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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빵 에반젤리스트’ SPC 허진수, 글로벌로 간다

기사입력 : 2023-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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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본고장 유럽 이어 동남아·북미 속속 진출
2030년 매출 20조원·글로벌 매장 2만개 포부

‘K빵 에반젤리스트’ SPC 허진수, 글로벌로 간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특정 분야를 널리 알린 사람에게 ‘에반젤리스트(전도사)’라는 호칭이 부여된다. 그 호칭이 잘 어울리는 국내 식품업계 경영인이 있다. 허진수 SPC 사장이다. 그는 ‘K-빵 에반젤리스트’로 맹활약 중이다.

1977년생인 허 사장은 창업주인 고 허창성 명예회장 손자이자 허영인닫기허영인기사 모아보기 SPC그룹 회장 장남이다. 연세대 생화학과,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 석사 취득 후 AIB(미국제빵학교)를 마치고 2005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했다. 이후 SPC그룹 전략기획실 전략기획부문장, 글로벌 BU장 등을 역임하고 2021년 정기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사장 승진 발표 당시 SPC 관계자는 “지속적 글로벌 사업 강화에 대한 그룹의 확고한 의지”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허 사장은 SPC 글로벌 진출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PC그룹은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전개했다. 2005년 미국, 2012년 베트남·싱가포르 등에 진출했다. 하지만 의욕과는 다르게 글로벌 사업이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다 2014년 허 사장이 파리크라상 글로벌 BU장을 맡은 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SPC는 2014년 바게트 빵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프랑스 파리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파리바게뜨라는 게 ‘프랑스 풍’ 베이커리를 표방하며 만든 브랜드인 만큼 의미가 더욱 컸다.

이때 허영인 회장과 허 사장은 까다로운 프랑스인들 입맛을 맞추기 위해 바게트 등 제품 연구개발(R&D)에 수 개월 동안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지앵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파리바게뜨는 라데팡스, 몽파르나스 등 핵심 지역에 5호점까지 오픈한데 이어 오는 2050년까지 매장을 2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허 사장은 현지에 집중하며 글로벌 사업을 점차 확장시켜갔다. 2019년 3월 중국 SPC 톈진공장 준공, 4월 싱가포르 주얼창이 입점 등 굵직한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톈진공장 준공은 SPC 중국 사업 확대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빵·케이크·소스류 등 400여개 품목을 생산하는 톈진공장은 SPC그룹 해외 생산시설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파리바게뜨 중국 내 가맹 사업이 가속화하면서 생산시설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타이밍까지 절묘했다. 이후 파리바게뜨는 톈진공장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중국 전역에 매장을 300개 이상 확장시킬 수 있었다.

중국에서 성과를 본 허 사장은 동남아시아에서도 또 한 번 폭발적 성장을 꿈꾸고 있다. 말레이시아 제2 도시 조호르바루에 400억원을 투자해 할랄 인증 제빵공장 건립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허 사장은 조인트벤처 전략으로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 잇달아 진출하는 등 동남아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선 바 있다. 파리바게뜨 캄포디아와 인도네시아 지점들은 예상보다 2~3배 높은 매출을 내며 승승장구했고 이에 지난해 상반기에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 점포를 확장했다.

이처럼 뜨거운 현지 반응에 허 사장은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공장을 직접 세우기로 결정했다. 조호르바루 공장은 대지면적 1만6500㎡, 연면적 1만2900㎡ 규모 빵공장으로 빵과 케이크, 소스류 등 100여 품목을 생산할 수 있다. 더욱이 조호르바루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과 접근성이 좋다.

올 하반기 준공 예정으로 동남아와 중동을 아우르는 SPC그룹 할랄 시장 진출 전진기지가 될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30년까지 동남아시아에 600개 이상 점포를 열고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허 사장은 “말레이시아에 글로벌 할랄 공장을 건립해 2500조원에 달하는 세계 할랄푸드 시장에 본격 진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 사장의 K-빵 에반젤리스트 행보는 아시아권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북미, 유럽에서도 열심히 K-빵을 전파하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행보가 눈에 띈다.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한인타운에 첫 매장을 연 파리바게뜨는 현재 미국에서만 13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가맹점으로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이 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이에 지난해 미국 ‘프랜차이즈 타임즈(Franchise Times)’에서 선정하는 ‘프랜차이즈 기업 TOP 500’에서 SPC는 25위에 올랐다. 이는 전년도 순위인 38위보다 13계단 상승한 것으로, 조인트벤처·마스터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형태 사업 모델에 보다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미국 흥행에 고무돼 지난해 말에는 영국에도 진출했다. 당시 허 사장은 “영국은 파리바게뜨 유럽 시장 확대 및 가맹사업 전개를 위한 핵심 거점이 될 중요한 시장”이라며, “2025년까지 20개점을 오픈하는 등, 미국·중국·싱가포르와 함께 4대 글로벌 성장축으로 삼아 적극적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베이커리와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가 커 전진기지로 삼기에 적합하다. 글로벌 통계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영국 제빵 시장 규모는 연간 약 30조원으로, 독일·프랑스와 함께 유럽 3대 베이커리 시장으로 꼽힌다.

SPC는 지난 3월 캐나다에 첫 점포를 열며 마침내 10개국 진출에 성공했다. 파리바게뜨는 그동안 해외 진출 시 직영점을 먼저 열었던 것과 달리, 캐나다에서는 첫 점포를 가맹점으로 선보였다.

SPC 관계자는 “미국에서 오랜 기간 가맹사업을 진행하며 노하우를 축적해왔고, 2020년부터 현지 법인을 설립해 철저히 준비한 만큼 초기부터 적극적 가맹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는 캐나다에 연내 7개 매장을 추가 개점하고, 2030년까지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 1000개 이상 점포를 열겠다는 목표다.

허 사장은 “캐나다는 영미권 시장이면서도 범 프랑스 문화권까지 아우르고 있어 파리바게뜨 글로벌 사업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라며 “9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식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인 글로벌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사장의 공격적 행보로 파리바게뜨는 현재 해외 10개국에서 450여개 글로벌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 결과 SPC 지난해 해외 매출은 45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허 사장은 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해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전 세계 매장 2만개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에반젤리스트’로서 다양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주한캐나다대사관 대사대리와 관계자들을 초청해 고품질 캐나다 밀을 활용한 파리바게뜨 ‘두번 쫄깃 베이글’ 체험방문 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허 사장은 “파리바게뜨 제품과 기술력을 선뵐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맛과 품질에 대한 끊임없는 R&D와 투자를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랑 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뉴욕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와 3자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파리바게뜨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해 참가자들에게 제빵 교육과 실습을 제공하고, 취업 등 지속적 경력 개발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뉴욕 5개 자치구에 경제적 약자를 위한 식품 기부를 진행해 선한 영향력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허 사장은 “파리바게뜨가 뉴욕 지역 사회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돼 기쁘다”며 “여성, 사회적 약자가 미래 리더로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도움과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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