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60조 지역 투자 첫발은 ‘디스플레이’… 中 OLED 추격 맞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충남 아산 제2캠퍼스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협약식'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한국금융신문=정은경 기자] 삼성이 반도체는 물론 디스플레이에서도 추격해오는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간 디스플레이 시장이 한국, 중국, 일본 등 3파전을 이뤘지만, 최근 일본 디스플레이 시장이 무너지자 선제적 투자를 통해 1위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다.

삼성디스플레이(대표 최주선)는 전날(4일) 충남 아산 제2캠퍼스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윤석열

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 이재용

이재용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회장, 김태흠 충잠도지사, 박경귀 아산시장을 비롯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주요 협력업체, 충남지역 4개 대학의 총장, 산학협력 10개 대학교수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삼성은 이날 협약식에서 세계 최초 8.6세대 IT용 OLED 패널 생산에 오는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의 이번 투자는 지난달 발표한 60조 투자 계획의 첫 실행이다. 앞서 삼성은 지난달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전국에 위치한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60조1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IT기기 △TV·디지털 사이니지 등 대형 기기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을 비롯한 신규 디지털 기기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아산에 '디스플레이 종합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사진 맨 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맨 왼쪽)이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을 마친 뒤 OLED 모듈라인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를 통해 세계 최초 8.6세대 IT용 OLED 패널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8.6세대는 원판 크기가 2290x2620㎜이며, 14형 기준으로 최대 88장의 패널을 만들 수 있어, 기존 6세대 32장보다 생산성이 2배 이상 높아진다.

오는 2026년 양산 예정인 세계 최초 8.6세대 IT용 OLED 패널은 연간 1000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의 계획대로라면, IT용 OLED 매출은 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의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은 아산에서 아무도 가보지 못한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겠다. 이번 투자는 지난달 약속드린 60조원 지역 투자의 첫 이행”이라며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겠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첨단산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개발에 대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OLED 투자를 포함해 이차전지, 차세대 패키징 분야를 중심으로 천안·아산·온양 지역에 향후 약 52조원의 신규 민간 투자가 이뤄진다”라며 “이를 위해 정부는 신속한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로 충남의 첨단산업 생태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민간에서 적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OLED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R&D)을 지원해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견지하도록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이번 투자를 통해 약 2조8000억원 규모의 국내 설비·건설업체 매출 증가와 약 2만6000명 규모의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은 국내 디스플레이 소부장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적 지원, 공동기술 개발 등 다양한 상생 활동도 운영할 계획이다.

그간 디스플레이 산업을 주도해 온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LCD(액정표시장치)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세계 최초 개발에 성공한 나라다. 2004년부터는 발 빠르게 투자한 국내 기업들에 추월당하며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최근엔 일본의 OLED 패널 제조사인 JOLED도 파산했다. JOLED는 파나소닉과 소니의 OLED 제조부문을 합쳐 설립한 기업으로, 지난 2015년 출범했다. 일본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JDI도 최근 8년간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일본이 글로벌 OLED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1.9%로 미미한 수준이다.

JOLED의 파산은 국내 기업들에게도 경고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며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중국 업체들의 LCD 저가 공세에 LCD 사업에서 발을 빼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LCD 패널 생산을 중단했고, LG디스플레이도 LCD TV 패널 생산라인인 파주 P7 가동을 중단, 중국 LCD 생산라인도 단계적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우선 삼성은 선제적 투자를 통해 스마트폰용 OLED뿐만 아니라 노트북·태블릿 PC용 OLED 시장에서도 1위 자리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07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용 OLED 양산에 성공했고, 현재 삼성전자,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에 OLED를 공급하면서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켜오고 있다.

또 주요 노트북 제조사들이 최근 OLED 패널을 채택하기 시작해 OLED 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애플도 오는 2026년부터 아이패드 OLED 패널을 탑재할 예정이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