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7월1일 여·야 동수(5대4)로 출발한 서울 중구의회가 벌써 1주년을 훌쩍 넘겼다. 현재는 4대4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정당정치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무소속 길기영 중구의회 의장의 의정활동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길 의장은 “선거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을 뿐”이라고 반발했다. 실제로 중구의회 국민의힘 4명의 의원이 낸 의장 직무정지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길 의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다만, 길 의장인 국민의힘의 제명 조치를 받아드리게 됐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구민들에게 소통의 의정활동을 펼친 의원이 소속 정당에서 내처졌다는 의미다.
이후 길 의장은 여·야에서 캐스팅보트에 올라, 집행부와 소통·견제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맞고 있다. 여전히 집행부와의 견제·감시에 힘을 쓰고 있고, 동료의원들 간에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정당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지난 1년은 한 가족과도 같았던 과거 동료들과의 갈등으로 보낸 한해였다면, 앞으로의 3년은 정당에 연연하지 않는 당당한 주민들의 입과 손이 돼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힌 길기영 중구의회 의장을 만나 그동안 활동소회를 들어본다.
- 전반기 중구의장으로서 1년간 소감은.
저성장 시대의 도래, 엔데믹 전환, 초고령화 사회 진입 등 우리 사회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비상한 시국에 중구의회 의장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구민의 행복과 지역 발전을 위한 구상에 고민이 깊었다. 그러다 공동체 정신의 와해와 공정 의식의 결핍 등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의회가 주민의 대표로서 기본 가치를 솔선해 실천하는 역할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됐다. 그렇게 우리 9대 의회의 슬로건 ‘화합·소통·공정, 상생하는 구민 중심 열린 의회’가 만들어졌다.
슬로건처럼 화합과 소통 그리고 공정이라는 기본 가치와 원칙으로 돌아가 구민의 대표로서 노력하고 실천하는 의정을 구현하고자 노력해왔으며 의원 모두가 현장의 부름에 응답하며 구민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삶의 변화를 견인하고자 기민하게 대응해왔다.
지난 1여 년간의 의정활동이 단단한 토대가 돼 중구의 꿈과 희망을 뒷받침하는 정책적인 여건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구민의 행복을 위한 의정활동에 총력을 다하겠다.
- 민선 8기 구정의 그간 행보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우리 의회와 집행부는 중구를 돌아가게 하는 두 개의 톱니바퀴와 같은 존재다. 서로 기능은 다르지만 잘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면 중구는 멈출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우리 의회는 집행부를 견제,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역할은 조화와 균형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더욱 잘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의회와 집행부 사이에 소통에 있어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구정 발전과 주민 행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당론과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오직 구민을 앞에 둔 화합과 소통의 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길 바라며, 앞으로는 구정 현안들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 걸쳐 진정어린 소통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 그동안 서울 중구의회의 노력과 성과와 남겨진 과제는.
우리 의회는 집행부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건설적인 대안 제시로 구정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견제의 의무에 충실했으며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펼치는 등 의회 본연의 책무를 내실 있게 추진해 왔다.정례회 3회와 임시회 6회, 총 9회 103일을 개회하며 조례 제 ·개정안, 예산 결산안 등 191건의 안건을 심사 처리했으며 행정사무감사를 통해서는 구정 운영의 적합성과 적법성을 확보하고자 총 262건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청했다.
또한 구민의 입장과 시각에서 58건의 구정 질문을 제기하며 날카로운 질의와 전문성 있는 식견으로 구민의 대변자로서 부족함 없는 역량을 펼쳤다.
민의의 전당 밖에서도 구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의정 활동으로 중구 모든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논의하는 학부모 공청회를 수 차례 성황리에 개최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으며, 구민의 권익 신장과 지역 사회 제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국민대학교 관학 협력 체결, 의원 연구단체 ‘남산숲 살리기’ ‘입법 역량 강화’ 연구회를 발족하며 자치분권 2.0시대에 부합하는 정책 개발 및 입법 역량 제고의 기반을 마련했다.
역대 의회보다 제9대 중구의회는 현장 방문과 주민 소통을 집중적으로 펼쳐왔다고 자부한다. 의회와 의원의 가장 본연의 역할은 주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민의 절절한 바람을 고스란히 반영해 민의를 대표한다는 자긍심과 무거운 책임감으로 중구 곳곳에서 더 많은 주민들과 중구의 내일을 함께 이야기하고 그려나갈 것이다.
- 소속 지역구 현안과 조례 발의 성과에 한 말씀.
지역구 중 회현동, 필동, 장충동, 다산동은 1995년부터 적용된 남산 고도제한지구의 영향을 받아왔다. 고도지구에는 건축물 높이를 구역에 따라 12~20m로 제한함에 따라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개발조차 규제하고 있어 인근 주거지의 심각한 노후화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서울시가 일반주거지역은 기존 12~20m에서 20~28m, 준주거지역은 20m에서 최고 40m까지 완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남산 고도지구 재정비안을 발표하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남산고도지구 문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됐다.
다만 회현동과 다산동의 1·2종 일반주거지역 일부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8m 까지 올려주는 조건부 완화가 채택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구청에서도 회현동 다산동 일부에 적용된 조건부 완화 철회를 재고해달라는 건의사항을 서울시에 제출한 상황이다.
그간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고 모두의 초미의 관심사인 만큼 정책이 주민의 공감대를 얻는 방향으로 귀결될 수 있길 바라며 구민의 대변자인 우리 의원들도 서울시와 주민 그리고 구청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특히 최근 전국 곳곳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투자·출연 기관의 경영 부실과 채용 비리 사건은 끊이질 않고 언론에 등장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문제의 시작이 이른바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주민 생활과 직결돼있고 자치단체 재정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투자 출연기관의 장의 임용 행위는 제도의 미비로 공개적인 검증이 불가했다.
지난 2월27일 국회본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의 장에 대해 지방의회가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은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서 인사청문회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법과 법제처의 조례입법모델에 이에 근거해 ‘서울특별시 중구의회 인사청문회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인사청문회의 제도화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고위공무원과 공공기관 장 후보자의 직무능력과 도덕성 등 자질을 검증함으로써 임명 과정에 있어서 정당성과 공정성 그리고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절차와 법률적 요건을 준수해 조례를 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구청은 ‘이의’, ‘공익을 현저히 해한다’ 등의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요건으로 재의요구로 인사청문회 조례안을 가로막고 있어 참담한 심경이다.
주민의 대표인 의회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공공기관장의 도덕성과 직무수행능력을 검증하는 것은 주민의 복리증진과 구정 운영의 전문성을 담보하고 공정과 청렴 그리고 구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인사청문회 제도의 참된 의미에 인식을 같이 해 지방자치발전을 위한 진정성 있는 협치에의 의지를 발현해주길 촉구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장의 막중한 책임을 가진 자로서, 중구 전체를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통해 중구민 모두가 행복하고 잘사는 선진도시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의회에 입성 후 긴 시간 동안 의원들 간의 갈등으로 험난한 시간을 보내면서, 구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저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주시고 중구의원으로 선출해 주신 구민 여러분께서 실망하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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