보인 애플페이 서비스는 도입 하루 만에 등록 100만건을 넘기고 출시 100일 만에 누적 결제 건수 2580만건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로 신규 회원이 대거 유입되면서 KB국민카드를 제치고 시장점유율(국내·개인 신용카드 이용금액 기준) 업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애플페이 출시로 회원이 급증하면서 신용카드 이용 실적이 늘어난 영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 인프라가 아직 미흡하고 수수료 등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어 논의가 크게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국내 시장에 NFC 도입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수치가 공개된 적은 없으나 업계에서는 NFC 단말기를 도입한 가맹점이 아직 8만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00만개에 달하는 전국 가맹점 중 2% 수준이다.
애플페이 도입 효과를 톡톡히 보기 위해선 NFC 보급 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NFC 단말기 교체 비용은 건대 최대 20만원에 달해 100만개만 교체한다고 해도 약 2000억원이 소요된다. 도입 효과를 보기엔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한 것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섣불리 애플페이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높은 수수료율 또한 쉽지 않은 과제다. 단독 제휴 중인 현대카드와 애플페이간 거래 조건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적은 없으나 업권은 카드 수수료 수준인 0.15%를 예상하고 있다. 중국 0.03%, 이스라엘 0.05% 등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높은 수수료 부담은 조달 비용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에 치명적이란 분석이다. 일례로 카드업권은 삼성페이 유료화 시 연간 1000억원대의 수수료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 바 있다.
이에 애플페이가 아직 실적에는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카드가 나홀로 기록한 호실적도 애플페이 효과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다른 카드사들과 달리 올해 상반기 대손 충당금을 줄였다”며 “충당금이나 리스크 관리 비용이 줄어 이익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카드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전년 동기 5700억원 대비 7.4% 감소한 5273억 원을 나타냈다.
신규 고객 유입도 반짝 효과만 냈을 뿐 큰 영향은 없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초반 흥행은 성공했지만 생각보다 화제성이 오래가지 않았다”며 “추가적인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 한 사실상 애플페이로 인해 누릴 수 있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수는 지난 3월 애플페이 출시 이후 20만3000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4월 16만6000명 ▲5월 14만5000명 ▲6월 12만5000명 ▲7월 12만명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반면 경쟁사들은 증가세가 확대되며 신규 회원이 빠르게 늘어났다.
애플페이 주 이용 고객층이 소비력이 크지 않은 2030세대라는 점도 카드사 입장에서는 매력이 떨어지는 요소다. 현대카드가 공개한 애플페이 실적을 보면 20대가 51%로 애플페이 등록이 가장 많았고, 30대가 28%를 차지했다. 2030세대가 전체 등록 이용자 80%를 차지했다.
이들은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매입액)가 낮은 편이다. 애플페이가 가장 많이 사용된 가맹점은 소액결제가 주를 이루는 편의점 GS25(25%)로 조사됐다. 낮은 객단가에 수수료까지 떼면 카드사에 떨어지는 이익은 미비한 수준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애플페이를 언젠가 도입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업권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 서둘러 도입하기엔 걸리는 요소가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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