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 경우 저점대비 크게 오른 금리와 꾸준히 오르고 있는 건설 필수원자재 가격, 집값 고점 인식으로 인한 청약시장의 부진 등의 요인이 공급 축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정부는 2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서부지사에서 주택공급혁신위원회 회의를 열고 주택공급 상황이 ‘초기 비상상황’이라는 판단을 내놓았다. 원희룡닫기원희룡기사 모아보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반적인 공급 경색으로 가지 않도록 금융·공급 부분을 들여다보고, 금융당국, 거시당국과 본격적으로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주택 인허가는 18만9213호로, 전년동기 대비 27.2% 감소했다. 같은 시기 착공물량은 9만2490호로 지난해 50.9%나 줄어들며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 분양승인 역시 전년대비 43% 줄어든 6만6447호였다.
통상적으로 주택시장은 공사 기간을 감안할 때 현재의 인허가·착공 물량이 약 3~4년 뒤에 주택공급으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재의 인허가·착공 물량 감소는 단순히 올해만의 문제가 아닌 내년, 내후년까지의 장기적인 주택시장 침체 및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구상과는 달리 올해에도 청약시장은 서울·수도권 인기지역에만 극단적으로 청약이 몰리는 한편, 지방 도시는 미달이 속출하는 극단적인 양극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7월 1순위 청약경쟁률은 ▲서울 101.1대 1 ▲전북 85.4대 1 ▲경기 22.2대 1 ▲강원 9.9대 1 ▲경남 2.3대 1 ▲대전 0.8대 1 ▲인천 0.6대 1 ▲부산 0.3대 1 ▲제주 0.1대 1로 조사됐다. 전북의 경우 ‘에코시티 한양수자인 디에스틴’이 주변 시세대비 낮은 분양가와 에코시티 개발호재 등이 겹쳐 높은 경쟁률이 나타났지만, 나머지 지역들은 대부분 한 자릿수 경쟁률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직방은 "지난달 아파트 청약시장은 서울과 광역시 결과가 극명하게 갈리는 양상이 나타났다"며 "서울 분양단지들이 흥행에 성공한 영향으로 전국 청약경쟁률도 큰 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1월~7월까지 전국에서 분양 예정이었던 아파트 물량은 총 12만2755가구로 추산됐다. 그러나 이들 중 실제 분양이 이뤄진 것은 4만8351가구로, 전체의 39%에 불과한 수치였다. 특히 5월의 경우 1만9769가구가 분양 예정이었으나 실제 분양은 4686가구에 그치며 공급률이 24%에 불과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등은 물론 건설사들을 둘러싼 하청업체 문제나 현장안전 등 건설업을 둘러싼 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분위기가 잠잠해지거나 우호적으로 변할 때까지는 있는 현장만 어떻게든 잘 굴리려는 건설사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고, 이런 부분들이 전체적인 분양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 3기 신도시 등 공공 공급 주도해야 할 LH의 내환, 건설사들도 부담 ↑
민간이 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공공 부문은 자중지란에 빠졌다. LH가 시행을 맡은 인천 검단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철근누락 및 감리소홀 문제가 불거졌고, 이 문제가 ‘전관 카르텔’까지 비화되며 국토부 전체의 내홍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원희룡 장관은 “이권카르텔 문제는 LH에서 먼저 터졌을 뿐이지, LH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LH뿐만 아니라, 도로·철도·항공 등 국토부와 관련된 모든 전관 이권 카르텔을 철저히 끊어 미래로 가는 다리를 다시 잇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인천계양과 고양창릉 등 3기신도시 조성은 정부 차원의 주택공급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 전반에서 주축을 맡고 있는 LH는 3기신도시 사업에서도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전관예우·이권카르텔 논란 속에서 3기신도시 사업의 신뢰성마저 담보되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감리인력 증가 등으로 공사비가 올라가면 사업성이 낮아지며 건설사들의 참여도 소극적이 될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고개를 드는 실정이다.
익명을 희망한 건설사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공공 주택 수주의 경우에는 잘해봐야 본전, 못하면 욕을 몇 배로 먹는 리스크가 큰 사업으로 통한다”며, “오로지 명예만을 보고 들어가는 사업이라 대형사들은 굳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려고 하지 않는 분야인데 빠듯한 공기와 공사비까지 책정된다면 거의 하겠다는 건설사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특히 후발 3기신도시에 해당하는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의 경우 여전히 토지보상 작업이 지연되고 있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명시흥지구는 지난 2021년 LH 직원들의 사전투기 사태가 불거졌던 지역으로, LH의 도덕적 해이가 신도시 조성을 기다리던 지역 주민들의 피해로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또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LH는 개발사업에서 손을 떼고 기존 공공주택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며, "지난 몇 년간 LH 영업이익이 매년 5조원인데, 건설물량을 늘리고 팔 수 있는 아파트를 만들어 이익을 내고 성과급을 채우고 정부에 또 다른 토건 사업을 정책건의하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