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기 쏘나타는 국내 판매량이 10만8000여대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그게 2015년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판매량은 4만8000여대. 한참 잘 나가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
하지만 승차감과 경제성 우수한 세단을 찾는 수요는 분명히 남아있다. 세단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가족’에서 ‘스포츠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최근 8세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이 이뤄진 쏘나타 디엣지도 이런 트렌드를 따랐다. 4년 전 나온 쏘나타 ‘센슈어스’와 다른 차로 보일 정도로 과감한 디자인 변화가 이뤄졌다.
가장 큰 변화는 차량 전면을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일자형 램프 디자인. ‘로보캅’ 얼굴을 닮아 미래지향적 인상을 준다. 주간주행등, 턴시그널 램프, 웰컴 라이트닝 기능을 통합한 것으로 회사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라고 부른다. 스타리아·그랜저·코나 등 신차에도 적용된 현대차 최신 공통 디자인 요소다.
얼핏 보면 그랜저와 닮은 차라는 느낌을 피하기 위한 차별화도 시도했다. 그랜저는 램프 아래로 커다란 사각형 라디에어터 그릴을 적용해 중후함을 강조했다.
쏘나타가 앞으로 생존하려면 미국 무대에서 성적이 중요하다. 이때문인지 글로벌 시장서 경쟁하고 있는 혼다 어코드, 토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등 일본차보다 디자인 변화폭을 더욱 공격적으로 가져가고 있다.
내부도 완전히 바꿨다. 기존 8인치 또는 10.25인치 내비게이션은 12.3인치로 12.3인치 계기판과 완전히 연결된 모습이다. 운전자를 바라보게끔 살짝 휘어진 디스플레이가 만족감을 높였다.
기존 쏘나타는 물론 신형 그랜저도 디스플레이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어 주행중 확인하는 데 불편함이 있었다.
이 밖에도 스테어링휠 뒤로 이동한 변속레버, 빌트인캠2, 디지털키2, 전동식 트렁크 등 최신 기술로 무장된 사양으로 대거 업그레이드했다. 편의사양 만큼은 그랜저급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파워트레인에서 변화는 없다. 180마력 1.6터보 엔진과 290마력 2.5터보 엔진이 8단 자동 변속기와 조합된다.
시승에서도 기존 차량과 차이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고속 안정감과 경쟁차 대비 부드러운 승차감이라는 장점은 여전했다.
다만 소음이나 진동을 잡는 능력이 차급에 비해 아쉽다.
신형 출시와 함께 기존에는 2.5터보에만 적용되던 N라인 트림을 1.6터보에도 선택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일반 모델에 비해 N라인에 적용된 전용 시트는 보다 낮은 위치로 조정돼 만족감이 높았다. 다만 곳곳에 적용된 N라인 특유의 빨간 색상 포인트가 다소 부담스럽다. 물론 개인 취향이라 다를 수 있다.
2.5터보 고출력 모델은 쏘나타 강점이다. 1.6터보 모델에 비해 단단한 주행성을 강조했다. 시속 100km 이상 밟았을 때 확실한 가속력의 차이를 느꼈다. 여기에 스포츠 모드까지 가동하면 경쾌한 배기음과 함께 달리는 재미를 준다.
아쉬운 점이라면 2.5터보 모델은 N라인 트림만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3900만원 수준인데 옵션을 넣으면 4000만원 초반대로 봐야 한다.
이 부분에서 쏘나타의 애매한 위치가 도드라진다. 가격대를 생각하면 한 등급 위인 그랜저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달리는 맛’을 추구한다면 600만원 이상 저렴한 아반떼N이 있다.
쏘나타가 아반떼와 비교해 갖는 강점은 뒷좌석 공간이 넉넉해 출퇴근과 여가활동 등 활용폭이 넓다는 점이다. 그런데 레저용이라면 동급 SUV인 싼타페나 쏘렌토가 더 적합하다.
신형 쏘나타는 변모된 상품성이 직접 느껴질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하지만 ‘다른 차가 아니라 왜 쏘나타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현대차 최고 히트 상품인 쏘나타 단종설이 제기되는 것도 결국 전동화라는 흐름에 시한부에 내몰린 내연기관 파워트레인의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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