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34%로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말 0.49%보다 낮게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51%로 2019년 말 1.12%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달 신규 연체율(잠정) 평균은 0.09%로 1년 전인 지난해 5월(0.04%)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했다. 가계 신규 연체율이 0.08%로 1년 전(0.04%)의 2배였고, 기업 신규 연체율은 0.11%로 전년 동월(0.05%)의 2배가 넘었다.
신규 연체율 증가로 은행 전체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평균 0.33%로 4월(0.31%) 대비 0.02%포인트 올랐다. 작년 5월(0.20%)과 비교하면 0.13%포인트 뛰었다.
5대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 평균은 0.29%로, 전월(0.27%) 대비 0.02%포인트, 전년 동월(0.25%)에 비해서는 0.04%포인트 뛰었다.
한은은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는데, 이는 작년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기업의 이자비용이 점차 늘어나면서 건전성 지표와 잠재리스크 간 괴리가 축소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며 “이에 더해 그동안의 금융지원들이 종료될 경우 잠재돼 있던 신용위험이 빠르게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금융지원조치 등으로 실제로 기업들이 신용위험 대비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코로나 기간 중 대기업, 중소기업의 가산금리는 장기 평균에 비해 각각 0.25%포인트, 1.20%포인트, 단기 평균 대비로는 각각 0.29%포인트, 0.97%포인트 낮았다.
금융지원 없이 실제 위험을 반영한 이자율을 적용해 분석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취약기업의 여신 비중을 추산한 결과 대기업은 2020년과 2021년 중 각각 3.1%포인트, 2.7%포인트, 중소기업의 경우 각각 8.6%포인트, 7.5%포인트 증가했다. 전체 취약기업 여신비중은 2020년에 4.5%포인트, 2021년에 3.9%포인트 늘어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0~2019년 데이터를 이용해 추정한 결과 취약기업 여신 비중이 늘어날수록 다음 분기 기업대출의 건전성 등급은 악화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부문의 잠재 신용위험을 반영할 경우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부도율은 지난해 말 기준 0.24%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경우 은행의 잠재 신용 손실 규모는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이 필요한 예상손실이 1조5000억원, 자본금 적립이 필요한 예상외손실이 3조4000억원 증가한다. 이에 따라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은 0.47%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지원의 종료 등으로 잠재 신용리스크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 및 금융부문 리스크 증대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부실 위험이 추가 상승하는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취약기업 여신비중이 증대되고 은행의 기업대출 부문에서 상당폭의 신용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회사채 스프레드(AA- 등급 회사채 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가 확대되는 시나리오를 상정한 결과다. 각 시나리오 하에서 은행 기업대출 부도율은 2022년 말 대비 0.29~0.65%포인트 상승했다. 이로 인한 예상손실은 1조9000억~4조5000억원, 예상외손실은 4조1000억~8조7000억원 증가했다. BIS 자본비율도 0.6~1.2%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은 “2020~21년중 개별 기업이 실제 위험 대비 낮은 금리를 적용받음으로써 기업의 신용위험이 실제에 비해 과소평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국내은행은 경기 하방위험 증대, 신용손실 확대 등에 대비하여 대손충당금 및 자본금 적립을 확대함으로써 손실 흡수 능력을 더욱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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