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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문화금융, K-르네상스 이끌 ‘메디치’

기사입력 : 202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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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신성장 금융산업으로 육성 필요
자금 선순환 구조 구축·문화 생태계 조성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이미지 확대보기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14세기부터 17세기까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가문이 있다.

르네상스 시대를 이끈 메디치 가문이다. 메디치 가문은 금융 사업을 통해 축적한 재산으로 배고픈 예술가들에게 아낌없는 후원을 펼쳤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수많은 거장들의 걸작 역시 메디치 가문의 후원 덕에 탄생했다.

그들의 적극적 후원은 유럽 각계각층의 예술가와 철학자, 과학자를 피렌체로 불러들였다. 분야도, 사고도 다른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창조적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금융과 문화가 만나 촉발된 문화 혁신은 ‘르네상스’라는 전무후무한 브랜드를 창조했다. 르네상스는 이탈리아의 국격도, 역사의 흐름도 모두 변화시켰다.

그리고 2023년의 대한민국은 K-르네상스를 꿈꾼다.

최근 몇 년 사이 ‘문화’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떠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14조 3천억 원을 돌파했다. 수출액 실적 집계 이래 사상 최대 규모로,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만한 명확한 근거가 됐다.

K-POP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음악 저작권료 시장의 성장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징수한 음악저작권 사용료는 3520억 원으로, 이 또한 역대 최고치다. 음악만이 아니다.

국내 영화, 드라마 콘텐츠도 해외 주요 시상식 후보에 빠지지 않고 거론될 만큼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 콘텐츠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대한민국 문화 산업을 ‘생태계 관점’에서 본다면 어디쯤 위치해 있을까. 문체부가 발표한 ‘2021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예술인들의 70%가 경력 단절의 가장 주된 이유로 ‘수입 부족’을 꼽았다.

주된 스트레스 요인 또한 ‘타 분야 직업에 비해 낮은 보수 수준’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해 문화 업계가 여전히 낙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술인들의 열악하고 불안정한 환경은 업(業)에 대한 지속 가능성 여부만이 아니라, 국내 문화 생태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바로미터로 직결된다.

어느 산업이든 주류와 비주류 간 격차 해소는 생태계 균형 회복의 필수 요소다. 소수의 거물급만이 살아남는 시장이 아닌, 배고픈 신인 창작자와 다양한 예술 장르에 대한 지원이 뒷받침될 때 수준 높은 문화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신성장 금융 산업으로 떠오르는 ‘문화금융’의 역할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문화금융이란 음악,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를 기초자산으로 투자금을 형성해 투자자들의 수익 실현은 물론, 건강한 문화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혁신 금융 산업이다.

그간 유동화가 어려웠던 IP(지식재산권) 자산을 유동화해 자금을 형성 및 유입시킴으로써 문화 산업과 금융 산업 각각의 비약적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뮤직카우가 음악 수익증권 사업을 위시해 조성한 문화금융 시장은 약 2천억 원의 자금을 문화시장에 유입시켜 아티스트들이 정당한 가치를 보장받고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는 토대 마련에 기여했다고 평가받기도 했다.

하나의 스타트업 기업이 형성한 시장이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을진대, 시장이 조속히 성장 및 안정된다면 수조 원의 자금이 문화 산업에 수혈돼 고품질 IP 생성과 확산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K-POP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 웹툰 등 K-콘텐츠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문화금융을 통해 자금 선순환 구조 구축과 건강한 문화 생태계 조성이 이뤄진다면 문화 진흥을 통한 국가 브랜드 가치 향상은 물론이고, 경쟁력 있는 기초자산을 위시한 새로운 금융 수출 품목의 탄생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도 문화금융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문화산업진흥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신성장 금융산업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어 반가울 따름이다.

관계당국의 지속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으로 문화금융 시장이 빠르게 성숙해 문화산업과 금융산업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길 바란다.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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